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1. 28. 저녁 9시가 조금 지나 브런치에서 메세지가 왔다.
'구독자가 1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지금은 1007명.
계획한 바도, 목표한 바도 없었는데
숫자의 위력은 내 감정과 정신을 약간 흥분시켰고
나도 모르게 내 속에서!!!
'와!!!'
내 성격상 급한 일도,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굳이 말하는 편이 아니어서
나의 카페와 여기 주체가 된 브런치에만 살짝 감정을 공유하고 말겠지만
그냥 좀 놀랐다.
이제 브런치 시작 5개월이 좀 지난 시점인데
1000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선물같다.
나는 선물받았다.
뭘 했다고?
그저 나 좋아서 글을 쓴 것뿐이고
글을 쓰며 나의 사유의 길이 다듬어졌고
내 속을 샅샅이 훓는 시력이 조금 좋아졌으며
이로써 나는 나를 더 잘 이해하면서 나의 길을 걷는다는 충만감도 느끼고 있는데?
게다가,
이 공간에서 수많은 공감과 응원과 힘을 얻었는데?
그렇다면, 선물의 의미는 다른 곳에서 찾아봐야겠다.
수많은 덧글들에서 유추해본다면
나의 글을 통해 누군가는 성장을 해냈을 것이다.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하루라도 치열했을 것이다.
몰랐던 진리를 깨닫기도 했을 것이고
공감되는 글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선물이라 여긴다면 너무 오만한 것일까.
오만해서 글을 쓴 것이 아니니 오만의 의도가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며
글이라는 본성 자체가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바람직한 영향을 주는 것이어야 하기에
그저 본질에, 기본에 충실했던 것에 대한 결산 정도이니 오만은 아니라 판단하련다.
그리고 ,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쓴 것에 대해 1000이라는 숫자를 보고는 칭찬부터 하려 했는데
이는 좀 민망한 듯하다.
왜냐면, 느닷없이, 계획없이, 이유없이 브런치작가가 되어버린 것을 뒤늦게 알고는,
그러니까 선물처럼 받은 것에 대한 대가로서 나는 매일 글을 썼기 때문에
마치 의무와 같았다고나 할까...
글을 써야지써야지 하면서도 미루고 또 미뤄오다가
딱! 걸린 거지! 라며 '잘됐다! 샘통이다!' 나를 그리 스스로 놀려대며 매일매일의 글쓰기로 나를 좀 연마(?)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칭찬하기보다는 그저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결과적으로, '1000'이라는 숫자는
이제 또 알아서 불어날 것인데
숫자가 가는 속도나 부피만큼
나는 나를 불려나가고 있었느냐? 또 있느냐? 라는 질문 앞에서
물론, 글의 양은 쌓였지만
보이지 않는 글의 질적인 부분은... 아직도 성에 차지는 않기 때문에
나는 이 질문에 떳떳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당당하게는 말할 수 있다. 일단 계속 양은 불려 나가겠다고,
영글지 못해, 표현하지 못해 쩔쩔매는 부분이 많기 때문인데 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그저 이렇게 해석하련다.
죽을 때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을 욕심낸다면 나는 탐욕스런 인간이 된다.
그러니,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어휘력이 늘었다면 됐다.
오늘도 글 하나를 써냈다면 됐다.
그 글들이 알아서 너를 데려갈 것이니 너는 늘 써야할 것이나 써라. 라고.
이렇게 나의 감정과 정신을 정리하고 나니 궁금해진다.
개인적인 의미를 제외하고
브런치 독자 1000명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무언가가 있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혹시 아는 분 계시면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달라질 건 없다.
그저 나는 묵묵히 계속
어제처럼 오늘도 글을 써내면 된다.
어제 몰랐던 단어 하나 발견해내면 된다.
어제 보이지 않던 무언가를 봐내면 된다.
어제 느끼지 못했던 감각 하나를 느껴내면 된다.
어제 알지 못했던 사실 하나를 더 지각해내면 된다.
그렇게 매일 사유의 길에 한발짝만이라도 걸어내면 된다.
그렇게. 그렇게. 매일.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