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 Mar 26. 2023

SSWB 모델의 실천사례2
-아들의 유학결정

공부 못(안)하는 자녀를 둔 부모 필독!-20탄

몇주에 걸쳐 말씀드린대로 여러분에게 자녀를 지혜롭게 키우기 위해 부모에게 꼭 필요한 지식의 기본이 되는 이론 몇가지를 소개해드릴 것입니다. 지혜균형이론(A Balance Theory of Wisdom)과 SSWB 모델, DIKW모델인데요.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SSWB모델'을 설명드릴 것이며 실천사례를 공개합니다. 혹시 지난 시간 글들을 아직 읽지 못하신 분은 지난 18편을 읽으시고 오늘 글을 읽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417

지혜학습매커니즘SSWB모델 - 김주원 


자, 아들유학이라는 변수가 제 인생에 찾아왔습니다. 당시 중3인 아들(다소 어리다고 여겼죠), 경제적인 여건, 미국이라는 환경, 유학에 무지한 부모. 지금까지 들어온 수많은 유학에 대한 편견 등 여러가지들이 있었지만 이 모두는 저의 과거의 경험의 잔재. 결과적으로 당시 유학은 아들을 위한 탁월한 선택이었으며 이 선택을 위해 SSWB모델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단계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단계, 자기인식(Self-awareness)

나도 내 아들도 ‘내면에서 간절히 원하는 게 뭘까?’ 내면의 소리에 집중했습니다. 나는 내가 아는 아들의 과거~현재와 내가 모르는 아들의 현재~미래를 찬찬히 그려보았지요. 그리고 나의 내면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아들에게도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 보라고 했으며 이 시간을 두어 달 정도 가졌습니다. 2달 뒤 우리 각자 생각한 뒤에 얘기하자. 했거든요.  나의 내면은 아들이 진정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도우라고 소리쳤고 아들의 내면에선 파충류나 양서류를 공부하고 싶다고 외쳤다고 하더군요.


2단계, 상황인식(Situational awareness)

경제적 사정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불안하긴 했지만 불가능하진 않았습니다. 불안과 불가능은 유와 무의 차이니까요. 유학이라는 변수는 인생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나의 경우엔 처음 접하는 낮선 도전이었습니다. 일단 저는 유학경험이 없었고 가족 중에서도 외삼촌께서 교환교수로 다녀오면서 사촌동생이 3년 정도 유학생활을 하긴 했지만 그것은 부모와 함께 동행했던 것이기에 조금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아무튼 경제적으로도 과연 대학졸업까지 무려 10여년을 지원해줄 수 있을까 싶었고 미국엔 연고가 전혀 없었으며 당연히 나는 아들과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들의 영어실력도 딱 한국의 중3수준.(거두절미하고 말하지만 난 학원을 보내면서 공부를 시킨 엄마가 아니기에 우리 아들의 영어실력은 상당히 부족했죠.)유학을 가게 된다면 입학 시기는 바로 4~5개월 뒤로 정해야 고등학교 입학이 가능했기에 결정해야 할 시간도 촉박했다습니다.


객관적으로 주어진 상황은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중3 아들이 졸업을 앞두고 혼자 떨어질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감정(‘걱정’이 더 맞는 표현)들이 치고 올라왔지만 이 모두를 배제하고 객관적 상황에만 집중했습니다. 영어실력, 미국에 지인이 없는 것, 경제적 상황, 모두 관점의 차이였습니다. 영어는 가면 익숙해질 것이고 미국에 지인이 없는 것은 뭐, 어차피 유학은 혼자와의 싸움이니까 문제 삼지 않아도 되었으며 경제적 상황은 불행 중 다행으로 추천을 받은 사립학교의 재단이 튼튼해서 학비가 국내 대학학비의 1/2정도 수준(당시 미쳐 고려하지 못한 것은 홈스테이비용이었다. 학비의 2배가 넘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그 비용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불안하긴 했지만 불가능하진 않았지요. 유학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촉박했지만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구요.

     

3단계, 목적인식(Why awareness)

물론 아들은 “진정 원하는가?”라는 물음에 “OK! 진정 원한다”였습니다.

