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의 생가, 독일 할레
나는 과거의 나와 보물찾기를 한다.
어린 내가 어딘가에 숨겨둔 보물을, 지금의 내가 뒤늦게 발견한다. 그 중에서 헨델의 고향, 독일의 할레(Halle)가 오늘의 보물이다. 지금에 와서야 그 곳이 다가온다. 왜 이제야 느껴지게 된 걸까.
해외여행 갈 때 보통 관심사에 따라 일정을 짜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 나는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혹은 출장가는 길에 잠깐 짬을 내어 여행하곤 했다. 할레 역시 그랬다. 따로 여행할 계획은 없었지만, 친구가 막스플랑크연구소 할레에 있어서 들르게 되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독일의 여러 도시에 있다.
얼마 전, 바이올리니스트께서 헨델의 곡을 연주해 주시며 헨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주셨다. 헨델의 고향이 ‘할레’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번쩍했다. 잊고 있던 단어였는데, 기억 저편에서 훅 떠올랐다. 할레에 갔던 것 같은데, 거기가 그곳이었나? 가물가물했다. 사진첩을 뒤적이니, 정말 그곳에 갔었다. ‘헨델 하우스’에도 방문했고, 광장에 있는 헨델동상 앞에서 친구와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의 기억이 소중한 보물처럼 다가왔다.
헨델의 대표곡으로는 <할렐루야>, <울게하소서>, <수상음악>이 있다. 할렐루야와 울게하소서는 많이 들어본 곡이다. 어찌 할레에 방문했을 때 그런 걸 몰랐을까. 그 시절의 나는 클래식이 잘 들리지 않았다. 이제야 나의 감정과 경험이 음악으로 현현되는 시간을 선물받는다. 강렬하게.
이 시간차를 어찌하란 말인가. 클래식은 지금의 나이에 들리기 시작했는데, 유럽 여행은 이미 스무 해 전에 했다. 순서가 뒤바뀐 듯한 느낌이다. 클래식을 알게 되어 그 음악을 따라 떠난 게 아니라, 여행을 다녀왔고 시간차를 가진 후에 클래식을 느끼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 '역순'이 다행이다. 여행을 가고자 하는 간절함보다, 뒤늦게 ‘보물을 찾은 듯한 기쁨’이 더하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어떤 보물을 숨겨두고 있을까. 오래 묻혀 있던 기억의 보물을 꺼내게 해 준 그 바이올리니스트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헨델의 생가가 있는 할레에는, 두 개의 교회가 연결된 마르크트(Marktkirche) 교회가 있고,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세 번이나 설교한 곳이기도 하다. 거리에는 동유럽 특유의 신호등이 있다. ‘신호등 아저씨’라는 별명을 가진. 빨간 불일 때는 팔을 벌리고 서 있고, 초록불일 때는 걷는 남자 그림이 특징이다. 색 면적을 크게 하고, 아이들을 위해 귀엽게 디자인 되었다고 한다.
공원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무대를 가득 메운 오케스트라가 무심하게 야외 공연하던 그 스케일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역시 클래식의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