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냥 쓰면 안 될까

시와 수필 등단 후 시작된 글에 대한 고민

by 지담

아무 생각않고

그저 내 안에서 돌출하는 글을 손으로 옮기는 내가

난생 처음 이런 생각을 한다.


소나기가 퍼붓듯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그냥 내리 퍼붓는 글을 쓰면 안되나?

직설적이든 관념적이든 사실적이든

그냥 내 식대로 쓰면 안되나?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을 하니

가끔 사람들이 놀리듯 부른다.

김시인~


시를 쓴지 겨우 두어달밖에 안된 나는

손사래를 치지만 농담삼아 서로 주고 받는 대화속에서

나는 '글'에 대한 새로운 생각에 잠시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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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수필이든, 아니면

내가 끝가지 물고 늘어지는 인문학에 대한 글이든

나는 형식보다는 내용이었다.


형식과 내용은 분명 함께 버무러져야 한다.

그러나 굳이 층위를 따지자면,

내용이 우선이고 그 뒤를 형식이 따르게 하고 싶다.

그러면, 나만의 형식이 만들어질 것이라 여긴다.


니체는 철학자다.

니체가 쓴 시를 시인들에게 보여주면 그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이것은 시가 아니다!

라고 단숨에 얘기할 것이다.


타고르의 시는?

루미의 시는?

블레이크의 시는?

이 시들은 아마 형식을 중요시하는 시인들에겐

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시로 읽힐 지 모른다.


사실 나는 '글'에 이런 생각(어쩌면 편견일지도)을 가지고 있다.

창작에 형식의 칼날을 들이대고

이건 옳다 그르다.라는 판단이 내용을 막아서면 안된다는.

창작에 전문가가 있을까?

창작에 자격이 있을까?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쓰여지고

뒤에 쟝르가 생겼다.

앞서 의미를 담으면

뒤에 형식이 따르는 것이 창작의 세계였다..


'새로운 쟝르를 개척했다.'는 심심치 않게 들은 말들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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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어떤 글을 쏟아내고 싶은지

점점 알아가는 이 과정이 그저 재밌있다.

이래저래 정체성없이 쓰고 싶은 대로 써온 내게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라는

미루고 또 미루고

외면했던 질문에 오늘은

가만히 머물러 답을 구해보지만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씩 알아가는 게 있다.

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탐구하고,

이상을 품고 현실을 사는 삶의 논리를 근거로 정립하고

개개인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며

그것만이 인간이 평생 집중해야 할 의무라

주장하는 나만의 사상을 만들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길게 서술한 글은 인문학을 담은 산문이자 교양서이고

나의 체험이 섞여 현실에서 철학을 뽑아낸 글은 수필이나 에세이이고

더 함축시켜 명제만을 추출한 글은 단상,

그것에서 상태를 거두고 장면을 입히면 시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출품했던 나의 시와 수필에 담긴 심사평은

내게 과했다.

나의 글을 해체하여 정성껏 붙인 해설에는

실천적 통과를 깊은 사유로 통찰한 글이라고,

존재의 실천적 움직임을 다뤘다고,

행위 중심의 존재론을 펼쳤다고,

상반된 정서의 병치가 탁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독자에게 개념적 사유의 장을 연 시인'이라는 표현은

정말 나의 글을 깊이 정독했구나...싶은 감동과 함께

알아주는 누군가는 있구나... 나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솔직히

내가 그런 글을 쓰나? 잘 모르겠다.

쓸 땐 몰랐지만

쓰고 나서 '관념시다, 개념시다'라는 말을 들으며

그런가? 했지만

막상 심사평은 '독자에게 개념적 사유의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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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제 알았다.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줄 알았는데

나는 이미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개념을, 명제를 근본부터 여러 쟝르로 표현하고 있었다.

개념이, 명제가 잘못되면 화려한 단어의 잔치에 불과하니까.


나는 이글저글 막 쓴게 아니라

내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깊게 침투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 세계를 밀어붙여도 되는 힘을 원했는지 모르겠고

겸손이라는 태도와 문학이라는 구조를 연결지으려는 시도앞에

지금 서 있는 것도 같다.


온통 모르겠다 투성이로

늘 고백만 해대는 나의 글이지만

매일의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도 되는 글이길 바란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가 손에 잡아줘야 그려내는 붓처럼

누군가가 불을 지펴줘야 타는 장작처럼

나도 누군가에 의해 쓰여지고

내 글도 세상에 어떤 쓰임으로 태어나는 생명이길 바란다.


비가 내리듯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조건없이 그리 퍼붓는

글을 쓰고 싶다.

형식도 쟝르도 없는

그저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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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등단 #수필가등단 #글을쓴다는것 #출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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