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순간의 기록.

by 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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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는 천부적인 재능은 커녕

능력도 형편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22년 8월 18일부터 브런치에 매일 글을 썼다.

오늘이 26년 3월 12일.

42개월.

대충 계산해서 1260일이다.

그 사이 내가 쓴 글은 1455편.

그리고, 논문을 썼고 책을 3권 출간했다.

하루에 1편 이상을 매일 썼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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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으로 돌아가본다.

내 나이 40에 첫 책을 출간했다.

전국 헌책방 어느 귀퉁이에라도 있다면 모두 수거해서 불태워 버리고 싶은 가엾은 나의 처녀작.

그리고 2019년까지 10년간, 1권씩 출간하며 논문도 계속 써왔다.


결국 난,

40살부터 55살인 지금까지

중간에 3년 책에 코박고 지냈던 2019년~2022년을 빼고

12년간,

매일 1편 이상의 글을 써왔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그래서,

내 능력은

형편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고흐는 10년동안 2천점을 넘게 그렸고

피카소는 평생 약 5만점의 그림을 남겼다.

바흐는 거의 매주 새 곡을 발표하며 약 1,100곡을,

모차르트는 약 20여년간 600곡 이상을 만들었다.


그런데 또 놀라운 건

지금 내 책상 뒤로 즐비한 저자들.

사는 게 글이었고

글이 삶인 작가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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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거짓이 없다.

직접 만나보지 못했어도 이들의 일상은 같이 산 것처럼 눈에 선하다

먹고 자고 그리고,

먹고 자고 악보만지고,

먹고 자고 쓰기만 했기에 가능한 숫자다.


물론, 나는 이들의 이름조차 부를 자격도 없다.


그래도

속상하다.


최근 몇년간 나도 이랬다.

먹고 자고 쓰는 것외엔 아무 것도 안했다.

여행도 안가고 친구도 안 만나고

유흥은 커녕 인사치레식의 만남도 거의 없이

오로지 생명보존을 위한 행위와

책과 글로만 하루를 보냈다.


내가 천부적인 재능이 없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능력까지 없을 줄은 몰랐다.


이들에 비해 나는 너무나 조촐하다.

더 이상 매일 쓴다는 것에 뿌듯해선 안 되겠다.

당연한 기준밖에 안되는 걸로 자족해서는 안 되겠다.

하루에 1편이 아니라 2편, 3편 그냥 글만 쓰고 살아봐야겠다.

무자비하게, 몰입해봐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내 책도 내 책꽂이 속의 작가들과 나란히 꽂힐 날이 올지.

이들처럼 자유롭게,

아무 것에도 흥분되지 않게,

아무 것도 나를 흔들지 못하게.

흐름타고 쓰고 또 써서

내 생각조차 그 속도를 따르지 못하게.

손가락이 내 이성을 이끌게.

그렇게 눈감고 살아봐야겠다.


천부적 재능도 없고

능력에 대한 환상도 끝낸 지금.

나는 더 자유로워졌다.

더 홀가분해졌다.

더 마음대로 창작하고

더 마음대로 손가락이 춤을 춰도 괜찮겠다.


2026년 03년 12일 오후 3시경.

글쓰기의 능력까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순간의 기록.

인정 후 얻은 것은

무한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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