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무거울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몸에 남길 때

by 칸트의비밀이야기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도 가볍지는 않겠다는 사실을. 침대에서 일어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어깨는 먼저 굳어 있었다.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고,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는데, 몸은 늘 무언가를 짊어진 사람처럼 반응했다. 무게는 그렇게 시작됐다. 손에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들은 무게를 수치로 설명한다. 몇 킬로그램, 몇 톤,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하지만 내가 느끼는 무게는 그런 단위로는 잴 수 없었다. 가방을 내려놓아도 줄어들지 않았고, 잠을 자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해질수록 더 또렷해졌다. 무게는 소음 속에서 숨고, 침묵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한동안 무게를 피로라고 생각했다. 많이 일해서, 덜 쉬어서 생긴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휴식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쉬는 날에도 마음은 무거웠고, 아무 일정이 없는 오후에도 숨은 깊어지지 않았다. 그제야 알게 됐다. 이건 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라는 것을.


무게는 늘 책임의 얼굴로 찾아왔다. 해야 할 말, 지켜야 할 약속, 놓치면 안 된 선택들. 그중 많은 것들은 내가 스스로 짊어진 것들이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고, 강제로 떠맡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 선택한 뒤에는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 선택은 늘 무게를 동반했고, 그 무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는 대신 더 단단해졌다.


어릴 때는 무게가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몰랐다. 그때의 무게는 책가방 정도였고,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도 분명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의 무게는 다르다. 내려놓는 순간, 무언가를 포기했다는 감각이 따라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거운 줄 알면서도 끝내 놓지 못한다. 무게는 책임이자 증거처럼 여겨진다. 내가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흔적이기도 하니까.


가끔은 남들의 삶이 가벼워 보였다. 웃는 얼굴, 빠른 발걸음, 아무렇지 않은 말투. 그들은 어떻게 저렇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보이는 가벼움과 느껴지는 무게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떤 사람은 웃으며 걷고, 어떤 사람은 침착하게 말하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무게가 고요히 눌러앉아 있다.


무게는 비교할 수 없다. 누가 더 무겁고, 누가 덜 무거운지를 판단하는 순간, 그 감각은 왜곡된다. 각자의 삶이 다르듯, 짊어진 것들도 다르다. 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같은 하루를 살아도,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게 쌓인다. 그래서 타인의 무게를 함부로 가볍다 말할 수 없고, 자신의 무게를 과장할 수도 없다.


어느 날 문득, 무게가 나를 망치고 있는지, 아니면 나를 붙들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너무 무거워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이 자리에 서 있게 만든 것도 무게였다.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어디에도 오래 머물지 못했을 것이다. 무게는 방향을 정해주고, 속도를 늦추며, 쉽게 흩어지지 않게 했다.


밤이 되면 무게는 더 선명해졌다. 불을 끄고 누우면 하루 동안 애써 외면했던 감정들이 몸으로 돌아왔다. 후회, 망설임,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 무게는 생각보다 기억에 가까웠다. 잊었다고 믿었던 장면들이 다시 눌러앉아, 몸을 깊게 만들었다.


나는 요즘 무게를 없애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가만히 바라본다. 어떤 것은 내가 사랑했던 것에서 왔고, 어떤 것은 지키고 싶었던 것에서 왔다. 무게의 출처를 알게 되면, 그 감각은 조금 달라진다. 여전히 무겁지만, 이유 없는 짐은 아니게 된다.


사람은 결국 무게와 함께 살아간다. 가벼움만으로는 삶이 형태를 갖지 못하고, 무게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균형을 찾으려 애쓴다. 무게를 완전히 내려놓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무게와 어떻게 나란히 서느냐가 달라질 뿐이다.


나는 오늘도 몸을 일으킨다. 여전히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너지지도 않는다. 무게는 사라지지 않았고, 아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나와 함께 조금씩 위치를 바꾸며, 삶의 중심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무게란 삶이 나를 짓누른 흔적이 아니라, 내가 이 자리에 오래 머물렀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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