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일 시골로 이사갑니다.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가는 여정이 너무 단순해서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도시와 시골의 경계가 뭔지..ㅠ.ㅠ)
본 브런치북은
이 짧고 강력하고 단순한 여정을 기록하는 글입니다.
시골로 이사가면 '건율원' 현판도 걸 것이고
내년 봄, 마당이 정리되면 모두에게 오픈하여 누구라도,
특히 독자라면 누구라도 그 곳을 찾아 따뜻한 밥한끼, 그윽한 커피한잔 함께 나눌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2024.8.31. 끄적.
나는 시골로 간다.
시골로 가고 싶은 생각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생각만 있었을 뿐 언제갈지는...
그저 때가 되면... 이었는데
시골로 가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압력으로 내 안에서 차올라
그냥 그냥 그냥
살던 집을 내놓고
산촌, 어촌, 농촌,
어디든
내가 조금 더 외롭고 조금 더 두렵더라도 날 자연 속에 빠뜨릴만한 장소를 뒤적뒤적거리게 되었다.
여하튼,
난 나의 환경을 바꿀 것이다.
50년을 넘게 도시에서만 살던 내가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다.
되는대로 가보고 되는대로 해보고 되는대로 살고 되는대로 떠나보는 자유를 누려보려 한다.
내 인생 처음으로 말이다.
집값이 오르길 기다리며 내 행복을 늦추고 싶지 않고
더 좋은 터를 갖기 위해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감각은 영혼의 자극이다.
이는 숱하게 경험했던터라 이번에도 감각을 그냥 믿었다.
그리고 실행.
시세보다 싸게 내놓으면 좋은 사람이 내 집을 사겠지.
그렇게 어느 날 가고자 하는 터를 방문하여 찾으면 딱 내게 어울리는 집이 날 기다렸다는 듯 대기하고 있겠지.
정말 그랬다.
8월 10일경 집을 내놓고
8월 중순에 집이 팔렸고
8월말에 딱 하루 집을 보러 나갔고
딱 내 맘에 드는 집을 찾았다.
우리집에 들어오실 분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30년을 살던, 인상만으로도 너무 선한 선교사 부부다.
아파트에선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며 서울근교에서 이렇게 큰 테라스를 가진 집을 찾고 있었다고.
카페에서 글쓰다 털레털레 집으로 오는 길, 집을 보러 오겠다고, 난 집까지 30분정도 걸린다고 하니
그 분들도 30분정도 걸린다고. 그렇게 처음부터 신기했다.
집을 보는 순간 당장 계약금을 넣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계약을 했고 9월 20일에 들어오시기로 했다.
말도 안된다.
20여일 후에 난 이사가야 한다....ㅎㅎ
내게 어울리는 집이
딱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그렇게 몇군데 부동산에 '8/30일에 이러이러한 조건의 집을 보러 갈테니 준비'해주십사 연락한 후
어제(8/30) 처음 본 집!
진짜로 딱 기다리고 있었다.
선교사 부부는 피아노도, 거실 커다란 테이블도, 화분도 무엇이든 다 놔두고 가달라고 하셨다.
어차피 다 처분하고 갈 것이었는데 말도 안되게 내가 편해졌다.
시세보다 2억이나 내려서 집을 내놓은 나의 배포에 다들 '미쳤다'고 했다.
내가 돈이 많아서가 절대 아니다.
그냥 돈에 행복을 미루고 싶지 않다는 말은 안되지만 이상적인 실천을 감행했던 것이다.
역시 내 판단이 맞았다.
감각을 따르는 것은 항상 옳다.
강렬한 이끌림은 항상 오는 것이 아니다.
신기할 정도로 나의 이성을 제압하는 그 느낌을 거역해서는 안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옳았다.
양평에 내가 그리던 집이 시세보다 거의 2억가까이 저렴하게 급매로 나와 있었다.
여러가지 환경이 '되도록' 이어지고 있다.
절호의 기회다.
기회는 신이 던진 패다.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뜻에 가장 적합한 자를 위해 들킬 정도로 강렬하게 들이미는 패.
신은 지속적으로 나를 시험하며 패를 던지고 있다.
역시...
합리는 비합리를 능가하지 못한다.
비합리는 공리로, 공리는 신비로...
이 원리를 따른 나를 잠시 칭찬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지켜내야 할 신념가운데 2번째가 '나는 돈이 판단기준이 되는 삶을 살지 않겠다.'이다. 돈을 쫒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 날 쫒게 하겠다는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된) 신념이다. 이를 따른 것이며 증명한 것이기에 난 또 누군가를 코칭할 때 기가 막힌 사례를 또 하나 만든 셈이다.
'아아, 이렇게 벅차고, 이다지도 뜨겁게 마음 속에 달아오르는 감정을 재현할 수 없을까?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대의 영혼이 무한한 신의 거울인 것처럼,
종이를 그대 영혼의 거울로 삼을 수 없을까?(주1)'
지금 내 심정이 괴테와 같으리라.
글실력이 부족하여 이 모든 디테일과 영감을 표현할 재주가 없으니 한탄스럽다. 괴테의 표현대로 마음속에서 달아오르는 감정을 종이에 불어넣을 수는 없을까?
사실 외부환경을 이렇게 순식간에 바꿔 버릴 결단을 한 데에는 더 깊은 속내가 있다.
나를 뒤집기 위해 지난 5년 새벽독서에 지난 2년 매일 글쓰기로 내면을 바꿔온 것에 이어 아직도 여전히 순수하게 청결해지지 않는 불편하고 불쾌한 내면의 정서에 대해 아마도 카르마(karma, 주2)적인 어떤 기저가 있는 것 같아서다.
이를 위해선 외부환경을 바꾸는 도전을 감행해야 한다.
Flipping시대.
이미 세상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엄청난 혁명으로 뒤집히고 있다.
세상이 뒤집히는 방향에 내가 거꾸로 서서 물구나무로 살 수는 없으니
나도 나를 뒤집어보는 게 그리 이상하지 않은 것도 같다.
도시에서 시골로
외향에서 내향으로
여럿에서 고립으로
그렇게...
자연과 고독과 글, 책과 친구하며
어떻게든 살아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꿈을 향해 걸어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더 나은 나로 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주1>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 민음사
주2> 카르마 :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
[건율원 ]
[지담연재]
월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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