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우.보. (虎視牛步)
& 리비스의 동물우화
인생은 참으로 나에게 다양한 것을 요구한다.
그냥 나로 살고 싶은데
어떤 때엔 소처럼 묵묵하라 하고
어떤 때엔 개처럼 충성하라 하고
어떤 때는 곰처럼 든든하라 하고
어떤 때는 여우처럼 영리하라 하고
어떤 때는 토끼처럼 굴라 하고
어떤 때는 독수리처럼 멀리보라 하고
어떤 때는 호랑이처럼 용맹하라 하고
어떤 때는 나무늘보처럼 자중하라 하고
어떤 때는 뱀처럼 기라고 하고
어떤 때는 다람쥐처럼 재빠르라고 하고
어떤 때는 백조처럼 우아하라 한다.
갑자기 오래전 부모교육을 한참 할 때 자주 인용했던 '조지리비스(George Leavis)의 동물학교(Animal School)'가 생각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우화지만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동물들이 모여 '새로운 미래'의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일을 시작해야만 한다고 결론을 내려 학교를 만들었다. 그들은 달리기, 나무오르기, 날기, 헤엄치기 등으로 짜여진 교과 과목들을 만들었다.(중략)
조지리비스 동물학교오리는 수영과목에서 실로 눈부신 실력을 발휘했다.(중략) 날기 과목에선 겨우 낙제점을 면했으며 달리기 과목은 더 형편없었다. (중략) 토끼는 달리기 과목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당당하게 학교 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수영과목의 기초를 배우느라(중략) 토낄는 신경쇠약증에 걸리고 말았다.(중략) 다람쥐는 나무오르기 과목에선 따를 자가 없었다. 그러나 날기 과목에서 교사가 땅바닥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 나무 꼭대기에서부터 날기를 시키는 바람에 다람쥐의 좌절감은 커져갔다.(중략) 독수리는 문제아였다.(중략) 큰 날개를 퍼덕여 다른 학생들을 방해하는 바람에 자주 지적을 받았다. 독수리는 교사에게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해달라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결과 누구보다 활공능력을 가진 독수리였건만 졸업할 때까지 끝끝내 문제아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학년이 끝날 무렵, 수영도 곧잘 하고 달리기와 오르기와 날기까지 약간 할 줄 아는 비정상적인 뱀장어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졸업식장에서 답사를 읽는 학생으로 뽑혔다. 한편 대초원에 사는 야생 개들은 학교에 땅파기와 굴파기를 교과과목에 포함시키지 않는 바람에 남들처럼 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다.(중략)
갈기가 멋진 사자는 단정하지 못하다고 늘 머리를 단정히 짤라야 하고
땅속에 사는 두더쥐는 우울증환자라고 밝은 쪽으로 나오라 하고
캥거루는 두 발 모아 뛰지 말고 한발씩 뛰는 연습을 하라 하고
반면, 타조는 왜 자꾸 뛰기만 하냐고 그 큰 날개뒀다 뭐하냐고 날아보라 시키고
냄새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받는다고 스컹크는 병원에서 장치료를 받아야 하고
.....
우리의 교육이,
우리의 타인을 보는 관점이,
아니,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이
내가 남과 비교하여 나를 대하는 마음이
이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살짝 내 안에서 스며들지만
나는 나답게 살련다.
내가 좋아하는 백호.
분명 호랑이인데 호랑이가 아니다.
분명 돌연변이인데 너무 자태가 멋지다.
호랑이 무리에서 호랑이로 사는 열성이지만 우성보다 독특한 멋을 지닌다.
나는 호랑이의 눈으로
소처럼 걷는,
남들이 형이상학적인 발언만 한다고 뭐라 하더라도
이는 호랑이의 눈으로 더 멀리 보기 때문이며
소처럼 너무 느리다고, 답답하고 미련하다 하더라도
이는 소의 우직함이야말로 진정한 현실을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라 하겠다
나는
호.시.우.보. (虎視牛步)
호랑이처럼 멀리 보고 소처럼 묵묵히.
예리한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며
성실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련다.
경(經)이다.
말을 타고 먼 시선으로 빠르게 달리면서도
발밑의 개미집을 밟지 않는 것....
나는 독수리도, 뱀장어도, 오리도, 캥거루도, 다람쥐도, 타조도,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나답게 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더 넓고 먼 시선으로
지금 현실의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
그렇게
전체의 조화에 딱! 맞게 기여하는 삶...
*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 잭캔필드/마크빅터한센, 류시화역, 1997, 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