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서무"
현 근무지에 오기 전까지는 무슨 의미인지도 알지 못했던 단어였다.
업무분장을 살펴본다. 여러 줄 중 마지막에 "그 외의 업무분장에 속하지 않는 업무".
여러 줄로 된 업무분장 중 내 진짜 업무분장은 위 한 줄이다.
예산, 결산, 지출... 다 내 업무분장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원리원칙이 있고, 찾아보면 매뉴얼도 다 나왔다.
하지만 "그 외의 업무분장에 속하지 않는 업무"는 원리원칙도, 매뉴얼도 없다. 순전히 "감"과 "눈치" 그리고 "센스"를 믿고 가야 하는 일이다.
나는 눈치가 없다.
눈치가 없는 줄 모르고 살았는데, 서무를 해보니 난 눈치가 없었다. 그래서 옆 자리 선배에게, 다른 과 서무에게, 죄송하지만 전임자에게도 물어본 대로 했다. 그리고 부서 선후배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최대한 해달라는 거, 맞춰달라는 건 다 맞춰가면서 했다. 그러니 내 편이 한두 명씩 늘어나고, 심지어 나에게 업무를 물어보는 직원분도 생기고..! 일이 수월해졌다.
해달라는 거, 맞춰달라는 거 다 해주면 후임자가 힘들다고 적당히 하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난 태생적으로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다. 후임자를 위해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건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학창 시절을 곱씹어보니 서무가 적성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 다닐 때도, 친구들이 숙제 좀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줬다가 32명의 반 친구들 중 10명이 나랑 똑같이 작성해서 제출했다가 국어선생님께 불려 간 기억도 있다. 그래도 괜찮았다. 보여준 내가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선생님께서도 알고 있었고, 내가 똑같이 쓰라고 시킨 것도 아니니. 내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뿌듯함으로 마무리된 에피소드였다.
인사이동 시기만 되면 또 마음속에서는 조용히 "서무만 아니면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지난 인사발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의 인사이동이 그렇듯, 했던 일 했던 사람 계속 시키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나는 지금도 서무다.
서무를 거듭하면서 느끼는 건, 내가 먼저 마음을 주는 만큼 사람들도 나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야 서무 일의 난이도가 낮아진다.
공무원 일이 뭐 별거 있는가. 위대한 발명을 하는 일도 아니고, 엄청난 원리를 탐구하는 일도 아니다. 사람이라면 어지간히 해내는 일들을 얼마나 수월하게, 갈등 없이, 실수 없이 해내느냐의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직원분들과 감정상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잘 헤쳐나가는 게 중요했다.
항상 기억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서무로서 일을 하면서도. 세상은 사람과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로 애정 어린 마음을 주고받을 때 비로소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