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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별거 아니다. 도둑이 되어라

'엄마의 유산 12'

by 지담

이 세상이 온통 창의창의창의를 주장하며 다들 그것을 갖기 위해 안달난 듯하다.

그런데 창의란 정말 단순하거든.

오랜 시간, 많이 비용을 들여서 능력을 키워야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야.


그저, 도둑처럼 살면 된단다!


도둑은 일단 목표가 확실해.

도둑은 이 집을 털까 저 집을 털까 고민끝에 한 집을 정하지. 그 집안 금고 속, 바로 그 보석을 갖는 게 목표야. 정해버렸지. 가질 것이라고, 반드시 갖고야 말겠다고 믿어버리지. 그리고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바로 행동으로 들어가지.


우선, 매일매일, 큰 도둑일수록, 값나가는 보석일수록 염탐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길게 투자하지.

매일 그 집 앞에서 몇명이 드나드는지, 입구가 어디인지, 동선이 어떻게 되는지, 경비가 몇 명인지, 집주인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그 집을 직접 드나드는 사람마냥 구석구석을 샅샅이, 알게 될 때까지 하나하나 상세하게 어떤 것도 놓치지 않으려 하지. 그렇게 숱하게 시간을 투자해. 시간을 투자하는 동안에는 돈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한탕을 위해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떼우면서까지 목표한 그것을 자기 손에 넣으려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지.


그리고 모여서 작당하지. 망보는 인간, cctv를 박살내는 인간, 금고를 기가 막히게 여는 인간을 모으지. 그 보석을 손에 넣기 위한 최첨단장비까지 아낌없이 투자하지. 모든 한계를 극복해내야만 하거든. 그리고 목표한 보석을 손에 넣고 난 이후 확실한 분배를 위해 철저하게 계약하지. 훔친 보석을 들키지 않게 어디서 어떻게 나눌지까지 작당에 작당에 작당을 수시로, 치밀하게, 아주 비밀스럽게 하는거지.

때론 혼자이기도 때론 여럿이 연합하기도 하면서 각자가 가진 최고의 능력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만약에 들켰을 때, 튈 경우도 미리 대비하지.

경찰보다 빨리 뛰기 위해 수시로 체력도 연마하고 그 집 근처 은신처도 마련해두고 골목골목 샅샅이 네비게이션보다도 더 선명한 지도를 머리속에 외워서 넣어버리지. 일단 들켰다 하면 방법은 하나. 무조건 경찰보다 빠르게 뛰어야만 하고 더 빠르게 숨어버려야 하니까. 그리고 또 있어. 육체를 연마하는 것과 함께 자신의 촉과 감을 키우는데 게으르지 않지. 아! 그러니까 '들켰다!'라는 것을 촉, 감으로 순간 캐치해내야 하거든. 그래서 언제나 이들은 자신의 직관을 따르지. 감을 키우고 촉을 다듬지. 이것이 둔하면 그냥 잡혀버리거든. 항상 자신의 더듬이를 세워둔 채 세상과 민감하게 소통하지!


그리고 다시 때를 기다리지.

무조건 기다리지. 목표한 보석을 손에 넣는 그 순간만을 상상하며 계속 기다리지. 힘을 키우면서 말이야. 더 빠르게 뛰고 더 민첩하게 담을 넘고 1초라도 더 빨리 금고를 열기 위해 자신의 오감과 이성과 기술을 최대한 한계치까지 끌어올리지. 그러다 보면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때를 만들어내지. 그리고 이때다! 감이 오면 미루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퇴근이란 것도 없어. 꼭두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불평이 없어. 자나 깨나 무조건 그 생각뿐이야. 그러다 보니 엄청난 발상들이 마구마구 떠오르지. 여기로 침입하려 했는데 저기가 낫겠네. 이렇게 금고를 여는 것보다 저렇게 열면 더 빠르겠네. 이 도구보다는 저 도구가 낫겠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기발함에 놀라면서 계속 모의하지. 각자가 최대한 '놀랄만한 기발한' 것들을 찾아서 다시 모이지. 잠김 것은 반드시 풀리고, 막힌 곳은 반드시 뚫리고, 가려진 곳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철저한 믿음 아래 끊임없이, 될 때까지, 보석을 손에 넣을 것이라는 확신하지.


그들의 모임에선 늘 환호가 터지지. '이야!! 이런 방법이 있었어?', '이야! 이렇게 하면 되겠네!', '이야! 이거 성공하면 어떻게 되겠네!', '이야! 대단하다! 굉장한걸!'. 작당할 때마다 그들은 목표를 이룬 그 시점을 위해 서로 하이파이브를 외치며 매일 된 것처럼 행동하고 된 것처럼 부르짖고 된 것처럼 기뻐하지. 결정하고 과정으로 입증해가는, 말 그대로 철학의 실천이야. 서로의 믿음은 더 끈끈해지고 너 없이는 안된다는 것까지도 알게 되지.


그들의 머리 속에서는 전체 설계도는 물론, 설계를 현실화시키는 시나리오가 더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어. 그렇게 치밀하게 모두가 한치의 오차없이 시나리오대로만 움직이기로 암묵적 다짐도 하지.


자, 드디어 그 날이 왔어!

전체를 주도하는 대장의 머리는 초조하고 긴장되지만 모두의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온몸의 감각을 집중시키며 지시하지. 나머지도 마찬가지, 대장의 숨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세포를 열어두고 초긴장하지만 실전에선 완전 전문가야. 집중력도 대단해! 그 떨리는, 긴장되는 순간에도 초집중을 발휘해서 자기가 해야 할 딱! 그것에 몰입하지.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도둑의 모습에서 '악'을 빼고 들여다보렴.

창의가 바로 거기에 있단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기에게 없는 것'을 '자기에게 있게' 하기 위해

작당과 모의, 민첩과 초집중으로 때론 혼자, 때론 연합하는 그 힘이

없.는.것.을 있.게. 하지


우리는 모두 자연의 도둑이야.

무상으로 다 가져가라 허락된 그것을 내 것으로 가져가는 도둑이지.

우리는 모두 공개된 비밀을 풀어내는 도둑이야.

세상은 단 1초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으니 비밀번호가 계속 바껴. 우리는 그 것을 풀어내는 도둑이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도둑이야.

누구를 만나도, 어디를 가더라도 그 모두에서 무언가를 나의 머리와 가슴에 담게 되지.


너는 제발 진짜! 도둑이 되어라.

훔치지 말라고, 가져가지 말라고 한 것 말고

훔치라고, 가져가라고 마구 뿌려놓은 세상의 모든 것을 맘대로, 마음껏 담아라.

무상으로, 아무것도 없이 태어났으니 세상이 준 것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도둑이다.

단, 선한 도둑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훔쳐

자기 안을 꽉꽉 채우고,

그리고 세상으로 다시 모두 내놓는.

선한 도둑,

바람직한 도둑.

제대로 훔치고 제대로 내놓는 진짜 도둑.


창의란

세상이 네게 허락한, 아니, 모두에게 공개해놓고 다 가져가라 외치는 모든 것들 가운데

네가 정한 목표를

도둑의 심정으로,

도둑의 체력으로,

도둑의 집요함으로,

도둑의 기발함으로,

도둑의 협동으로,

도둑의 예리함으로,

도둑의 민첩함으로

네 것으로 흡수해버리는,

그렇게 세상의 것을 네 것으로 만들어 다시 세상에 내놓는

바로 그것이 창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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