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당신이 뒤돌아본다면
그곳에는 나지막한 속삭임이 있을 겁니다
조금 더 웃어봤다면
우리 사이에 파인 홈은
얇은 주단 한 장으로도 메꿔졌을 거라고
만일 당신이 뒤돌아본다면
그곳에는 닳아버린 아쉬움이 있을 겁니다
했으면, 혹은 하지 않았으면
훌훌 날아간 시절은 날개를 모은 나비처럼
내 손에 고이 앉았을 거라고
만일 당신이 뒤돌아본다면
그곳에는 여물지 못한 헌신이 있을 겁니다
한 발짝 먼저 움직였다면
나의 사랑들에 새겨진 팔자주름은
포개진 배려들 입 안 가득 채워 펴졌을 거라고
보도블럭 사이에는 미세한 틈이 있다
그 틈을 응시하며 그곳을 밟아보면
발의 중심은 심연으로 빠져들 듯 간지럽다
그러나 먼 곳을 바라보며 걸을 적에
수많은 틈엔 구름다리가 놓인 듯
당신은 그냥 지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