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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Aug 19. 2022

철학에서 '부(富)'의 근원을 찾다 - 세네카 2편

- 많은 것이 나가도 흘리는 것 하나 없는. 

현자는 부를 나눠준다.

선한 사람들에게, 또는 선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부를 증여하며, 

그것도 입금과 마찬가지로 출금도 장부에 써넣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는 자로서 

마땅한 일이지만,  

깊이 생각하여 가장 걸맞는 사람을 가려서 나눠주고, 

잘못된 선물은 수치스러운 낭비가 되므로 올바르고 정당한 이유로 줄 것이다. 

호주머니는 언제라도 열 준비가 되어 있지만 구멍은 뚫려 있지 않고, 

그 호주머니에서는 많은 것이 나가도 흘리는 것은 하나도 없다.’

-세네카의 인생철학이야기, 세네카, 2016, 동서문화사


워렌버핏이 식사를 주로 맥도널드의 햄버거를 먹는다는 공공연한 그의 생활은 누군가에겐 이상한 의문이 들게 한다. 

"왜?"

"돈도 많으면서 좋은 거 먹지?"


빌게이츠는 자신의 그 어마무시한 재산가운데 극히 일부만 자녀에게 상속하고 나머지는 모두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버진기업의 괴짜CEO로 유명한 리차드 브랜슨 역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자신의 재산 절반을 내놓겠다고 발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우리는 이러한 수퍼리치들의 '선한 영향력'을 매체로 접하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부'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말이다.


실제 워렌버핏이 맥도널드를 그 날만 먹었는지, 아니면 알려진대로 평생무료권이 있어 자주 먹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빌게이츠가, 리처드브랜슨이 정말 선해서 그렇게 행동했는지 아니면 아무리 돈을 써도 돈이 넘치니까 베푸는 것인지, 남 비꼬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처럼 마케팅을 위한 것인지, 여하튼 우리는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한 몇가지 사실만은 간파해야 한다.


첫째, '부자'들은 최대한 아껴쓰고, 정말 써야할 곳에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사실.

둘째, '부자'들은 자신의 고통과 인내로 축적한 '부'를 다시 세상에 환원시킨다는 사실. 

셋째, 결국 '부자'들의 '부'는 곧 '자신을 세상에 증명'하는 도구라는 사실. 

넷째, '부'를 대변하는 '돈'을 선한 방향으로 쓰는 이가 더 부자가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세상이 점점 나아진다는 사실.


우리는 이와 같은 몇가지 인식만으로도 충분히 '부'에 대해 긍정적이어야 하고 '부자'를 꿈꿔야 한다. 


세네카의 '현자는 부를 나눠준다.'라는 말처럼 '선한 수퍼리치'들은 부를 나눈다. 그런데 이를 '나눠주기에 부자가 된다.'라고 해석해 보자. 세상에 창조된 유기체는 세상에서 쓰이다가 다시 창조된 그 곳으로 돌아간다. 인간이 창조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듯 말이다. 모든 사물이 유기체라는 관점에서 '세상에 내놓은 부' 역시 자기가 창조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우주의 원리가 그렇다. 그러니 내가 창조한 '부'도 꽁꽁 가둬놓지 않고 세상에서 잘 쓰이도록 세상으로 보내주면 오히려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선한 부자들의 부는 공기처럼 늘 존재하면서 늘 불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빌게이츠가 자식에게는 아주 조금만 유산을 남긴 것이나 리처드브랜슨이 자기 재산의 절반이나 환경을 위해 내놓는 결정은 세네카의 표현대로 '잘못된 선물은 수치스러운 낭비'라는 사실을 실천한 것이며 '호주머니는 언제라도 열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전하는 수퍼리치들의 이같은 행보는 '호주머니에서 많은 것이 나가도 흘리는 것은 하나도 없기에' 이들에게 '부'는 곧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며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며 '자신의 삶의 가치'를 현실화시켜준 도구인 것이다.


이제 '나'로 돌아와보자.

사실, 빌게이츠나 워렌버핏, 리차드브랜슨과 같은 부자들은 만나본 적도 없고, 그냥 나랑은 다른 사람이라 부럽지도 않다. 그저 남의 얘기에 그치고 만다. 이들에게 배우긴 하지만 이들의 삶을 실천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내 주변에 나보다 조금 더 '부자'인 이는 누가 있을까? 대개 유유상종이라 내 주변도 나랑 비슷비슷, 그래서 나는 감히 나로 정했다. 3년 뒤 나를 내가 원하는, 나의 수준에 적합한 '부자'로 일단 '3년뒤 원하는 나'를 정해놓고 그 인물을 따라 3년간 '부자'들의 행동을 모방해본 것이다. 이 3년은 얼마나 치열했는지 감히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3년이 지난 지금?

음... 내가 정한 '원하는 나'보다는 한참 못 미치지만 만족스러운 정도?


지나고 보니 더 부지런하고 더 열심이었고 더 지독해서 힘들었던 것이 아니다. 가난한 마인드의 나를 부자의 마인드로 바꾸는 인식의 변화, 나도 모르게 내게 체화된 가난한 자들의 습관적 행동을 부자들의 성공행동습관으로 바꾸는 행동의 변화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익숙했던 습관들을 나에게서 떼어내고 새로운 습관들을(일명, 부자들의 성공습관) 나에게 갖다 붙이는 데에 최소 1년이라는 시간은 나를 엄청난 고통으로 빠뜨렸다. 


부자가 되어보자. 라는 결심을 한다 한들 '부자들만의 엄청난 정보'가 내게로 올 것도 아니고 내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부자들을 모방하는 것부터 시도하는 것이었다. 세네카가 '현자는 부를 나눠준다. 선한 사람들에게 또는 선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라는 표현에 걸맞게 '내가 선한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되면 나에게로 선한 기운이 몰려올 것이며 세상은 내게로 와 내 것이 된, 이 선한 기운을 잘 쓰이도록 하기 위해 고급정보가 들리는 귀를 선물하고 지금껏 내가 생각하지 못했건 잠재된 나의 능력을 분명 찾아내게 할 것이라고 믿고 행동했던 것이다.


세네카는 이렇게 '부자가 되고자' 하지만 '부자가 너무 먼' 우리같은 평범한 이들에게 커다란 메세지를 전했다. 

'선한 사람이 부를 지닌다'는 사실

'부는 선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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