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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Apr 19. 2023

브런치 8개월을 시작하는 새벽
2가지창조와 1가지숙제

2023. 04. 18일 밤 12시부로 브런치 8개월째.

새벽 5시 약속을 이번 달에도 지켜냈다. 아니, 이제 애쓰지 않아도 지켜진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독서는 글도 써야 하는 관계로 새벽 3시로 당겨졌고 

몇달 들쑥날쑥하더니 이제는 몇 시에 자든 2시반정도엔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조금 더 토닥대며 자려 해도 이제 안된다. 조금 더 시간을 당기려는 의도로 맞춰진 3시 30분의 요란한 알람은 글쓰다 나를 놀라게 하는 요괴로 전락해버려 이제 없애도 되겠다. 더 이상 시간을 당기면 안될 듯하여 이제 알람이라는 존재는 내 인생에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이로써 나는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긴시간, 책과 글로 나의 정신의 자유를,

낮의 일정시간, 일로서 나의 의무를,

저녁에서 밤으로의 짧은 시간, 내 모든 것에 자유를 허락한

원하는 하루의 일상을 가지게 되었다.


구독자는 1197에서 현재시간 1263. 

매달 100여명이 증가했는데 이번 달은 저조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숫자의 증가는 기쁘다.

이번 달 저조했던 것은 조금 덜 기쁠 뿐 매달 나의 기쁨은 커진다.

새롭게 증가한 70여명의 독자들에게 나는 무엇을 꺼내어 드릴 수 있을까...


매일 글쓰기가 이제 습관이 되어버리면서 

글쓰기의 난해함과 한계와 빈곤도 함께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인지 글쓰기와 동반되는 통증에 많이 무감각해졌다. 

통증이 덜해졌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글의 수준? 실력? 깊이?에 대한 나의 갈증은 여전히 심하다.

물을 조금씩 마셔서 해갈이 안되는 것인지 

물을 파내는 지점이 잘못된 것인지

물 자체의 탁도가 문제인 것인지 

모르겠다. 어찌 되겠지.


내 안에선 여전히 선과 악이 존재함을 느낀다.

예전에는 참으로 많이 싸웠었는데 이제는 안 싸운다. 

그렇다고 친해질 수 없는 이 둘의 관계는 서로 인정, 그저 동반자로서 곁을 내어주고 같이 산다.

악을 없애려 애쓰는 짓은 하지 않는다. 관심주는 녀석은 무조건 어떤 식으로든 몸집을 불린다. 어떤 관심이든 관심받고자 더 애씀을 알기에 그저 내 안에 자기가 자리잡은 그 곳에 머물게 할 뿐이다. 악을 없애려 하면 선조차 소멸되어 버릴 것이니 나는 선에 더 관심주며 얘를 키우는 것에 이제 조금은 편해졌다.


글쓰기공간인 이 곳 역시 나에게는 선과 악이 동시에 출동하는 지역이다. 

대충 써, 그냥 이렇게 써, 오늘은 여기까지 써.

적당히 머무르게 하려는 악과

조금 더, 이 단어대신 저 단어, 여기서 이 말 한마디 더, 이 문장은 다시 써.

머무르지 못하고 끝장을 보게 하는 선.


브런치 7개월을 보내는 한달간....

선과 악의 싸움에서 전체적으로 선이 승리한 것 같다. 

유무형의 2가지를 내게서 창조시켜냈고 1가지의 숙제를 내게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창조는

몇 년 멈추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아니 시.작.되.는. 거대한 코칭프로그램의 1기의 출범이다. 나의 글쓰기의 중심거점인 이 지역에서의 치열했던 시간들은 나의 의지나 계획과 무관하게 수년간 멈췄던 나의 코칭세계를 상상할 수 없는 크기로 재창조시켰다. 내가 세상에 드러낸 것이 아니라 세상이 이를 끄집어낸 것이 확실하다. 무려 1달전만 해도 내가 여기 이렇게 서있을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단숨에, 정말 며칠만에 무려 100장이 넘는 코칭북을 만들어내고 이번주 1기가 출범한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가 현실로 창조되는, 이 엄청난 창조의 정체는 한달간 나의 모든 자원을 그 쪽으로 쏠리게 했고 에너지총량의 법칙에 의해 브런치글에 다소 소홀했음을 인정. 하지만, 코칭의 창조는 7개월간의 치열했던 내면탐구와 이를 쏟아냈던 글들에게서 기인한 것임을 나는 명확하게 안다. 단, 이번 달에는 글쓰기 지역이 내 인생길의 중심거점인 것은 맞으나 여기서 뻗어내려 새롭게 창조되는 세계의 건설을 위해 한달 내내 정신없이 머물렀기에 글에 약간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악과 손잡았다기보다 더 큰 선으로 향하는 길이라 자조하고 자부한다. 


두번째 창조는

작은 축적이 가공할 양을 만들내었다는 지나치게 놀라웠던 '느낌'이다. 처음 경험하는 느낌 역시 창조다. 없던 것이 태어난 것이니 말이다. 그간 써왔던 브런치 글들을 헤쳐모아보니 A4, 글자크기 11로 3천장에 가깝다. 양의 축적은 폭발로 이어진다. 언제 폭발할지는 나의 계산범주가 아니다. 나는 계속 작은 양이든 쌓으면 된다. 내가 놀라면 세상도 놀라겠지. 나의 놀람이 커지면 너도 놀라고 그도 놀라고 세상도 더 놀랄 것이기에 나는 계속 양을 쌓아야 하겠다. 


특히 더 놀라웠던 것은 브런치 3~6개월 정도에 적었던, 글에 치열하게 미쳐있던 그 시기의 글들이 내가 썼지만 남의 글을 읽는 듯 참으로 좋더라는 것이다. 내 글에 내가 좋다고 말하는 이상증상을 이리도 담담히 보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나의 창조물들에 대한 나의 사랑이 크다는 것이기에 나는 더 내 글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의 크기가 더 커진 것 역시 그 크기만큼 창조된 것이다. 남들의 평가나 기준은 모른다. 그들의 기호이니까. 좋은 느낌을 더 진하게 오래 가져가고 싶어졌고 나는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1가지의 숙제는

이렇게 모은 글들을 어찌해야할까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한다. 일단 정리는 거의 끝냈고 한참을 머물렀던 브런치내에서의 정리만 남겨뒀다. 어디로 어떤 식으로 언제 보내야할지 역시 내 몫이 아니라는 정도는 아는 상태에서 일단 정리해두었으니 어딘가로 가겠지. 보내줘야 할 때이다. 보내주고 그 자리엔 새로운 창조물들이 또 더 큰 기지개를 펴게끔 나는 매일 이 시간 여기서 이렇게 이 모양새로 이것을 하면 되겠지.


4년째 이어지는 새벽독서와 7개월간 지속된 글쓰기.

나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도 모르는 길에 들어선 선택자로서의 나는 넘어지든 엎어지든 되돌아가지만 않으면 책과 글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줄 것을 믿는다.

입력된만큼 가공의 농도와 밀도는 강해지고 출력 역시 근사해질 것이다.

제대로 더 읽는 것에 치중해야 함을 여전히 알고 있다.

여전히 알고 있는 이 명제를 숙제로 안아드는,

8개월이 시작되는 오늘.

나는 또 한번 나에게 상기시키며

또 한번 내 안의 열기를 활기시키고 

또 다시 나에게 입력시켜야 할 책으로 눈을 돌린다. 



이번 달에도 여전히 제 글을 읽어주시고 아껴주시고

칭찬해주시고 응원주신, 독자들께 진심다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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