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에는 용과 봉황이 산다

하늘을 닮고 싶었던 악기

by 이녹스


거문고는 열여섯 개의 괘가 달린 긴 사각형의 울림통에 명주실로 된 줄 여섯 개를 얹어, 술대로 치면서 연주하는 현악기이다.

거문고는 탄다고 한다.


거문고에는

용의 입구인 용구,

봉황의 꼬리인 봉미,

학(두루미)의 무릎을 닮은 학슬,

기러기 발 모양의 안족이 있다.

용구는 거문고 울림통의 머리 부분 측면에 위치한, 용의 입 모양 구멍 장식으로 악기 소리의 울림을 돕는다. 봉미는 거문고의 꼬리 부분에 해당하며, 거문고 줄을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학슬은 줄과 부들을 연결한 부분이다. 색실을 칭칭 감아 둔 모양이 학의 무릎을 닮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보통 빨간색이다. 부들은 줄의 탄탄함을 조절하는 굵은 끈으로, 거문고를 세울 때 부들이 아래로 가게 보관한다. 옛날 드라마를 보면 가끔 부들이 위로 가게 세워 놓은 장면이 나오는데. 심리적으로 파마머리처럼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기러기 발 모양의 안족은 괘가 놓여 있지 않은 줄을 받치는 받침대다.


이런 이름들은 우연이 붙인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그런 모양을 만들려고 했던 것일까. 상서로운 동물을 곁에 두고 상상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마음이 곳곳에 스며있는 작명 센스다. 그러고 보니 용, 봉황, 학, 기러기. 모두 내가 있는 땅을 벗어날 수 있는 하늘의 동물이다. 거문고는 하늘을 닮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악기였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별자리에도 거문고자리가 있지 않은가.


거문고는 ‘검은’과 현악기를 뜻하는 ‘고’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고구려의 왕산악이 중국에서 받은 칠현금을 개량해 연주했으며, 그 소리에 맞추어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에서 ‘현학금’(검을 현 두루미학 현악기고)이라고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후에는 간단히 ‘현금’, 그래서 ‘검은 고’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고구려’를 ‘거무’나 ‘개마’라는 말로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고대 부족사회가 형성되었던 장소의 명칭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편 ‘검’이 ‘신’ 혹은 ‘신성’을 뜻하는 옛말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 또한 하늘을 향하고 있는 느낌이다.


2026.1.17.



참고 자료:

입문용 거문고 교본, 허익수 (2016, 은하출판사)

https://www.gugak.go.kr/ency/topic/view/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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