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주기로 마주치는 날 싫어한다는 사람

by 이서무

평생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는 편이었던 나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기깔나게 알아보는 재주가 있다. 꼭 내가 알아보지 않더라도 먼저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싫다고.

내가 잘난척한다고 싫어했던 13살의 친구, 그냥 싫다던 22살의 대학원 교수님, 그리고 지금 31살의 그 사람. (지금보니 9년마다 나를 대단히 싫어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40살을 조심하자.)


올해의 그 사람은 비로소 내가 이상하다고 소문내겠다고 뼈있는 농담을했다. 어린시절의 나라면 그 사실에 기죽고 눈치봤겠지만 이젠 그럴 짬(?)은 아니다…라고 말하기엔 오늘도 기죽었던 나는 다시 키보드 앞에 앉는다.


사기업을 안 다녀본 나로서는 내가 겪어본 공무원 사회에 대해서만 말하게되는데, 내가 몇년간 겪은 공무원 사회는 “남 이야기”를 빼고는 대화를 하지도 못하는 병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만 같았다. 슬프게도, 그 “남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보다는 “누가 이상하다더라”, “누가 어디로 좌천된다더라”, “누가 일을 못한다더라”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다.

이 사회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됐던 때부터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서 부던히 노력했다. 누군가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좌천되지 않고 좋은 곳으로 발령받기 위해서, 일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술자리에서 한참 “남 이야기”를 하고 돌아와 침대에 누운 날이었다. 분명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었는데, 나도 어딘가에서는 이렇게 평가받고 있겠지 하는 불안감과, 자기검열만 남았다. 그동안은 들지 않았던 감정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내 이야기”를 하는 동료들을 찾아다녔다. “내 이야기”라고 해봐야, 다들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을 반복하기때문에 특별하지 않다. 어디 맛집 이야기, 좋은 카페 이야기, 재미있는 유튜브 채널 이야기 등. 실없는 이야기만 하고 뒤집어지게 웃고 왔더니, 웃으면서 잠들고, 아침에도 웃으면서 눈이 떠졌다. 불안감과 자기검열은 사라지고, 가뿐함과 자신감이 남았다.


이전의 나는 사람 마음을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바꿀 수 없다. 날 싫다고 하는 사람이 등장했을때 내 마음가짐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 가뿐함과 자신감으로 차있는 나는 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다른 마음가짐으로 바라볼것이다.

그니까, 내가 노력한다고 이미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 저 동료의 마음을 바꾸는것은 나의 이상형과 사귀는 것이 나의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과 비슷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날 그렇게 좋다고해주는 사람은 생긴다.


내가 싫다는 사람이 있을수록,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 날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해야지.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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