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 난닝의 밤, 야시장 ]
홍차오공항으로 향할 땐, 모든 게 일사천리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시 여행이란, ‘예상’과 ‘변수’ 사이에서 성실하게 길을 만들어가는 것.
홍차오공항은 국내선을 주로 운항하는 곳이지만, 그 보안 강도는 마치 유럽행 직항이라도 되는 듯 타이트했다. X-ray 앞에서 흐르지 않는 시간. 직원들의 눈빛은 냉철했고, 기계는 몇 번이고 같은 가방을 왔다 갔다 반복했다. 문제는 보조배터리였다. 용량이 크다는 이유로 항공사에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는 문서를 받아오라는 지시. 형식에 불과한 면피성 조치 같았지만,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규정은 규정이니까. 그렇게 겨우 보안 구역을 빠져나와, 라운지에 들어섰다.
V1 라운지는 제휴 카드와 티켓이 있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고, 그래서인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원어민들처럼 자신만의 입맛이 고려된 음식을 주문하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투이지엔(추천) 뿐.. 그저 이심전심을 바랄 뿐.. 앞사람과 비슷한 국수 한 그릇을 받고 갑자기 여유로운 여행자가 되었다. 허기진 배를 국수로 달래고,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라운지 안의 풍경은 그런 나를 조용히 감싸주었다. 공항이라는 비일상의 중간 지대, 그 안에서 느껴지는 정적인 평화. 작은 고요였다. 상해에서 1900킬로의 거리를 3일이 아니라 3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다니... 나로서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비행기는 예상보다 정확하게 떴고, 정확하게 착륙했다. 목적지는 난닝. 남중국의 한적한 도시. 도착수속을 마치고, 공항버스를 탔다. 버스는 도시의 밤을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광시대학교 근처의 안수호텔까지는 약 한 시간이 걸렸다.
호텔은 예상보다 소박했다. 모텔과 비슷한 분위기였고, 복도는 조용했으며 리셉션의 직원은 짧고 분명하게 “1시간 필요합니다”만 남긴 채 여권을 받아갔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주숙 등록 때문이었다. 중국의 숙박지들은 외국인들의 기록을 꼼꼼하게 남긴다. 짐을 풀 새도 없이, 곧장 밖으로 나섰다.
난닝의 밤은 생각보다 활기찼다. 야시장 거리로 향하는 길은 습하고 열정적이었으며, 사람들의 말소리는 끝없이 흘러나왔다. 첫 번째 구역은 조용했다. 널찍한 길가에 자리를 잡은 구이집에서 굴을 구워 팔고 있었다. 탄 내와 마라내음이 뒤섞인 공기 속에서 가벼운 식사를 마치고, 두 번째 구역으로 향했다.
두 번째 구역은 완전히 달랐다. 더 밝고, 상인들의 목소리는 커졌다. 각종 옷과 액세서리, 스마트폰 케이스, 네일팁, 휴대용 선풍기, 반짝이는 헤어핀까지. 6천 원이면 취향대로 꾸며주는 네일 부스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장난감 같은 분위기. 어떤 여자아이의 손톱은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다.
시장 끝자락에는 과일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망고, 망고스틴, 두리안. 가격표를 보니 중국이 동남아보다 과일이 비싸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과일 냄새는 그 어떤 통화보다 강한 가치로 다가왔다. 언어가 없을 때, 향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듯했다.
그렇게 난닝의 첫날은 끝나갔다. 자신의 차를 선반 삼아 장사를 하는 상인, 나의 서툰 중국어를 답답해하며 직접 시식을 권했던 과인차의 젊은 남자를 기억하며 시내의 불빛이 신체의 피곤함에 점점 희미해지고, 내 하루는 호텔방의 작은 불빛 아래에서 조용히 접혔다. 유난히 길었던 하루였지만, 이상하게도 짧았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익숙함이 꺾이고, 예상이 틀리고, 그래서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 새로움의 한복판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