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작가로 31개월이 됐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썼습니다.
매일 새벽 5시 발행을 지켜왔구요.
이 모든 과정을 매달 19일 [브런치성장일지]를 기록하며 저의 브런치 역사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4주전부터 연재를 시작한 [브런치에서 놀자]는 저의 글벗이자 새벽독서의 동반자, 근아작가와 함께 씁니다. 저의 지난 31개월, 근아작가의 지난 17개월. 꽁냥꽁냥 브런치에서 함께 놀며 스스로를 키우고 글로 벗을 만들고 세상으로 한발 나아간 이야기들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1편. 브런치 작가 30개월의 소회, 근아작가와의 작당
3편. 정체없는 구독자 증가의 key, 브런치북 기.획.
4편. 구독자 정체를 구독자 점프로
제게 브런치는 늘 '글 연마장'입니다.
오늘은 브런치를 글.연.마.장.으로 어떻게 활용했는지 경험 6가지를 나눌까 합니다.
저는 브런치를 접하면서 인문학에세이를 처음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신문에 컬럼도 쓰곤 했지만 본격적으로 저의 사고를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틀에서 짧게 한편의 에세이로 완성시켜내는, 그것도 매일 1편씩. 이 작업이 상당히 힘겨웠지만 그래도 연습없는 결과는 없으니 '글연마장'답게 스스로를 훈련시켰고. 지금 이 모든 경험은 저와 공저작업을 하는 브런치작가들에게 공유하고 나누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배운 적도, 그 많은 책을 읽으면서도 글쓰기관련 책을 읽은 적도, 무슨 공모전같은데 도전해본 적도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인문학에세이'를 제대로. 맞습니다. 제.대.로. 인.문.학.다운 글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어떤 배움도 없었으니 방법도 몰랐기에 그저 매일 연습하자. 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지금도 여전히요. 서두가 너무 기네요.
여하튼, 그래서.
닥치는대로 절 훈련시켜 왔는데 31개월 뒤돌아보니 6가지로 축약되더군요.
인문학에세이에서 인문학을 깊게 아는 것은 중요하니 일단 많이 읽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이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계.적.으로 읽는 것입니다.
논리가 부족하다 싶을 땐 데카르트를,
비유나 은유능력이 부족하다 싶을 땐 괴테와 릴케를,
인간에 대한 탐구의 깊이를 더하고 싶을 땐 애덤스미스와 몽테뉴, 올더스 헉슬리를 계보대로,
본질을, 본성을 알기 위해 루크레티우스, 에피쿠로스의 계보를...
뭐 이런 식으로 인문학의 넓이와 깊이를 함께 확장시켰습니다.
알아야 쓰고
들어있어야 내보내고
쌓여야 넘치죠...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가 아! 하고 감탄사가 나오는 그 때 그 내용과 느낌을 그대로 글로 옮깁니다.
이는 너무 당연하니 굳이 더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매일 책을 읽고 문장, 그리고 문단, 또는 내용까지 꼭 남기고 싶은 것들을 매일 카페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또한 책마다 인덱스를 붙여 놓았지요. 의도가 있었다면 제 기억보다 기록을 믿었던 의도밖에는 없었는데 이 2가지가 글쓸 때 이렇게 요긴할 수가 없습니다.
3년정도 새벽독서를 하고 나서 브런치를 알게 되어 글을 쓰게 되면서 쓸 주제도 소재도 뭘 어찌 써야 할지 몰라서 읽은 책들에 붙여놓은 인덱스들을 보면서 떠올라 만든 매거진이 '철학에게 부를 묻다'였습니다.
철학자들도 부자가 되라고 할까?
제가 궁금했던 것이었어요.
그래서, 쓰기는 쉬웠습니다.
왜냐면. 읽으며 붙여놓은 '부', '부자'라는 단어를 찾아 누구는 이렇게 부를 얘기했고 누구는 이렇게 얘기했다.를 글의 주제로 잡아서 제 생각을, 그러니까 제가 배운 것을 쓰면 되었으니까요. 당시 아주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고 시간이 지나 새롭게 글을 더 다듬어 연재브런치북으로 만들었을 때 여러 곳에서 '부'와 관련된 기고나 제안이 많이 들어왔었습니다. 기록. 아주 중요합니다.
저 스스로 부르는 문체가 있는데요,
애덤스미스체, 니체체, 프루스트체, 소로우체, 데카르트체, 아렌트체, 루크레티우스체 등등
저는 성현들의 글들을 아주 많이 모방했습니다.
가령,
정확한 개념이 필요할 땐 애덤스미스체,
열정이 넘치는 강렬함을 드러내고 싶을 땐 니체체,
아주 섬세한 묘사를 글에 담고 싶을 땐 프루스트체,
고결하고 고상한데 뭔가 위대함이 느껴지는 글은 소로우체,
논리논리논리논리가 딱 들어맞게 쓰려면 데카르트체,
함축과 아주아주 정확한 단어사용의 문장은 한나아렌트체,
가슴이 터질 듯한 광활함을 담고 싶을 땐 루크레티우스체로.
