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여자는 자신의 빛나는 전생은 선인장이었단다.
갑자기 궁금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전생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사나?
나는 왜 이런 생각에 닿지 못하지?
그러다 문득,
나는 전생이 아니라
지금 선인장같다.
이 새벽,
머리 속에 선명한 그림이 그려졌다.
태양이 수천 수만번 그림자의 방향을 바꾸어도
같은 자리에 꼼짝않고 서 있는 여자.
갑자기 나는 가시에 막 찔리 듯 아팠다.
곁가지 없이 두툼한 하드같은 몸통 하나.
둥근데 부드럽지 않고
매끈한데 찔릴까 곁을 내주지 못하고
뜨거운데 차갑게 생존해야 하는 여자.
가지도 잎도 없이
아무 것도 걸치지 못했지만
휘어짐없이 그냥
툭.
서 있는 여자.
가시만으로 방어하는 용맹한 여자.
아무 발길도 없는 사막인데
가시는 왜 세우고 있는지
자신조차 모르는 여자.
응축된 존재는 때로 축소된 듯 보인다.
압축되어 쏠린 듯 위태롭다.
아. 고독한 자존이다.
불모에서 선택한,
절제된 생존이다.
아니, 내가 선택한 적은 있었나?
의지인지 조건인지 구분마저 사라진 지금의 자리에서
나는 어느 순간 크기보다 밀도를 따르고 있다.
왜 나는 아름다움을 원하지 않는가?
머리는 사막에 내어주고
선인장 한그루만 우뚝 세운 채.
불필요한 것을 다 거두고 필요만 남긴 여자
하고 싶은 것을 다 내리고 해야할 것만 남긴 여자
사막 위에 발가벗고 굵은 가시 하나 세운 여자
이 새벽,
왜 나는 선인장같을까.
기어이 붉은 꽃을 피우고야 말 것을 믿으니까.
크기도 시기도 모르지만, 분명히 피어날 테니까.
멀리 말고 가까이 와서 보면
내 뾰족한 가시가 얼마나 부드러운 솜털같은지 알테니까.
사막에게 왜 꽃을 피우지 못하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내가 대답이 되어주어야 하니까.
나의 토양이 되어준 사막에게
내가 꽃을 피움으로써 '불모'라는 오명은 씻어주고 싶으니까.
줄기도 잎도, 물기도 없이
태양의 그림자놀이에 속절없는 미동이지만
깊이에서 압력으로 밀고
멀리에서 장력으로 당기니
나는
중력으로 태양과 한 선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렬의 마지막 틈을 찾아 숨을 불어넣는 중이다.
- 2026. 2월.
사막위 선인장같다는 느낌에 빠진 새벽에 그냥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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