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지 11개월째.
매일 새벽 5시 발행도 11개월째.
글은 435편이 되었고
구독자는 1465명이다.
매달 18일 자정이면 브런치한달을 마무리하고 19일 새벽 5시에 발행,
1달 1회의 기록이 나의 글의 성장일지일까. 단순한 기록일까.
첫달엔 노트북 안에 꾸역꾸역 박혀 있던 글을 끄집어내서 살리는 의도로
그 다음엔 에세이라는 것을 처음 써보면서, 새벽에 읽는 책에서 얻은 영감으로
그리고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깊은 슬럼프에 빠졌었다.
에세이를 쓴다는 것 자체가,
그것도 인문학적인 비평이나 비판, 사회문제 등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성장과 성공에 대한,
가야할 길과 올바른 삶에 대한 나의 주장들을 글로 풀어내기에
난 상당히 역부족이었고 머리에 챙겨놓은 소재들이 뒤엉켜 스스로가 한심했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썼다.
쓰기 싫은 날이 많았지만 발행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써지지 않아 괴로운 날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결론을 내고 발행했다.
지독한, 그래, 진짜 지독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그저 '발행'에 결과를 두고 매일매일 '글다운 글'을 쓰는 데 주력했다.
'양'을 채워야 '질'적으로 성장하니까 일단 쓰자, 쓰자, 쓰자였다.
매일 새벽 5시 발행...
3개월째 그만하려다
'이렇게 3개월만 더 해볼까?' 했고
또 3개월이 지나고 그만해야지 하다가
또 어떤 독자에 의해 더 하게 되었고
그렇게 9개월이 지나자.
한판만 더 하면 1년인데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 1달 남았다.
내가 쏟아붓는 매일 2시간 이상 글과의 사투는
글을 위해 머리통 속 체계를 쥐어짜는 진통과
머리와 손의 긴밀한 연합을 위해 두드려대는 내 심장의 박동과
여전히 정신의 긴장과 초월에 대한 갈급과 원리에 대한 자각으로
나를 몰고 간다.
매일 쓸까말까,
매일 이 단어보다 저 단어,
매순간 논리의 비약에 대한 수위조절,
매번 좀 쉽게 쓸 수 없을까에 대한 허약한 문체,
매번 글을 마치면서 주제전달은 제대로 됐나 갸우뚱거리는 나약한 사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의 것'인가?에 대한 진솔한 토로.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고
느끼고 또 느끼며
11개월째...
하루하루의 축적은
지식의 소모와 생성을
지성의 연결과 교류를
감성의 침착과 자제를
감각의 민감과 아둔을
행동의 일관과 순종으로 날 이끌고
축적이 누적으로, 응집으로, 압축으로,
그리고......
무관심한 어떤 시기에
폭발하겠지....
내가 채워지면
글은 넘칠 것이고
넘치면 흘러내릴 것이며
흐르면 스며들다가
무언가, 누군가, 어딘가에서 변화가 일어나겠지.....
무관심한 어떤 시기에
그리 되겠지....
날 통해 글을 내보내는 작업의 난해와 난감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1달 뒤면 매일 새벽 5시 발행 1년이다.
난 이 날 기뻐하기 위해 1달을 버텨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