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연구단지에서, 위성과 탐사선을 생각하다.
대전 연구단지에 가을은 참 알록달록 하다.
방문 연구실 창밖에 펼쳐지는 그 아름다움을 일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마음이 단풍빛으로 물들며 기분이 좋아진다. 해가 질 무렵 어쩌다 채운이라도 보일 때면, 마치 무언가 계시를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빛의 분광, 무지개 세계, 스펙트럼에 관한 글을 쓰던 중이어서 그랬다. 내가 어렵게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통해 써지는 듯한 마법 같은 것이 느껴졌다.
오늘 점심은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사님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박사님과 함께 했다. 우리나라의 위성, 달탐사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행성과학과 교육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발사한 위성은 거의 모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아주 인상 깊었다. 연구원들의 젊음과 애정으로 이루어 낼 수 있었고, 많은 나라가 수많은 실패와 성공으로 축적한 토양 위에서 시작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위성의 성공 시대를 지나,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시작한 것 같다. 지구 궤도를 넘어 달로, 달을 넘어 행성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다리를 놓아가며 강을 건너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우리는 지금 어떤 토양을 쌓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희로애락이 스며들어 그 토양을 단단히 다지고 있을까?
희 - 기쁨
발사 성공의 기쁨, 예측이 맞았을 때의 기쁨, 데이터가 이론을 증명해 줄 때의 짜릿함,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마음이 통하는 순간의 기쁨.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서로의 생각이 공명할 때 느끼는 보람이 있을 것 같다.
노 - 분노
애매한 것과 불확실한 것들의 연속, 답이 나오지 않을 때의 무력감, 때론 부족한 연구비/인력과 복잡한 행정과 시스템의 벽. 자신에게 향하는 분노.
애 - 슬픔
오랜 기다림 끝에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의 공허함. 함께 하던 동료가 떠날 때의 쓸쓸함.
락 - 즐거움
지구의 위성뿐만아니라, 지구 너머 달에 궤도선이 도착한 순간. 첫 데이터가 들어올 때의 설렘. 언젠가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킬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움.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어 성장한 모습을 보는 순간. 감동의 댓글.
연구의 희로애락 -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이 눈물과 땀방울로 스며들어, 달 탐사선, 행성 탐사선 성공이라는 토양을 만든다. 그리고 그 위에서 또 다른 세대들의 꿈이 싹 틔우는 모습을 상상한다. 매일 출근해 자리를 지키고 세계 방방곡곡에 다니면서 협업하는 연구자들을 볼 때마다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채로운 가을빛 속에서, 연구원의 하루가 희로애락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2019년 우주인 이소연 박사 강연 @ 국립부산과학관, 선의 색은 나라를 의미함. 착륙선, 궤도선, 플라이바이선을 구분해서 성공한 미션과 실패한 미션을 보여줌. 초기의 많은 미션들이 실패했었고, 실패를 거듭한 후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