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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May 19. 2023

브런치 9개월, 여전히새벽5시발행,
글쓰기 정체의 의미

2023. 05. 18일 밤 12시부로 브런치 9개월째.

새벽 5시 약속을 이번 달에도 지켜냈다.

이젠 습관이 되었다.

현재 구독자는 1340명, 지난 1263명에 비해 77명(행운의 7이다!!) 증가했으니 너무나 감사하고

글은 매일 꾸준히 작성하고 5월 8일 어버이날 2개의 글을 발행했다. 요즘 나의 여러가지 고민 가운데 아마도 최고의 고민을 찾으라 한다면 나의 자격에 대한 스스로의 검증일 것이다. 


말 그대로 요즘엔 머리가 하얗다.

매일 새벽독서 5시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6시부터 이어지는 1시간여 가량의 토론 및 강의는 여전히 즐겁고 여전히 나누고, 알려주고자 하는 바는 끊이지 않는데 이를 글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 나는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한계는 곧 경계가 됨을 알게 되지만(글을 그래도 뽑아내어 발행하니까) 이에 대해 스스로의 만족이 너무나 현저히 모자라다. 늘 글을 쓸 때면 머리가 하얘진다.


이번 한달은 쇼펜하우어, 프루스트와 더불어 지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년전 읽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주장이 나를 다시 불러들였는지 쇼펜하우어는 최근 나의 사상에 아주 신나는 물줄기를 터주고 있으며 -의지와 표상이라는 그의 양극에 대한 이해가 삶의 원리에 잘 적용되고 있는 정도- 프루스트는 섬세한 관찰과 묘사로 늘 혀를 내두를 정도의 필력에 감탄스럽다. 


그런데 나는 9개월째 접어든 지금 스스로가 자격논란을 벌일만큼 글에 있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다. 투입이 적다는 것이다. 세상은 무조건 공식대로 가게 되어 있다. 입력되는 것이 출력된다. 물론 이성은, 정신은 이를 가공하기 위해 기억에도, 감정에도 도움을 뻗치지만 입력의 양과 질이 출력을 좌우한다. 복사를 할 때 원본이 흐리면 복사본은 무조건 더 흐리게 되어 있다. 나의 독서의 양과 질이 분명 저조해졌기에 나의 글쓰기가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최근 '독서'라는 입력을 고민하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책, 나를 다시 몰입으로 이끌어줄 책을 찾고 있는 중인데 이책저책 끄집어내어 읽어도 보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도 해보지만 나의 지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손에 잡은 책은 카를로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이다.) 제자리걸음이란 것은 정체가 아닌, 퇴보로 규정짓는 나의 혹독한 기준 덕에 나는 매일 좌절감을 조금씩 맛보지만 이를 아프게 느끼지는 않는다. 

습관때문이겠지. 

좌절이 곧 성장이라는 마인드 때문이겠지. 

좌절도 성장의 과정이라 인식하는 기준때문이겠지.


글에 대한 좌절은 이어 나의 글쓰기를 이제부터는 제대로 다시 시작해야 해. 라고 스스로에게 명령하고 매일 행하는 루틴에 '제대로 글쓰기'를 추가시켰다. '제대로'가 뭔지에 대해서 아주 조금 언급하자면 지금껏 에세이식의 글, 나의 사고의 전환이나 진화, 이동을 피력하는 글이나 개인의 성장, 이미 알고 있던 지식의 나열등을 글로 옮겼다면 이제부터는 나의 사상체계를 조금 더 긴 안목으로 장서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무모함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 무모함. 

전문작가가 아닌 나에게는 무모함일 수밖에 없다.

무모한 도전을 앞두고 아마도 이 정체의 시기가 길어지는 듯하다. 입력의 양과 질의 저하가 출력의 양과 질의 저하를 불러온 것에 대한 나름의 해석과 이를 정체와 좌절이라 이름붙인 나에 대한 대변으로 한 단어가 추출된 것이 무모함.이라니. 나는 나를 너무 혹독하게 다루는 것은 아닐까 (글에 있어서만) 싶겠지만 세상 일이 어찌 혹독하지 않고 바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단 말인가.


글이 어렵다는 것은, 글쓰기에 한계가 지어진 것이 아니다.

나의 내면에, 지성에 아직도 빈공간과 연결부분이 자연스럽고 매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나의 입력은 더 과감해져야 할 듯하고

나의 출력은 무모한 도전을 감행해야할 때이다.

무모하기 위해 좌절과 정체는 필수과정인 것이기에 이를 통증으로 느끼지 못하는 나는 참으로 다행인 것이고 단, 이 과정이 진화와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그래도 계속 써내려가면서 하나의 더 커다란 물줄기를 찾아야 하리라.


나의 물줄기는 아직도 가늘다.

참새소리만큼 아직도 재잘대고 있다.

저 하늘 높이에서 유유히 땅위를 바라보는 매의 눈과 자태를 갖기에

나는 현저한 부족함을 절감하며 

오늘부터 앞으로의 1달은 입력의 양과 질에 조금 더 정성과 시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은 안된다. 는 사실 뿐이며

지금과 같다면 정체는 퇴보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함께 하며

조금 무모해진다면 정체는 성장이라는 결실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검열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브런치 새벽 5시 발행 속에 나를 가두는 것은 어떤 이유로서 나에게 답할 것인가

나에게 글에 대한 가치를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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