햇살 위에서 자라는 고양이의 시간

온기 41번째 조각

by 비단결의 속도


창가에 햇살이 얇게 걸려 있던 어느 날,
단이는 조용히 그 자리로 다가가 앉았습니다.
어떤 말도, 어떤 소리도 없이
그저 햇빛이 놓아준 따뜻함을 가만히 품더니
금세 몸을 길게 늘이고 잠에 빠져들었죠.

단이가 세상에서 가장 먼저 사랑하게 된 장소가 바로 이 창가예요.
아기 때부터 조금씩 자라면서도
늘 같은 자리에서 햇살을 맞는 걸 좋아했어요.
아마도 단이에게 이곳은
‘가장 안전한 낮의 은신처’ 같은 곳이었을지도 몰라요.


아기 단이의 창가 초코잠


햇볕이 살짝 스며들 때면
단이는 말이 없어요.
대신 작은 숨결로 창가를 채우죠.
따뜻한 공기 속에 몸을 말아 넣고
아무 걱정 없이 잠드는 모습이
참 부드럽고, 또 평화롭습니다.


조금 더 자란 단이, 그대로의 오후

시간이 조금 지나 단이가 쑥 자랐을 때도
단이가 서 있는 위치는 늘 같았어요.
유난히 따뜻한 그곳.

햇살이 바닥에 그려놓은 부드러운 경계선을
단이가 조심히 따라가 앉으면
방 안이 금세 고요 속으로 잠기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햇살 위에서 기지개처럼 편하게

어쩌면 고양이들은 사람보다 먼저
‘평화로운 자리를 찾는 법’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단이가 몸을 쭉 펴고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집 안 공기 전체가 따뜻하게 바뀌는 것 같아요.
작은 생명 하나가 만들어내는 평화가
이렇게 크다는 걸, 단이가 알려줍니다.

단이가 자라는 동안
창가에 머무는 방식은 변했지만
창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요.

빛을 따라가는 작은 그림자처럼
단이는 언제나 그곳에서
자신만의 느린 오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는
매번 같은 생각을 해요.

작은 존재 하나가 만들어내는 평화는,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머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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