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두려운 것에 대하여

by 지담

구부정하고 꾀죄죄한 몸뚱이 숨기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러나 나무에서 자고 나무에서 먹고 나무에서 하늘의 정기를 받으며 그렇게 생을 유지했던 태초의 인류.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인간은 언제 가장 두려웠을까?

아마도 나무 위에서 생활하다

땅위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그 때가 아닐까...


자신의 터를 옮긴다는 것,

자신의 먹거리를 달리 한다는 것,

자신의 천적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

어디서 어떻게 자신이 살아가야 할 지 너무나 막막한 환경에 처했다는 것...

이보다 더 두려운 상황이 또 있을까...


땅위로 터전을 옮겨야 하는 순간의 두려움을 이겨낸 인간의 강인함은 자기 스스로 먹고 살며 번성하기 위한 원초적인 힘을 갖게 되었고 지금껏 땅을 지배하며 호령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로 인간을 진화시켰다. 그러한 강인한 DNA는 지금 우리에게도 계승되어 있다. 혁명의 시대, 플리핑(flipping)의 시대, 급변과 예측불가의 시대. 우리는 AI와 더불어 사는 희한한 시대로 이동하는 데도 참으로 적응 속도와 정도가 강하다.


나같은 일부 더딘 자들까지도 이제 스마트폰에 익숙해졌고 심지어 키오스크에도 익숙해졌다. 불과 얼마전까지 키오스크가 있으면 도로 나오거나 점원에게 줄서서 주문했지만.. 모르겠다. 언제부터 익숙해졌는지...


이로써 결론이 내려진다.

인간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그 환경에 처하면

무조건.

적응한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그런데 적응하는 인간이 무서워진다. 이제는 과욕인지 이 또한 욕망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자연의 힘을 거스르려, 이치를 뒤집으려 하고 있으니 여기서 자연에게 호되게 혼나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두려움보다 나를 더 두렵게 한다.


나는 다른 방향으로의 욕망을 품는다.

인간이 적응하는 힘을 오히려 잃어버리기를,

너무나 빨리 변하는 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조금 더 정체되기를,

인간의 적응이 너무나 더뎌서 오히려 발전이 퇴보되기를...


적응의 힘을 잃어버리길 인간 스스로가 바라는 이 마음은

인간에게 넘치는 기상과 용맹과 강인함이

넘어서려기보다 무언가를 지키려는 욕구로 흘러가길,

어쩌면 이 정체와 퇴보에 자연이 승복해준다는 것을 알아챈 지성을 품에 안길,

그렇게 자연의 힘에 의지해,

세상의 대법(大法)에 순종하며

제 뜻대로 먹고 살고 번성하길 바라도록 우리 모두의 욕망이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4차 혁명시대, AI와 더불어 사는 삶, MZ시대, 신인류...

이에 대해 위기는 기회라고, 그렇게 더 기회의 시대가 왔다고 소리치면서도

가슴 한켠에 이 기회가 오히려 기회가 아니라 위기이길...

그렇게 하늘과 자연의 도리에서 벗어난 한 방향으로의 악덕이 창궐하니 모두가 잠시 얼음이 되어주길...

대법을 어겨 혼나는 이 무서움에 이기는 것보다 대법에 순종하여 약조한 바를 지키는 인간들이 더 많아지길...

역사적으로도 혁명의 시대에 거스르는 지키려는 힘이 존재했으니 지금도 그 힘이 느껴지길...


지금까지 세대가 이어져 온 근간에는 인간본성에 대한 집요한 집착이

자신의 기억속 유영하는 인류애를 망각하지 않으려는 안타까운 연민이

먼저 죽어간 이들이 계승코자 했던 정신이 내 삶의 기축부터 지켜내려는 강인한 끈기가

땅의 헌신으로 생명을 지닌 수많은 것들에 대해 대가없이 목숨줄을 쥐고 있는 인간이 해야할

가장 최상의 최선의 최고의 보답일 것이라는 진정한 앎이

우리 곳곳에서 생명의 힘으로 존재해주기를...


나는 이 현란한 시대에

역행에 힘을 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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