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겁쟁이를 통해
자신의 어떤 일도 시도하지 않는다.

'시도'

by 지담
스크린샷 2023-06-19 165708.png


신은 겁쟁이를 통해 자신의 어떤 일도 시도하지 않는다.

랄프왈도 에머슨의 '자기신뢰철학'에 담겨 있 소중히 품은 내용이며

팀페리스가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에서도 인용한 문장이기도 하다.


겁쟁이.

두려움과 불안, 미리부터 걱정하는 사람이다.

소심하고 잘 울고... 다른 말로 '쫄보'라 부른다고 사전에 씌여 있다.

사전에 어떻게 적혀 있든 간에 '겁쟁이'란 표현은 듣기 거북하다.

쫄보란 소리는 더더욱 듣기 싫다.


공포영화를 봤을 때

다리 많이 달린 녀석들을 만났을 때

혼자 밤길을 걸을 때 겁내하는 것도 겁쟁이겠지만 이 정도야 꼬마녀석들이 어두운 밤을 무서워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니 귀여운 겁쟁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실제 세상이 겁나기도 하고.


진짜 '겁쟁이'란 어떤 사람일까?

일단 난 일정부분 겁쟁이라는 사실을 시인부터 해야겠다.

그래야 내 글이 누군가를 향한 훈계가 아닌, 동조, 동류의식, 공감, 그리고 제안정도에서 읽혀질 듯해서다.


나로 말하자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잘 뛰어들긴 하지만 이내 '내가 잘해낼까?'두려움부터 가득하다.

언젠가 나에게 고질병이 있는데 눈뜨자마자 불안감부터 느끼는 것이라고 브런치에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눈을 뜬다. 이 녀석들도 내게서 할 일이 있어 온 것이니 잘 품고 가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어떤 느낌이 감각으로 전해질 때 심장이 쿵쾅거리는 경우가 아주 많다.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고 내 온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날 진정시켜야 하는 시간이 종종 요구되는 것이 나란 사람이니 나는 상당한 겁쟁이다.


또 있다. 나는 사람을 무서워한다. 아주 심하게 무서워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은 진리다. 이랬던 사람이 저렇게 하고 있고 저랬던 사람이 손바닥 뒤집듯 이렇게 드러날 때 나는 '사람을 믿지 말자, 의지하지도 말자'라고 스스로 다.짐.까지 해버리는, 아주 용기있는 겁쟁이다. 소로우를 통해 하나의 물줄기도 다른 시냇물로 흘러 다시 하나의 거대한 바다로 가는 것이라고 배웠는데도 나는 이를 단 한단어 '뒤통수'라고 일축해 버리며 사람을 피하는 -어쩌면 외면하는- 아주 심각한 겁쟁이다. 그저 서로 갈 길이 다른 것뿐인데도 저 깊이까지 나를 자책하며 한동안 그 깊은 곳에 나를 가두는, 나는 겁쟁이다.


그런데 에머슨이 알려줬다.

신은 겁쟁이를 통해서는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겁쟁이인 나를 통해서는 아무 시도도 안하신다는 말인데...

난 능력도 있고 착하고 좋은 기운을 가지며 운도 따라주는 사람인데

겁쟁이라서 나같은 사람을 멀리하면 (당)신만 손해이지 않을까요? 라고 건방지게 따져보려 했다가 관뒀다.


일과 사람.

어쩌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일과 사람이 랭킹 5위 안에 드는 것들이며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과 사람에 따른 소란에 곤란, 난감, 난처, 난해함에서 헤매일텐데

이 둘 모두에서 나는 쫄보처럼 구니..

나에게 어떤 일을 시도하지 않으시는 것이 신의 지혜로운 처사라는 것에는

극한 동감을 표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없다.

신에게 당신이 바뀌라고 할 수도

내 말 안들어 준다고 원망할 수도

도전하려고 치솟는 모든 것들에게서 등을 돌릴 수도

오는 사람에게 소홀하고 가는 사람에게 미련떨 수도

일이든 사람이든 적당한 선 안에서만 나를 가동시킬 수도 없다.


방법은 없다.

그저 내가 바뀌는 수밖에.

늘 한결같은 주장이지만

내 인생에 주입시킨 '원리'를 따를 수밖에.


기준을 높이고 수준을 쌓는다.
중심을 잡고 흐름대로 따른다.
계산서를 치르고 영수증을 받는다.
해야할 것 먼저, 하고 싶은 것 나중에 한다.
감각에 민감하며 이성적 판단을 유보한다.
일은 일이 가는 길이 있으니 나는 그에 걸맞는 자격을 갖춘다.
결과를 정하고 과정으로 입증한다.
나는 내 안의 광활한 세계를 믿고 끄집어내는 것만이 내 일이다.
정신의 물질화, 모든 근원물질은 형상화된다.
바라지 말고 바라는 것의 형상을 믿는다.
다른 결과를 원하며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나는 insanity다.
어떤 감정이든 내게 할일을 하러 온 것이니 나를 잘 내어주고 갈 때까지 무시한다.
문제는 해결이라는 이면을 항상 지니고 온다.
인식의 문을 잠그고 열쇠버리고 의식 속에 산다.
성공이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때 멈추지 않는 것이다.


신은 응석받이도 겁쟁이도 다 외면한다.

이들을 위해서는 시련과 고통으로 단련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으시고

늘 잘한다 잘한다 우쭈쭈하시며 스스로 오만에 빠지도록 간과하시며

세상에 그 흔한 운조차 그들에게 갈라치면 잽싸게 낚아채서 다른 이에게 던져버리니

내가 들여다 봐야 할 패는 신의 패다.


신의 패는.

항상 이면에 반대되는 것을 숨겨서 내미신다.

한번도 이 외의 패를 쓴 적이 없으시다.

한결같은 방식으로 패를 내미시니 내가 그 수를 읽어버렸지.


보상 뒤에는 댓가가
권리 뒤에는 의무가
결과 뒤에는 원인과 과정이
해결 뒤에는 문제가
선함 뒤에는 용기가
밝음 뒤에는 뿌연 안개가.


신의 패는 너무 뻔하게 드러나는데도 항상 이기고야 만다.

지는 법이 없다.

자연의 법칙이, 우주의 섭리가 그러니까.

그러니 나는 신과 맞짱뜨지 않고 신의 옆에서 그 패를 읽는 거나 배우련다.


그러니, 신이시여. 나를 세상에 있게 한 창조주시여.

나에게 우쭈쭈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결코 날 응석받이로 키우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내가 겁쟁이가 될 확률이 줄어들테니까요.

겁쟁이가 아니어야 당신이 나를 데리고 무언가를 시도하신다 하셨으니

부디 나를 겁쟁이가 되지 않는 길로 데려가소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그 누구의 손보다 더 귀한 손을 잡고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그 일에

날 제대로 쓰실 유일한 존재인 당신에게 나의 모든 시간을 바치려 합니다.


그런 맘이면 해야할 일이나 하라구요?

알겠습니다!

해야할 것 우선,

하고 싶은 것 나중!



https://cafe.naver.com/joowonw/9032


매거진의 이전글문제없는 인생없지만 해결없는 문제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