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골에 왔습니다!'
지금 9/24일. 05시 20분.
일단 알았다.
난 기록에 약하다.
before / after를 찬찬히 기록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이 집이 이렇게 바뀌는 과정이 현재만 있지, 과거는 내 기억속에만 존재한다.
아... before를 남겨둘걸. 싶지만
정말 1초도 쉴 새없이 움직인 시간들이었기에
요 며칠, 그것은 사치였다.
이 글은 내 인생의 2번째 혁명,
도시에서 시골로 난생 처음 번개처럼 이동하는 나의 현재를 기록하는 글입니다.
9/5
어제 오후 2시, 계약했다.
이제 정해진 것이다.
계약하기 전
그래도 한 번 더 보자는 마음으로 살 집을 방문했는데
지난 번 본 기억과 너무나 달랐다.
그 때는 붙박이장이 저기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여기 있다.
세탁실도 엄청 넓었고
욕실도 달라졌고
테라스도 하나 더 생겼다.
안방에 딸린 작은 테라스의 천정에 어마무시하게 큰 말벌집 2채는 그대로다.
현재 공실이니 제거해도 되겠다.
작은 씽크대에 내 이쁜 그릇들을 어떻게 넣지? 싶어 버리고 또 버렸는데 그래도 여전히 수납이 모자라다. 그렇다면, 자주 안쓰는 그릇들은 더 추려서 다시 박스포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짐들은 세탁실 한켠이나 주방에 딸린 넓은 테라스의 한쪽에 앵글로 선반을 짜서 보관하면 되겠다.
붙박이장 위쪽의 시트가 몇 군데 찢어졌는데 저건 애교로 놔둘까, 내가 시트지사다가 다 다시 바를까, 사람을쓸까. 이건 고민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4미터 층고의 높은 방(난 이 방을 내 연구실로 쓸 예정)의 커튼은 여기서부터 달까, 저기서부터 달까. 책상배치는 어디로 할까. 책장은 나중에 짜고 있는 책장을 제대로 배치해서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디자인감각은 영~~ ㅠ.ㅠ 일단 패스.
조명과 수전들, 욕실장부터 모두 교체.
이렇게 하나하나
교체할 것, 땜질할 것, 그냥 쓸것을 나누고
지금 당장, 나중에 천천히, 고수할 것들을 또 나누었는데
무뇌아인 내가 이것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암튼
분명 없던 테라스가 하나 더 생겼다.
내 마음이 달라져서다.
왜 지난 번엔 보지 못했을까.
지난 번에는 집 외관에 홀딱 반해서 내부는 소홀하게 들여다 봤을 것이 뻔하다.
반드시 눈이 먼다.
반드시 정신의 오류도 만든다.
기억은 감정의 강도순이니 내 기억이 사실이 아니란 것이 또 증명됐다.
이번엔 좀 더 냉정한 시선으로 봤더니
외곽은 외곽대로,
내부는 내보대로.
보였다.
제대로 말이다.
그리고
중정에 있던 작은 화단이
연못이었다!!!!!!!!!!!!
세입자가 흙으로 덮어 꽃을 키워서 화단인 줄 알고는
대나무를 심을까, 자작나무를 심을까 행복한 고민을 했었고
연못을 만들고 싶다는 오래된 나의 바람을 어떻게 이룰까...
연못을 어디다 만들까...
연못을 내가 관리할 수 있을까...
이번에 만들까, 살면서 만들까... 도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신기할수가!!
계약을 끝내고 매도자가
"잠깐만요."한다.
중정에 있는 작은 화단이 원래 연못이라고.
세입자가 거길 흙으로 덮은 것이라고.
자기는 거기서 수초를 많이 키웠었다고.
아....
그 곳이 연못이란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한다.
'마당 끝쪽으로 가면 지금 풀이 자라서 덮여 있는데 작은 연못이 또 있다'고.
아.....
난 또 증명했다.
마음으로 바라는 것은 현실이 된다는 것을.
군데군데 보석처럼 숨은 곳이 많다.
역시 오물속에서 진주가 발견된다.
위치와 주변환경과 집구조에 비해 엉망진창인 내부에서
넓고 긴 모양새에 비해 엉망진창인 마당에서
나는 그 미세한 곳들에 보물이 숨어있는지 몰랐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은 비단 인간과 현상만이 아니다.
눈앞에 있는 것조차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뇌가 필요없어서 무뇌아로 살고 있는데
이제 눈도 필요없어지려나....
시력보다 지력(智力),
지력보다 심력(心力),
심력보다 영력(靈力)이다.
지출비용이 많이 줄었다.
마당의 나무도 어떻게 하지? 고민했는데
그 나무들이 주목나무란다.
그 고급진 주목나무란다.
마당의 풀한포기, 꽃잎 하나, 나무 한그루.
이제 소중한 나의 벗이 되어줄 존재다.
나는....
그렇게...
나의 영혼을 깨워줄
나의 시골집을 알아가고 있다....
아주 많이 알고 싶다....
구석구석 숨은 곳까지 모두......
그 곳에서...
나만의 보석들을 찾고 싶다....
[건율원 ]
[지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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