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차 베트남 마지막날]
새벽 5시 30분, 하노이에 도착했다.
도착과 동시에 다음 일정을 위한 교통수단을 알아봐야 하는 일정은 mbti, j인 나에게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닌빈으로 가야 했다. 여행지 2-3곳을 찍고 하노이 노이바이공항까지 21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닌빈에서 18시에는 하노이행 버스를 타야 하니 7시간 정도 시간이 있다. 빠듯한 일정 중, 실수는 곧 지각이다. 지각은 곧 NO SHOW.
여행 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가 도착한 미딘(MY DINH)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닌빈행 버스를 탈 수 있는 사설 버스회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온 터라 큰 걱정 없이 평온한 상태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이렇게 낯선 곳에서 가장 비영업적인 대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시외버스터미널 직원에게 물어보았고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Giap Bat' 터미널로 가셔야 해요. 21b 버스를 타고 가세요”였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최후에 물어야 할 오토바이 기사들의 대답도 대동소이했다.
나는 21b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옆자리에 앉은 베트남 할머니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한국사람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버스 안 누구라도 금방 친해지는 한국의 할머니처럼 손자 사진을 보여주고, 효도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하며, 한국에 대해 따뜻한 감정을 전했다. 이러한 잡담이 목적지까지 금방 나를 이끌었다.
쟛밧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닌빈 가는 제일 빠른 차요.” 표 가격은 10만 동 약 5천 원정도였다.
2시간 정도 거리인데 싸다. 기사도 있고 안내원도 있는데 하지만 정차시스템은 한국과 다르다. 정해진 곳이 없고 안내원과 합의된 장소로 내려주는 듯했다.
문제는... 나는 베트남어를 못 한다.
그래서 꺼낸 초강력 문장 하나: 장소가 아닌 나의 염원을 표현한 한 문장
“오토바이를 빌려야 합니다.”
그러자 안내원은 기사와 토론을 거듭하더니 나와 눈을 마주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오토바이 렌탈 사무소에 내려주겠군!! 나는 안심했다. 그러나 막상 내린 곳은 길가 철물점 앞.
황망했다. 여긴 어디지?
그런데 그때,
길 건너에서 자연스럽게 오토바이를 타고 온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Where are you going?
I want motorbike!.
이 말에는 오토바이 택시는 필요 없으니 가던 길 가시오 라는 퉁명함과 함께였다. 그러자 익숙하게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고객을 가볍게 끄떡였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그는 여행사 직원으로 오토바이 렌탈도 하고 있었다.
“오토바이 렌트하실 건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세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나는 그의 뒷자리에 앉았다.
도착한 곳은 그의 여행사 사무실.
오토바이 대여 가능.
24시간 1만 원이지만, 나는 몇 시간만 쓸 예정이라 말하자
*“그냥 하루치 요금 내자. 시간 싸움 하지 말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수지맞는 장사를 한 사람처럼 신이 나서 핸드폰 거치대 설치 요청도 척척 해결했다. 그 오토바이는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최악도 아니었고 몇 시간 동안 편의를 봐주기 충분했다.
나는 그 오토바이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호텔로 향했다.
호텔 여주인은 참 친절했다.
당일 체크인–체크아웃 일정에 안타까워하며, 업그레이드된 방을 내어주었다. 덕분에 나는 짐을 두고 호텔에서 가까운 관광지인 짱안(Trang an)으로 출발했다.
무동력 보트 투어로 3시간 동안 계속되는 일정,
모터 소리 없이, 사람 손으로 노를 젓는 조용한 세계.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만 흐르는 곳.
그곳은 영화 ‘콩:스컬아일랜드’의 촬영지이자,
13-14세기 쩐왕조시기에 건립된 왕실 건축물로 몽골의 침입에 맞서 왕이 설립한 군사거점이었다.
동굴 틈으로 배를 몰아 좁은 통로를 통과하면 또 다른 장소가 나온다. 이 런 곳을 찾아내고 전략화한 그 들의 지혜를 생각한다.
집요함과 약간의 행운, 그리고 공간을 읽는 능력.
하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베트남 아가씨들이 세틴 드레스를 입고 인생샷을 찍는 핫플이 되었다. 누군가의 비장함으로 누군가는 평화로운 여유를 누린다. 세월은, 참 대단하다.
짱안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 목표에 많이 못 미치지만 무리해서 한 군데 더 가보기로 했다.
그곳은 항무아전망대! 땡볕의 486 계단을 30분 안에 주파해야 한다. 올라가면서도 계속 의심이 들었다. 이렇게 여유 없이 여행을 하는 것이 옳은 가? 굳이 이렇게 힘들 필요가 있나?
정상에서 펼쳐진 풍경은,
‘이걸 놓쳤으면 후회했겠구나’ 싶은 광경이었다.
그 넓은 닌빈 전경이, 내 발아래에 펼쳐졌다.
바로 전에 들렀던 짱안 요새도 보였고,
그 두 곳이 전략적으로 연결된 요충지였다는 게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공항으로 가야 한다.
불타듯 내려왔고,
오토바이를 과속해서 호텔에 도착해 샤워, 환복, 짐정리를 마치고 렌탈샾에 오토바이를 돌려주며 곧장 하노이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교통체증은 심했지만, 나는 결국 지각하지 않았다.
하노이 공항.
나는 이 긴 하루의 마지막 목적지, 라운지에 도착했다.
여기서 제공되는 음식은 예상보다 괜찮았고,
서비스는 마치 마지막 만찬처럼 여겨졌다.
정신없는 스케줄,
기적처럼 이어진 환승과 조우와 과속과 계단 오르기,
그 모든 것을 어떻게든,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이
이곳에서 비로소 실감 났다.
내 앞에 놓인 접시에는
베트남의 향신료보다 나 자신을 칭찬하는 맛이 더 짙었다.
정말 그 순간,
내가 살아서 비행기 타는 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이제 가자,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