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껴지시나요?
'피가 흘리는 땀'이?

C.K.에게

by 지담

새벽 5시에 만나는 사람]

C.K.에게


당신이 저와 새벽독서를 함께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네요. 에그머니나,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리도 변하기 어렵다는 50대 중반의 한국 남성. 대개 50대 남성이라면 일단 '꼰대'라는 단어가 썩 잘 어울리죠. 자신만의 세계가 공고하고 그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갇혀 있으면서 높이로는 시선을 두지만 넓이로는 시선을 거두는.

뭐랄까... 제압하는 듯한 언행이 몸에 베인,

그렇지 않다면, 정반대로 좌절하거나 벌써 노년을 준비하는 나약한...


당신은... 이런 말씀 미안하지만 그냥 10대 청소년같아요.

이는 당신이 지금껏 제게 보여준 말과 행동들에서 충분히 검증되고도 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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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난한 나라 전문가'라고 스스로를 칭한 것처럼 요르단, 몽골, 중국, 이집트까지 두루 돌아다니며 거처했던 긴세월의 기억들이 당신에게 상당부분 체화되어 있어선지 주된 대화가 그 경험들이라 늘 신이 난 학생같아요. 마치, 학생들이 '넌 모르지?'라고 상대를 놀리기도 자랑하기도 알려주기도 하는 것처럼. 게다가 치열했던 민주화운동이 남긴 당신 신체의 상처만큼 당신의 가슴에는 아직도 결코 없어지지 않을 상처가 자리한지라 가끔 정치얘기에 빠져버리면 투철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당신의 유토피아같은 세상이 드러나 아직도 희망을 품은 청소년같죠.


그런데 당신의 탁월한 재주는 참으로 치열했던 긴세월의 산경험지식들을 너무나 유머러스하게 잡식으로 풀어낸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10대같다는 느낌은 아마 이 모든 것들이 혼합되었기 때문일텐데 이십여년의 방랑과 방황과 방도없는 길에서 세상에 대고 우기다 조르다 체념하다 다시 불끈하다 침묵하다 토로하다 울고마는, 세상이 다 내 것 같은데 아직 힘에 부쳐 어쩌지 못하는 10대 청소년. 그래도 청소년들을 보며 우리가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리듯 당신과의 대화에서는 항상 '희망'이라는 단어가 옆에 따라 붙습니다.


다른 과거는 다른 현재를 만들어 내잖아요.

다른 경험은 다른 언행을 유도하고.

그래서 당신의 미래는 일반적인 50대 중년들의 미래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 느껴지는거죠.


'모닝커피나 할까요?'

며칠전 아침, 1500원짜리 커피를 앞에 두고 당신은 당신의 타액을 심하게 내 얼굴에 튀겨댔지요. 당신이 그 긴 세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아온 당신만의 꿈의 결실이 판정받을 시점을 앞에 두고 당신의 얼굴근육은 팽창되어 있었습니다. 얼굴생김은 그대로인데 근육의 어떤 운동이 제게 그런 느낌을 주게 하는 걸까요? 분명 눈도, 코도, 입도 그 자리에 그대로인데, 50대 남자가 하루저녁에 보톡스를 맞은 건 아닐테고 도대체 우리 신체는 어떻게 하루 아침에 이런 요상한 마술을 부리는 걸까요?


정말 짠! 하고 신이 재주를 부린 걸까요?

아니면, 제 눈이 잘못 본 걸까요?

저는 전자쪽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느낌으로 저는 1시간 넘게 당신과 대화하면서 사실, 당신얘기보다 당신의 모습을 세세하게 관찰하는 신기함을 누렸습니다. 말씀하시는 내내 입안의 액체가 밖으로 튀기 시작하고 콧잔등과 이마에는 물기가 촉촉히 맺히기 시작하면서 볼은 서서히 열로 데워지더군요.


