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글쓰기의 설득력, 가독성을 높이는 '인용'
브런치작가로 31개월이 됐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썼습니다.
매일 새벽 5시 발행을 지켜왔구요.
이 모든 과정을 매달 19일 [브런치성장일지]를 기록하며 저의 브런치 역사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5주전부터 연재를 시작한 [브런치에서 놀자]는 저의 글벗이자 새벽독서의 동반자, 근아작가와 함께 씁니다. 저의 지난 31개월, 근아작가의 지난 17개월. 꽁냥꽁냥 브런치에서 함께 놀며 스스로를 키우고 글로 벗을 만들고 세상으로 한발 나아간 이야기들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1편. 브런치 작가 30개월의 소회, 근아작가와의 작당
3편. 정체없는 구독자 증가의 key, 브런치북 기.획.
4편. 구독자 정체를 구독자 점프로
5편. 브런치에서 인문학에세이를 쓰기 위해 훈련한 방법6
오늘은 지난 주에 언급했던 '인용'에 대해 제 경험을 풀어볼까 합니다.
먼저 아래의 영상을 잠깐 보시죠.
모든 것에 격(格)이 있습니다.
품위이자 수준이자 결이겠죠.
나라에는 국격, 사람은 인격, 자질에는 자격,
글에도 격이 있어야 합니다.
영상에서 보셨듯이 글은 무기가 되죠. 소양이 없는 사람이 글을 쓰면 무조건 그 글은 해롭습니다. 글은 사람이 쓰니 인격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습니다. 저는 '글은 정신의 메스'라는 표현을 주로 하곤 하는데 독자의 정신에 흡수되는 글은 무조건 영향을 미칩니다. 살짝 시술이 될 수도, 대수술이 될 수도 있죠. 옳은 방향으로든, 그른 방향으로든.
그래서 글은 생명을 다루듯 아주 진중한 품격을 지닌 분의 손에서 창조되길 바라기도 합니다.
물론, '너는 어떠냐?' 이런 질타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쓰는 자'로서의 결과 격을 갖추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는 있을 듯 합니다. 6년이 넘는 기간 매일 새벽독서와 31개월 단 하루도 빠짐없는 브런치 새벽 5시 발행(저는 예약발행을 하지 않습니다.)이 저의 노력의 역사일 수 있겠습니다만 아직도 여전히 몰라 배우는 중이며 여전히 브런치는 제게 '글연마장'이라는 스스로가 내린 정의대로 저는 매일 글연습중입니다.
하지만, 저도 글을 통해 저의 사상을 정립해 나가고 싶은데...
천부적인 재능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저인지라
또, 인문학적 깊이를 파고파고 파서 글에 담기에 배움의 기간도 짧은 저인지라
저는 그저 기대고 의지합니다.
성현들에게요...
그래서, 제 글이 독자들의 정신과 감정과 영혼에 점만큼이라도 해가 아닌 득이 될 수 있도록 제 부족함을 '인용'으로 채웁니다. 제 글을 지속적으로 읽으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인용이 많습니다.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논리로서 이해됩니다. 그래서 '과학적 글쓰기'는 기본입니다. '과학적 글쓰기'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문'이나 '컬럼'과 같은 글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무조건 '근거'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에세이의 경우 꼭 명시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글이 전체적으로 논리를 지니게 되면 '근거'는 주장을 설득으로, 자기해석을 보편적 해석으로 격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또한, 흔히들 말하는 '벽돌책'의 경우 인용을 명시한 '주석'이 상당부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가 '인용'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자, 그럼 제가 어떻게 인용하는지 우선 방법적인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주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여 인용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읽은 책에서 인용합니다. 그래야 제 글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또한 남들도 다 하는 같은 인용을 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글쓰는 작가들의 경우 제가 직접 읽은 글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창고를 이용하시기도 합니다. 제 카페입니다(아래 링크참조). 수년간 새벽독서로 읽은 책들을 작가리스트별로 (모든 글은 아니지만) 제가 기록해놓은 글들을 직접 읽고 공부하고 인용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작가들은 아래와 같이 분류되어 있습니다.
저의 경우,
우선 글에 필요한 단어를 검색란에 입력하고
그 단어에 대해 성현들의 글귀들을 읽으면서 다시 숙지한 후
일부를 발췌하여 인용하고
반드시 글 아래에 주석을 적습니다.
여러분께서 카페에 방문해서 인용을 하실 때는 검색 후 글작성자가 '지담'인지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글들을 올리는 카페라서 '글을 위한 인용'을 위해서는 제가 작성한 글을 보시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제가 책의 내용을 올릴 때 아래와 같이 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용할 경우, 포털사이트에서 남들도 모두 검색하는 내용이 아닌,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책속의 보물같은 글들을 자신의 글의 격을 위해 인용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보다 더 논리적이고 세밀한 근거자료로서 성현의 말씀만한 것은 없겠지요.
이번에는 자신의 글에 학자나 성현의 말씀을 인용하는 제가 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며칠 전 발행한 글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제 글에서 인용은 '초록'색으로 표현됩니다.
첫째, 그대로 인용한다.
