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매일 성당을 찾아 자식을 위해 기도하시는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헛된 길 걷지 않아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되는 형제들에게 감사합니다.
부족한 에미보다 더 큰 꿈을 꾸고 그 길에서 당당한 우리 딸아들에게 감사합니다.
세상에 나밖에 몰라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정신의 자유를 준 주원바보 당신께 감사합니다.
어떤 인연으로 가족이 되어 나에게 생명을 알게 해준 우리집 모든 생명체들에게 감사합니다.
매일 새벽 내 정신을 일깨워주고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새벽독서 한분한뿐께 감사합니다.
어리석인 내 이야기 그래도 읽고 공감주시는 많은 독자들께 감사합니다.
세상에 나오라 손짓해주는, 날 알아주고 챙겨주는 지인들께 감사합니다.
나를 반성케 하고 바른 길을 알게 하고 도리를 지키게 하며 가야할 길을 걷게 해주는 책을 써낸 모든 성인들께 감사합니다.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게 유일한 놀이가 되어 주는 영화들에 감사합니다.
어김없이 찾아와 나를 깨우고 나를 깨지게 하고 나를 일깨워주는 새벽에 감사합니다.
쉼없이 움직이는 나의 손으로 인해 자신을 소멸시키는 내 도구들에 감사합니다.
작게만 느껴지는 날 크다고, 내 안에 우주가 있다고 나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주는 자연에 감사합니다.
내 정신을 화들짝 놀래켜 내가 배움에서 발 떼지 않게 정신없이 몰아쳐 움직이는 세상에 감사합니다.
완전하지 못한 내가 완전해지려 해서는 안된다며, 나의 실재 삶에 발붙이게 하는 지금에 감사합니다.
그 흔한 코로나도, 감기도, 그 외 모든 것들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지켜낸 나의 정신과 육체에 감사합니다.
외면했던 긴 시간에도 끊임없이 나에게 찾아와 나의 간절함을 현실로 이끌어주는 나의 영혼에 감사합니다.
'바라는 것의 실상이며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인 믿음을 믿게 해준 나의 꿈에 감사합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나에게 길을 알려주는 '미래의 나'에게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내게 허락하고 드디어 감사의 마음으로까지 끌어내어주신 나를 창조한 신께 감사합니다.
모든 것에, 모든 이에게 감사합니다.
그러나,
하늘이 움직이는 새로운 시작 앞에서
내 충분히 당신과 친해졌다 자만하는 어리석음으로
당신께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사온데.
새로운 시간에 나를 세워두셨으니
나의 모든 것도 새롭게 하소서.
과거에 붙잡힌 정신에겐 미지의 새것을 볼 수 있는 통찰을 주시고
자꾸만 기대려하는 습관에겐 새 의복을 입혀 새로운 시간에 어울리게 하시고
소멸되어가는 세포들에겐 소멸도 새로움임을 자각하게 하시며
만족하려는 습성에게는 미세한 감각으로 감지된 새로움의 참맛을 알게 하소서.
나에게도 이리 하듯 나와 더불어 사는 모든 이들에게도
새로움의 길이 낯설고 어렵고 불안하지 않도록,
이 모든 감각을 믿지 않아야 새로움을 가질 수 있음을 믿게 하소서.
나를 부여잡고 있는 과거가 준 감각들에서 벗어나
새롭게 오는 날들에는,
마치 처음 느끼는 감각처럼 새로운 감각으로 나를 다시 정비하게 하소서.
나에게 주신 새로운 날들에는
'나'와 함께 '내 인생'을 저기 멀리서 걷던 '나의 꿈'이
내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더불어, 나 역시 '나의 꿈'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손잡히는 거리'만큼, 서로 맞잡을 수 있는 길을 내어주소서.
지금의 이 자리에 나를 데려다 놓으셨듯
하늘의 시간이 한바퀴를 휘 돌아 다시 나를 어딘가에 세워두신다면
나는 내가 방금 당부한 이것들을 당신의 사랑이라 느낄 수 있게 증명해 보여주소서.
그리하여, 이 당부가 자만한 어리석음이 아니었고
당신과의 진심어린 소통이었음을 알게 하소서.
2022년 마지막 날. 지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