저는 이럴 때 흥분을 잠재우기 힘듭니다. 하마터면 당신 앞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 했으니까요. 당신의 그 모습은 분명, 당신의 가슴이 평소보다 더욱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며 뛰는 가슴의 강도만큼 가슴을 시작으로 뿜어내는 피가 가열찬 속도를 냈다는 것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 속도는 아무리 50대의 혈관이라도 젊은이의 그것에 뒤지지 않았고 그 강도 또한 원심력을 보태 손끝 발끝까지 열렬하게 진동을 가해 순환하며 내달렸지요. 이 피가 이동하며 뿜어내는 진동으로 당신의 몸 속 액체들은 밖으로 튕겨져나오든 밀려나오든 스며져나오든 어떻게든 나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같은 원리를 쉽게 알 수 있죠. 그 날 당신이 보여주셨듯이 가만히 앉아서 입과 혀를 움직였을 뿐인데 당신 이마와 콧잔등에 송글 맺히기 시작한 액체와 평소보다 더 많이 튀기는 타액, 그리고 대화중에 무의식적으로 눈가를 손등으로 스윽 문지르는 건 아마도 그 곳에서도 촉촉함이 느껴져서겠죠. 우리 인간은 가슴의 울림에 따라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하니 몸안에서 밖으로 이동하는 액체의 양이 보이지 않는 가슴과 피의 활동의 강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을 우리는 스스로의 몸이 보여주는 것으로써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보일듯 말듯 드러내는 액체들은 보이지 않고 가보지 않은 앞날을 감각적으로 인정해버릴 수 있는 용기를 만들죠.


아...

진심으로.. 원하는구나...

너무 간절하구나...

그리고..

어쩌면...

드디어....

되.겠.구.나.....


당신의 피가 더 속도를 내어 당신의 몸 구석구석을 자극하게 하세요. 마치 우리가 달리기를 하면 땀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도 평소보다 더 움직이면 땀을 흘립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은 가슴이 평소보다 심하게 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지요. 얌전하던 가슴이 이리 심하게 뛰어대니 피도 덩달아 손끝 발끝, 온몸 구석구석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그렇게 미세한 내면의 팽창은 눈코입이 그 자리에 그대로인데도 근육들을 밀어내어 피부의 미세한 잔주름들을 펴댔겠지요. 그래서 그 날따라 '뭔가 달라보이는' 느낌? 이 있었던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이뿐이겠습니까?

당신을 가슴뛰게 한 그 정체는 비단 가슴이 뛰고, 피가 돌며 땀이 흐르고, 그 땀이 몸 속 액체들을 밖으로 분출시켜 근육이 팽창되는, 육체에만 자극을 주는 걸까요? 아닙니다. 분명 지금 흘러 피부로 다시 스며들거나 공기 중에 증발해 버리는 액체보다 더 넓고 멀리 당신의 에너지를 전해준답니다. 당신이 이것을 꼭 이해하셔야 합니다.


당신이 평소 하는 말투와 소리의 크기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한단어한단어라도 새지 않도록 혀를 눌러 말하는 그 진중한 어조. 이에 따라 당신 속에 육중한 덩어리로 뭉쳐진 기체들은 당신몸을 빠져나와 세상으로 등장합니다. 하하 하며 똑같이 웃더라도 솔과 도의 톤은 분명 뿜어내는 기체의 양이 다릅니다. 게다가 기체가 압축되어 뿜어진다면 공기에 가하는 타격이 셀 수밖에 없겠지요. 마치 후 불면 촛불 1개를 끌 수 있지만 더 강하게 압축시켜 훅 불면 몇개의 촛불을 끌 수 있는 것처럼요. 하나 더 보태볼까요? 당신의 볼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 역시 당신 속의 기체들이 피의 땀과 함께 온도를 높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열기(熱氣)라고 하죠. 뜨거운 기운.


이렇게 당신의 가슴이 당신에게 뚫려 있는 수많은 구멍들을 통해 액체와 기체들을 마음껏 세상으로 돌진시키니 이 가열찬 에너지가 세상을 더 강하게 타격해가며 자기 지체를 알리고 같은 기운으로 공명하는 그것들을 어찌 불러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 날 아침,

당신에게서 이러한 귀한 모습을 보게 되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귀한 모습을, 당신에게서 보게 되어 진심으로 행복감이 온 가슴에 퍼졌었습니다.


늘 우스갯소리로 8분만 얘기하라고 제가 그러죠? 당신의 잡식들과 구라(?)들이 늘어지면 한정없어 급기야 제가 8분이라 정해 버렸는데 (참! 8분은 아무 의미없습니다. 5분은 너무 짧고 10분은 너무 길어 그런거니까요.) 이제 배로 늘여야겠어요.


8분은 당신밖으로, 8분은 당신안으로 얘기하세요.

