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문고의 마음

얼굴도 안 보고 맺은 인연

by 이녹스


나의 첫 거문고는 13년째가 되어가고 있고, 중간에 중고로 하나를 더 사서 거문고가 두 대다. 가지고 다니기에는 크기가 크고 무거워서 하나는 연습실에 하나는 집에 두고 있다. 사실 처음 다루어 봤던 거문고는 스승님의 거문고다. 거문고를 배우기 시작한 첫 1년은, 거문고가 적성에 맞는지 확인해 보고 거문고를 사라는 스승님의 배려다. 그 거문고도 스승님이 처음 거문고를 배울 때의 악기로, 참 아끼시던 거였다.


거문고를 사고 싶었다. 이것도 첫 스승님께서 유명 국악기사를 알아보시고 잘 부탁하셔서 두 대를 국악기사에서 마련해 놓았다. 내 것과 친구 것. 첫 거문고를 인수하러 악기사에 갔을 때 창피했던 기억이 있다. 악기장께서 악기가 마음에 드는지 타 보고 결정하라 했다. 나 혼자 갔는데, 한 번 타보고 더 마음에 드는 것을 내 것으로 하라는 제안까지 했었다. 나는 거문고를 탈 수가 없었다. 거문고를 취미로 배운 지 1년 정도 되었던 터라 아리랑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괜찮아요.”

라며 준비된 두 악기를 집어 들었다. 창피했다. 친구에게 줄 때도 손에 잡히는 것을 망설임 없이 전해 주었던 것 같다. 이건 뭐, 중매로 얼굴도 보지 않고 혼인을 한 조선시대 사람 같지 않은가.

이번에 우리 거문고 스승님이 악기를 새로 구입하셨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자신을 잘 알고 있어서, 애인을 편안하게 해 주는 모습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색이 있고, 거문고 6현 음색에 대한 호불호를 잘 알고 있다고 하셨다. 대모의 종류에 따라서도 음색이 다른데, 대모에 따라 좋아하는 음이 있다고도 하셨다. (대모는 오른손에 잡은 술대로 내리치는 부분에 잡음이 나지 않도록 붙여진 넓은 가죽판이다.)


거문고는 태어날 때 자신의 음색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색이 있다고 한다. 빠아-앙아아~ 혹은 까아아-아앙! 하는 느낌.

거문고 스승님께서 말하길 거문고는 나이가 들수록 음을 먹어 여음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소리를 울림통으로 감싸 안는 것일까. 자신의 누울 편안한 자리로.

거문고에는 수명이 있다.


그런데, 바이올린은 오래된 바이올린이 유명하기도 하다. 오래된 악기나 현대 악기나 비슷하다는 의미인데, 150년 이상된 올드 악기를 선호한다기도 한다. 왜 그런지 궁금해졌다.


나는 아직도 거문고에서 음이 난다는 것에 기뻐하고, 음이 틀릴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수준이다. 내 거문고 소리에도 귀 기울여 조금 더 사귀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대 있는 거문고의 성질 차이도 눈여겨보고 알아보고 싶고, 그때 친구와 함께 산 쌍둥이 거문고도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도 하다.


2026.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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