또 제가 진정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 너무나 명확하고 너무나 간절하게도 난 아이가 자신이 꿈꾸는 것을 현실로 이뤄내는 것을 원했습니다. 문제는 엄마인 내가 아닌, 아들이 진정 원하는가였는데 아들 역시 자신은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 파충류를 비롯한 다양한 공부를 하는 것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부를 통해 자신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지구환경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생명체를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연구하고 치료하고 분양도 하고 주변에 알리기도 하는.... 아무튼 뚜렷한 직업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생명체들을 공부하고 그들을 평생 옆에 두고 살고 싶어하는 것이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저와 아들의 목적이 여러분에게는 너무나 이상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꿈인 것이죠. 10의 9는 ‘그거 해서 어떻게 먹고 살려구?’ 라는 말을 했으니 이상적인 꿈일 확률이 높지요. 하지만 이상을 현실과 연결짓는 사람이 성공자입니다. 이 단계에서 저는 거의 확신에 가까워졌습니다. 1단계의 내면의 목소리와 3단계의 목적이 거의 일치했고 2단계의 객관적 상황은 문제될 것이 없었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제 안에서 치고 올라오는 감정은 안가본 길을 걷는 두려움 비스무리한 그런 것들이기에 잠시 접어두었지요.

     

4단계, 행동변화인식(Behavior change awareness)

저와 아들은 이제 ‘how to’, 역할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일단 우리는 약속부터 했어요. 

“엄마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할 테니, 넌 네 역할이 뭔지 지금부터 작성하고 공유하자.”

엄마인 나의 역할은 유학과 관련된 제반사항을 체크하고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밖에 없었어요.(물론 서류부터 잡다한 일들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가장 문제는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칠 3년간의 예산을 만드는 일이 가장 현실적인 저의 준비라면 준비였지요. 역시 어려웠지만 불가능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를 끝냈지요.


아들은 기본적인 생활습관 점검부터 영어공부와 자신의 꿈 키우기, 세상을 알기 위한 책읽기(고전이나 철학서) 밖에 없었습니다. 영어공부는 유학비용에 조금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돈이 들지 않는 미국드라마와 영화를 원어로 매일 한 편씩 보기로 했어요. 정말 놀라웠습니다. 3개월이 지나 중3 기말고사를 치르는데 그 형편없었던 영어점수가 99.8점이 나온 것입니다. 역시 영어는 학원 다닐 필요가 없어요. 영어뿐만 아니라 뭐든 간절하면 다 됩니다. 귀가 트이면 말이 트이고 말이 트이면 쓰기도, 문법도 다 된다는 것을 아들은 몸소 체득했고 난 옆에서 간접적으로 놀라며 체험했죠.


한편 아들이 집에서 키우고 있던 ‘비어디드레곤’, ‘사바나모니터’와 같은 파충류부터 다양한 생명들은 한국에 있는 동안 더 사랑하고, 유학가기 전 정말 믿을만한 분들에게 분양하는 것이 중요한 정리 가운데 하나였기에 당연히 아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더욱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아쉽게도 책은 많이 읽게는 못했지만 미국역사를 공부하는 책은 집중해서 읽었어요. 물론 이 외에도 스스로 일어나기, 계획성 있게 생활하기, 영양가 있게 식사하기, 계획 잡아 실천하기 등 엄마와 약속한,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게 될 그 날들을 위한 습관만들기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유학을 결정하기까지, 그리고 유학을 떠나기 전날까지도 저의 내면은 복잡했지요. 겨우 중3인 아들은 영어공부(영화보기)를 안하고 게임을 하기도 했고 친구들과 놀다가 밤늦게 들어오기도 했고 엄마인 제게 대들며 사춘기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고 오늘 하기로 한 것들을 못해낼 때도 있었어요. 이럴 때마다 나는 감정을 배제했고 목적위주로 사고하려 저를 다스려야 했습니다. 덕분에 아이의 하루일상(부분)에서의 실수나 부족함보다는 아이의 미래를 지원하는(전체) 옳은 길이 승리했죠. 아들의 꿈, 환경, 생태계, 더 넓은 세상에서 글로벌한 마인드를 키우는 것 등등이 모두 아이의 순간의 실수나 잘못, 일상보다 훨씬 옳은 방향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들은 수의학분야에서는 미국에서 손가락안에 드는 대학에 장학금 4천만원을 받고 입학했으며지금 너무나 재미나게 잘 다니고 있죠.


엊그제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공부가 너무 재밌어요. 미국에서 수의사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난 아무 것도 안할거예요. 공부가 너무 재밌어요." 라구요.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부분이 아닌, 전체로,

일시적이 아닌, 지속된 길을 위해 순간의 선택은 아주 중요합니다.

분절된 사고.

SSWB의 매커니즘은 제게 아주 유용한 삶의 도구입니다.


20편에서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혜는 학습 가능'하다. SSWB 모델의 실천사례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