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제도 변화 대 빠른 권력 변화
인간 사회는 두 개의 속도로 움직인다. 하나는 제도의 속도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의 속도다.
제도는 느리다. 법을 바꾸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민투표가 필요하며, 관행을 바꾸려면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 제도적 변화는 보통 10년, 20년, 때로는 50년이 걸린다.
권력은 빠르다. 기술이 발전하고, 자본이 이동하고, 플랫폼이 성장하는 속도는 제도보다 훨씬 빠르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2007년이다. 불과 15년 만에 전 세계 50억 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었다. 법은 아직도 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는 낡은 제도라는 지도를 들고, 새로운 권력이라는 지형을 헤매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대한민국 헌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이것은 20세기 권위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조항이다. 당시의 문제는 "국가가 언론을 탄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문제는 "플랫폼 알고리즘이 정보 유통을 통제하는 것"이다. 검열하는 주체가 국가에서 알고리즘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의 법은 여전히 20세기를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다.
이런 시차(時差) 때문에 사람들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제도가 말하는 세계와 실제로 작동하는 세계 사이에 괴리가 생기지만, 우리는 제도를 기준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권력이 자신을 '권력'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
과거의 권력자는 자신을 권력자라고 불렀다. 왕은 왕이라고 불렸고, 황제는 황제라고 불렸으며, 독재자는 독재자라고 불렸다. 권력의 정체성은 명확했다.
그러나 현대의 권력자는 다르다. 그들은 자신을 권력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구글은 자신을 "검색 엔진"이라고 부른다. 메타는 자신을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아마존은 자신을 "전자상거래 기업"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모두 "기술 회사"일 뿐이라고 말한다.
판사는 자신을 "법률 전문가"라고 부른다. 검사는 자신을 "정의의 수호자"라고 부른다. 기자는 자신을 "진실 추구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모두 권력을 행사하지만, 권력자로 규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국가 권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정치적 언어는 여전히 "권력 = 국가 권력"이라는 전제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교묘한 방식의 권력 행사다. 보이지 않는 권력은 저항받지 않는다. 권력으로 인식되지 않는 권력은 가장 안전한 권력이다.
중세 시대의 영주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다. 그들은 자신을 "토지 관리자"라고 불렀다. "우리는 단지 이 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일상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하는 심리학
인간의 뇌는 점진적 변화를 감지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우리는 급격한 위협—맹수의 출현, 화재, 적의 공격—에는 즉각 반응한다. 하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에는 둔감하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변화 실명(change blindness)"이라고 부른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천천히 변하는 시각 정보는 거의 감지하지 못한다. 사진 속 배경이 조금씩 바뀌어도, 대화 상대의 얼굴이 점진적으로 바뀌어도,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권력의 이동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일상을 생각해보라.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잠든다. 이 루틴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업의 이름도 비슷하고, 월급을 받는 방식도 비슷하며, 가족 구조도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10년 전에는 스마트폰 없이도 살 수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없이는 은행 업무도, 교통카드 충전도, 예약도 할 수 없다. 10년 전에는 유튜브가 주요 정보 채널이 아니었다. 지금은 젊은 세대의 70% 이상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10년 전에는 플랫폼 노동이 예외적 형태였다. 지금은 배달, 대리운전, 프리랜싱이 수백만 명의 주된 생계 수단이다.
권력의 중심이 이동했다. 하지만 당신의 아침 루틴은 그대로다. 그래서 당신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다.
이것이 함정이다. 인간은 일상의 연속성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 그 안정감은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을 마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