제가 '이성'에 대해 소고를 적은 글인데요. 어떤 개념이나 정의를 내리는 것의 기본적인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의', '기준', '개념'등으로 검색한 후 최진석 교수의 책에서 아래(초록색) 부분을 인용한 것입니다. 제가 쓴 문장에 섞지 않고 그대로 인용문을 작성한 예입니다.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1499둘째, 제가 쓰는 문장 속에 인용을 담은 것입니다.
이럴 경우, 대부분
[유발하라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지금 우리는 ~ 되어간다']
라고 쓰시는데 그렇게 쓰셔도 무방하지만 자신의 글 속에 담으면 읽는 독자가 좀 더 자연스럽게 읽히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유발하라리의 문장 전체를 다 담기보다 아래의 초록예시처럼 '~되어가는'까지만 인용하시는 겁니다.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1499셋째, 주석을 적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약간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래의 경우 '이성의 절름발이'나 '바보지식인'은 문장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만든 말로 써도 됩니다. 바보지식인의 경우 흔히 사용되는 말이고 '이성' 이나 '절름발이' 역시 저작에는 문제없는 단어지요. 하지만 감히 제가 독자에게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면 다소 건방진 느낌을 줄 수도 있을테고 또 [몽테뉴나 나심탈레브가 이렇게 말할 정도로 '직관'은 중요해.] 라는 저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좀 더 자극적인 표현이 필요할 경우 단 하나의 단어든, 두개의 단어든 인용을 하여 주석을 붙여주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1499넷째, 자신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확신'있게 강조하기 위해 범접할 수 없는 학자나 성현의 강렬한 한문장이 아주 필요합니다. 아래사진의 왼쪽 글에서 저는 [이성을 훈련시키기 위해 '오늘의 경험'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쳤고 오른쪽 글은 [소통이 잘못되면 신뢰를 잃는다]는 둘 다 뻔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에 대해 제 주장이 글의 결론이기보다 전자는 김우창교수의 한문장이, 후자의 글에는 니체의 한문장이 제 주장을 명쾌하게 뒷받침해줄 수 있기에 독자에게 마침표찍듯이 인용으로 글의 문단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단, 이럴 경우 흔한 자기계발서를 인용하기보다 그 어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학자나 성현의 글을 인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인용문을 누구의 글에서 가지고 오느냐도 글의 격에 아주 중요합니다.
다섯째, 위와 같이 누구나 아는 뻔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독하게 강조하고 싶을 때, 그러니까. [자신을 존귀하게 여겨라]와 같은 주장은 모든 이들이 다 알고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이런 주장은 너무 많은 글에 있지요. 그런데 정말 중요한 주장 아닙니까? '너 자신을 사랑해라.' '자신을 소중히 여겨라.' 참 진부한데 이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너 자신을 소중히 여겨라. 라고 쓰면 가독성이 떨어지겠지요?
이럴 때
'누구의 소유물이 되기에는
누구의 제2인자가 되기에는
또 세계의 어느 왕국의 쓸만한
하인이나 도구가 되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고귀하게 태어났다.'
라는 세익스피어의 글을 인용하면
'너 자신을 소중히 여겨라'를 백번 쓰는 것보다 훨씬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저만 그런가요? 아닐 것입니다. 이것이 가독성입니다.
또한, 성현의 말씀으로 진부한 주장이 설득으로 격을 높일 수 있지요.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1463자. 그런데 한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자기 논리가 없는 글에 인용이 많다면 그 글은 자신의 글이 아닙니다. 그저 인용한 그 성현의 글을 옮겨왔을 뿐입니다. 따라서, 인용은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해주기 위해서 활용해야지. 인용에 자기 글이 양념처럼 첨가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전체글에서 인용이 차지하는 비중, 적절한 배치.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메뉴얼은 없지만 감이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또한, 인용에 주석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현의 글을 자기글로 도용하는 것입니다. 표절이라고도 하죠. 표절은 도둑질입니다. 물건보다 정신을 훔치는 것은 더 큰 도둑입니다. 저작.이라는 것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꼭 주석을 명시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브런치작가들께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어떻게 그렇게 적절하게 인용을 잘 하세요? 방법 좀 알려주세요.'입니다.
너무 감사한 말씀입니다... 제가 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하신 부분에 대해 오늘의 글이 조금 설명이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외람되지만 한말씀드리자면 반복훈련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매뉴얼이 없잖아요.
끊임없이 읽고
내가 담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논리를 잡고
그 글에 필요한 인용을 찾고 또 찾으며
내 글과 어떻게 접목을 시킬지 공부하고 숙지하고
그렇게 반복이 많아지면 '감'이 생깁니다.
무조건 반복훈련입니다...
지금까지 '인용'에 대해서 저의 경험을 적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저도 여전히 훈련중인지라 제 글이 외람된 발언이 아니기를 바라며 다음 주에 또 브런치에서 놀자, 이어가겠습니다.
https://cafe.naver.com/joowonw
[지담연재]
월 5:00a.m. [삶을 묻다]
화 5:00a.m. [엄마의 유산]
수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목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금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토 5:00a.m. [브런치에서 놀자]
일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