물론, 그들의 문체를 모방하며 습작을 하나씩 브런치에 발행하면서 부끄러웠습니다.
저의 부족한 단어 및 접속사, 조사, 수식어, 기호 등의 사용들이.
그래도 브런치는 '연마장'이니까...
그렇게 훈련시켰습니다다. 저를 말입니다.
인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차후 따로 글을 발행할 예정이지만 제 글의 부족한 점을 화룡점정으로 딱 의미를 제대로 드러내 주려면 인용이 참으로 필요했고 요긴했고 당연했습니다. 저의 미진함을 알기에 저는 항상 성현들에게 기대어 글을 써왔습니다. 제 글의 대다수에는 성현들의 글을 인용하며 정확하게 주석이 붙어 있습니다. 인문학에세이라서 더더욱 성현들의 말씀을 인용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여기는 저인데다 그들에게 배운 것들을 피력하는 글을 주로 써왔기에 저의 모든 글은 저의 이성의 역사가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저의 브런치글의 특징을 누군가가 꼭 꼬집어서 말해주어 '아, 이런 것이 특징이 되는구나' 싶었던 적이 있는데 제 글에서 인용하는 문장 옆에는 '꼭 내가 읽은 인용 책'을 사진으로 올렸다는 것입니다. 저의 모든 글이 그렇습니다. 음.. 사실.. 전 제가 읽지 않은 것을 그저 검색하여 인용하는 것을 스스로 꺼려하기에 하지 않습니다.
인.문.학.에.세.이이기 때문에 글자 그대로 인간의 삶을 담은 미덕(美德)들이 하나씩 주제가 되었고 하나의 글에 하나의 주제만 집중했습니다. 교육, 깨우침, 변화, 습관, 배움, 목표, 한계, 원리, 성장, 진솔함, 안목, 지금, 공존, 소신, 자유, 운, 믿음, 공유, 신념, 꿈, 선(善), 부(富), 평범, 비범, 쾌락, 위선, 정의, 진심, 소중, 벗, 우정, 시간, 책임, 집중, 체념, 갈구, 일, 자만, 탐욕, 낭비, 대가, 보상, 신독, 나태, 여유, 근성, 용기, 정신, 이성, 세월, 성향, 갈등, 불안, 감각, 지각, 관계, 소통, 시련, 경쟁, 좌절, 고통, 사유, 존재, 고립, 본질.... 이렇게 하나의 글에 딱 하나의 주제만 논.리.적으로, 본질적으로 날카롭게 담으려 저를 훈련시켰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둘을 혼합시키지 못합니다.
1개의 주제만 써내려 가는데에도 여전히 모자랍니다.
인문학의 길은 아직도 멀었으니
그것을 에세이, 그러니까 나의 사상까지 짧게 논리적으로 담아 글을 쓴다는 것은 더더욱 먼 길입니다.
그래서...
묵묵히... 씁니다. 계속이요...
브런치북에 쓰는 10~30편의 글은 미니시리즈입니다.
하지만 1~30편이 '다음편에 계속...'되는 연속극이 아닙니다.
하나의 단막극이 더 큰 하나의 커다란 주제를 향해 개별적으로 또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모두 담아야 하는 단편연속미니시리즈인 것입니다. 마치 다른 데 같은 인형이 하나의 커다란 인형안에서 줄줄이 나오는 마크료시카같기도 하고 하나를 뽑아내니 이란성쌍둥이들이 각각 줄줄이 이어져 나오는 땅콩같기도 하고... 아주 묘한 매력이 있지요.
관점하다... 이는 제가 만든 말인데요, 인문학은 재미없게 쓰면 지독하게 재미가 없습니다. 그 말이 그 말이고 여기서 쓴 글을 저기서도 보게 되고... 그래서, '남도 쓸 수 있는 글'이라면 뭣하러 쓰나 싶은 저라서 재밌게 쓰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재미란 깊이있게 쓰거나 독특한(나만의) 관점을 쓰거나 비유가 수려하거나 등등 읽는 이들이 하나의 주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아!'하며 느낄 수 있도록 나의 관점을 다양화시키는 훈련을 1주에 1개의 글에는 꼭 해왔었습니다.
가령, '길고양이'를 소재로 하여 '공존'의 개념을 풀어낸 것이나
'경찰과 도둑'을 비교해 '창의'를 풀어낸 것이나
'나약한 정신'을 주인공으로 해 '자만'을 풀어내거나...
뭐 이런 식으로 저를 훈련시켰습니다.
브런치 31개월을 매일 새벽 5시에 발행하고 구독자 5천으로 행진중인,
대단한 일을 해낸 것도 아니면서 이런 글을 쓰기는 참으로 민망합니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작가라면
누구나 고민으로 수고롭고 갈등으로 힘겹고
글의 깊이와 논리, 작가로서의 관점에 애처롭게 목이 탑니다!
부족한 제 글이 여러분들의 브런치행진에 힘찬 나팔소리로 들리기를 바래봅니다.
https://guhnyulwon.notion.site/_-2025-1d3a65b56d4c80148e3ec9919345ddd8
[지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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