가슴에게 들리도록,

그래서 가슴이 뛰도록,

그래서 피가 세차게 돌며 땀을 내도록,

그래서 온몸의 액체가 밖으로 빠져나오도록,

그래서 얼굴이, 내 등이, 내 손과 발이 축축해지도록.

그 양만큼 눈에 결코 보이지 않는 당신 속의 기체들도 덩달아 당신 밖으로 분출되어 세상과 공명을 만들도록.


이같은 자극이 어느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겁니다.

또 언제나 맘먹으면 일어나는 증상들도 아닐 겁니다.

우리는 대개 일상에선 무기력하다 가끔 기운차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또 명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간혹 찾아오는, '가슴을 움직이는' 반가운 소리를 통해 우리가 내보내는 액체와 기체에 세상은 반드시 반응하며 화답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역시도 쉽게 알 수 있지요. '될 것 같다'는 믿음. 이 강렬한 느낌이 바로 그 화답이지요. 좀 전까지 없었는데 이 느낌이 어디서 출몰한 걸까요? 내 가슴이 움직이자 믿음이 생겼다면 믿음이 그 화답인 것입니다. 지금 원하는 그 일이, 이루고자 하는 그 업(業)이 '될 것 같은!'


'되고는 싶은데 안될 것 같을 때' 가슴은 쉽게 동요하지 않습니다. 이성은 부정으로, 가슴은 불안으로 가득찬 채 어리석게도 손을 놔야 할 때인데도 더 손을 꼭 잡고 위로와 반성과 용서로 치장된 나락의 길을 가게 되죠. 하지만 이성의 손을 뿌리친 가슴은 '될 것 같을 때' 가열차게 뜁니다. 내게 알려주려는 듯 심하게 뜁니다. 그래서 이 날뛰는 느낌을 외면하면 안되죠. 여기에 화룡점정. '될 것 같은'이 아니라 '된다'는 믿음의 점. 나아가 믿음의 형님뻘인 '확신'이라는 것이 당신 가슴에 오랜만에 찾아온 것입니다. 자주 만날 수 없는 감정이죠.


당신이, 더군다나 50대의 중년남성인 당신이 그토록 오랜 시간 염원에 가둬뒀던 자신의 꿈과 미래를 얘기하는 그 기(氣)는 당신의 지나간 시간들의 지진한 생각들을 다 소멸시킬 것입니다. 꿈을 접으려던 포기도, 안될 것 같던 부정도, 안되면 어쩌지라는 불안도, 되고 싶다는 갈망도, 해야 하나라는 의심과 갈등도 모두 소멸시킬 거예요. 그 소멸된 자리엔 당신이 이룩할 그 거대한 창조의 기운이 자리하여 '될 것 같은'이 아니라 '된다'는 확신이 터를 잡을 것입니다.

당신의 온마음은 자주 오지 않는 그 확신이라는 선물을 꼬옥 품고 새어나가지 못하게 잡아두어야 합니다.


인간은 창조자입니다. 이 말이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과욕으로 들리시나요? 지금껏 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 어제 없었던 표정이 오늘 나오는 것, 찰나전까지 하지 못했던 생각이 떠오른 것, 이 모든 것이 창조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창조자입니다. 오늘 무엇을 창조할까?라는 의문과 기대로 하루를 시작하는, 창조가 습관이 된 사람이 혁신가입니다. 내게 새로운 창조의 기회를 부여한 '오늘'이라는 시간, 우리는 무엇을 창조할까요? 생각을, 지식을, 감정을, 모든 것은 내가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부터 당신이 머리와 가슴에 담고 있었던, 그 긴 세월동안 창조해내고 싶었던 당신의 이상이 현실이 되는 그 장면을 매일 매시간 매순간 떠올리셔야 합니다. 그렇게 당신 가슴에 그토록 이루고 싶던 이상의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발아될 수 있도록 가슴이라는 토양이 숨쉬게 해야 합니다. 쿵쾅쿵쾅!!! 가슴의 들숨날숨에 점점 힘이 붙고 그 힘이 당신의 육체에 반응하면서 당신의 씨앗은 발아하여 현실로 드러날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이 창조자임을 증명해내는 것이며 창조되어야 할 그것이 당신을 통해 세상에 등장하는 당신인생사의 역사적 사건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믿어지는군요....

곧.

당신의 이상이

현실로 발현될 것이....


미리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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