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 Apr 06. 2023

브런치 200일,매일새벽 5시발행,
내일부터 다시1일

오늘 날짜로 브런치 200일째

연애를 하면서도 100일, 1000일 같은 걸 따져본 내가 아닌데

생일도 늘 뒤늦게 아차! 챙기는 나인데

명절도 달력의 숫자를 보지 않으면 절대 알지 못하는 나인데

숫자와는 엄청 거리가 멀다는 걸 산수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되는 나인데


브런치 200일을 미리 계산해서 적어놓은 것을 방금 발견했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리는 것이 나를 키워주는 가치있는 일이라서인가보다.


우연히 접한 브런치에서 에세이라는 것을 처음 써보며

1000일이 넘은 새벽독서로 흩어졌다 다시 자리잡아가는 나의 앎과 삶을 면밀히 살피게 되고

매일 새벽 5시 발행이라는 나름의 약속을 국가기밀보다 귀하게 지켜내기 위해 나와 전쟁을 벌이는,

결국, 

매일 새벽 3시부터(처음엔 4시) 1~2시간의 글쓰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곳간에 쌀이 쌓이는 부유한 느낌이 이런걸까 싶은 충만감에 

매일을 감사와 행복감으로 시작하는

소중한 일상의 가치가 내 삶에 스며들어서겠지.

300일은 몇월 몇일일까? 이것도 적어놔야겠다.


며칠 전 미국에 있는 아들과 영상통화를 하다가 '00아, 힘들지 않아? 괜찮지?' 진부한 엄마걱정을 살짝 드러냈더니 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원래 가치있는 일은 힘든거야.' 라고.

아니, 언제 이렇게 커버린거지? 

'오! 엄청 멋진대!!'했더니

'엄마가 늘 하는 말이잖아. 그리고 힘든 건 낯선거지 진짜 힘들거나 어려운 게 아니라고. 반복하면 된다며?'한다.


스며든다.

언어도 행동도 사고도 ...


가치있는 일은 고통을 수반한다. 

당연한 진리다.

매일의 독서와 글쓰기는 겉으로는 헐랭이처럼 보일 지 모른다. 

아니, 그리 보인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늘 치열한 전투중이다. 

내가 나를 지배하기 위한 전쟁. 

감정과 정신의 영토전쟁. 

영혼과 정신의 정치전쟁.

정신이 감정을 함락하고 영혼이 정신의 지휘권을 확보하기 위한 세력전쟁. 

이로써 외부로부터 주어진 무한보급품인 시간과 자연을 오로지 나의 것으로 하여 

자유를 얻고자 하는 해방전쟁.


나와 벌이는 전쟁의 적군은 과거의 나, 아군은 미래의 나다.

헐랭이로 보이는 나의 외적환경에 매일이 전쟁인 나의 내적환경은 

명확하게 양극이자 중용의 실천원리대로 흐르고 있다.


내 이름 주원. 

심지주, 강물원.

중심을 잡고 흐름대로 살겠다는 깨달음 뒤에 개명한 이름이다.

중용으로 삶의 균형을, 양극의 원리로 생의 인과를 내 삶에 익숙하게 스며들게 하여

가치있는 생의 마감을 위해 하루, 오늘, 지금을 단단히 땅위에 고정시키는, 

이러한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여 결코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 지금.

나는 내 인생 최고의 시간들의 손을 잡고 나의 길을 걷고 있다.


브런치라는 우연히 접한 계기를 직관으로 받아들이며

매일 5시 발행해보자. 딱 3개월만 해보자! 했던 것이 200일이 되었다.

하루도 어기지 않았고 하나의 글도 대충쓰지 않았다.

발행한 글보다 버린 글들이 많았지만 

버려진 글들을 소생시키는 근육도 이제 조금씩 생겨나는 느낌에 또 다시 처음 글쓰는 이처럼 나는 설렌다.


최근 프루스트를 접하면서 묘사의 진수를 알게 되고

이러한 관찰이 나에게 턱없이 부족함을 알게 되었다.

갖고 싶어 미치겠기에 가져보려 미치도록 써보지만 묘사의 시력이 현격히 부족한 것만 절절히 경험할 뿐 글은 여전히 제자리다. 

하지만 괜찮다. 

앞으로 100일 뒤 나는 또 달라져 있을 거니까.


200일을 기념하여 나는 또 혼자만의 세러머니를 벌이련다.

기존의 글들을 모두 전자책(종이책 출간은 내가 더 농익은 후에 하기로 하고)으로 이동시키려 한다.

따라서, 기존의 브런치글들을 여기 공간에서는 잠시 동안 내려야겠다.

새로운 백지상태에서 다시 나는 시작하려 한다.


다시 시작되는 100일간 어떤 녀석들이 잉태되어 탄생할지  

나는 늘 그렇듯 더 지독하게 나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저 글을 믿고 

나에게서 튕겨져 나오는, 누군가에 의해 끄집어내지는

절대적인 수동의 자리에 서서 

나는 나에게서 잉태될 글의 도구가 되어보련다.


역시 원리는 항상 옳다.

처음엔 내가 습관을 만들지만 이내 습관이 나를 만든다.

처음엔 내가 목표로 향하지만 이내 목표가 나에게 온다.

처음엔 내가 책을 고르지만 이내 책이 나를 선택한다.

처음엔 내가 글을 쓰지만 이내 글이 나에게서 나온다.


원리대로 따라보려

나는 오늘도 나를 지우고 버리고 뒤로 물린다.


나는 없다.

그래서 내가 나로써 존재하게 된다.

이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7개월, 매일 새벽 5시 발행, 구독자119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