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기는 이타다 1

해체, 그리고 脈! 1

by 지담

본 글은 매거진 '어떻게 살 것인가'의 1편부터 연이어 읽어나가시길 권해드리며 본 글은 '2장, 해체, 그리고 맥'의 1. 이기는 이타다 1번째 글입니다.

★ 인스타그램 틀 (1080 × 1080px).png


나의 삶의 기준 가운데 대표적인 명제는 ‘이기가 이타다’이다. 나의 모든 일상은 상당히 이기적이다. 릴케의 표현대로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차 자신으로만 존재하도록 자기에게만 전념하는 분수같은 존재'가 된 듯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나를 나에게 집중시키고 나로서 살려하는 기저에는 나의 이기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여 충만해질수록 나로부터의 이타도 커진다는 원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이 명제를 수년전 어설프게 주장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가물거리지만 당시 호되게 욕을 먹었던 순간의 기억이 이 명제를 더 파고들게 한 계기가 되었었는데 잠깐 얘기하고 넘어갈까 한다.


‘어떻게 교수가 사람들에게 이기적이 되라고 가르칠 수 있느냐?’라며 내 얼굴 앞에서 붉게 열을 올리며 나에게 따지고 물었던 한 사모님. 난 여기서 그녀를 사모님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겠다. 다소 높은 위치의 남편을 둔 덕에 그녀는 항상 당당했고 남편이 공개적인 모임에서 자신을 챙기게끔 지시하면서도 그런 자신의 모습에서 오히려 어깨에 힘을 주던 사람이었다. 모임이 끝나면 늘 조용히 나를 불러 가방에서 주섬주섬 알록달록 예쁜 주머니를 하나 꺼내어 보여주시며 ‘이건 어느 나라 방문했을 때 00가 준 것인데 이게 김교수가 딱이라 내 특별히 가져왔다’며 나에게 몰래 건넸다. 그 때마다 거절했더니 자신의 성의를 너무 무시한다며 오히려 화를 내었던, 그러다가 어느 날 그녀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집에 있는 다양한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아무도 보여준 적 없는, 귀한- 것들을 이제 자신은 늙어서 착용하고 다닐 수가 없으니 예쁜 내가 하고 다니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딸은 없고 며느리만 있는데 며느리는 미워서 주기 싫다면서.


내게 관심 주시는 것과 초대는 너무 감사하나 (그녀와 나란히 앉아 값을 매기며 액세서리를 보고 감탄하는 내 모습이 도저히 허락지 않아서) 거절했고 이 거절이 결정적으로 그녀가 나에게 ‘내 이럴 줄 알았다.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여러 번 내가 참았는데 어떻게 이기적이 되라고 가르칠 수 있느냐, 너같은 사람은(대뜸 반말로 이어졌다)... 블라블라...’.


결국 그녀와 나는 그렇게 멀어지게 되었다. 나딴엔 최대한의 예의를 차렸으나 마음에 꺼림칙한 염려를 안지 않겠다는 나의 태도가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다. 결이 다른 분과 마음까지 나누기에 나의 포용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다행히 그 분의 욕바가지가 듣기 좋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염두에 둘 사안도 아니어서 거의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단, 그 날 이후로 ’이기가 이타‘라는 나의 주장에 좀 더 근거가 필요하고 설득력있게 표현할 필요가 있겠다는 점검이 있었고 더 오랜 시간 이 명제를 내 입과 손으로 꺼내는 데에는 깊은 숙고를 해야 했다는 것에서 나는 그녀에게 아주 깊은 감사함을 지니고 있다.


내가 아는 것, 믿는 것, 표현하는 것과 상대를 이해시키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이해가 안되어 나에게 손가락질하는 모든 상황은

상대의 무지와 이해력 부족이라기보다

나의 논리와 근거를 찾는 단련 부족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과 상황에는 의미가 담겨있다.

내가 비판받고 심지어 듣기 거북한 말을 들었다 하더라도

그 상황은 깊은 속뜻을 내포한 채 그 지점에서 내게 일어난 것이니

나는 상황의 본질을 보는 눈을 더 키워야 함도 이제는 알게 되었다.


내가 관여된 모든 상황은

’나‘로부터 비롯되기에

’나‘로부터 근원을 찾으면

’나‘로부터 상황은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2번째 삶의 맥(脈)으로서 나는 이기(利己)는 이타(利他)라는 주장을 하려 한다. 이기, 자신을 먼저 이로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을 비롯한 타인, 전체를 위한 선(善)의 시작이자 기본이다.



==>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주장'이나 '견해'에서 이제는 '확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