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한끼 먹이고 싶었다

따뜻한 밤 한끼 먹이고 싶었다.

by 김미희랑여데레사


- 혜진아 오늘 같이 밥 먹자.

- 시간 괜찮지?

-네, 어머니 저녁에 애들 오면 함께 갈께요.

- 아니 애들 없을 때 너에게 따뜻한 밥 한끼 먹이고 싶구나.

- 아, 네 ! 괜찮은데요.

- 내 마음이 그렇다. 네가 예약하렴 . 온고당에서 먹자.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근처에 사는 둘째 며느리와의 통화였다. 둘째네는 결혼이 늦었는데 아이도 늦었다. 다행히 쌍둥이를 얻었다. 쌍둥이 선호와 준호의 세례명은 베드로와 바오로다. 신부님과 의논하여 영명축일이 같은 두 성인 베드로와 바오로가 좋겠다고 결정하였다. 생일도 같고 축일도 같으니 금상첨화였다. 생일은 1월 7일 영명축일은 6월 29일이다. 카톨릭에서는 세례명의 성인을 기념하는 축일이 있는데 이 날을 영명축일이라고한다.



베드로와 바오로는 유치원에 다니는데 노래도 곧잘 한다. 서로 시샘해서 무대를 차지하려 한다. 무대는 내가 요가할 때 사용하는 거북이다. 거북이(스파인코롁터)는 가슴과 등을 지지해주는 필라테스용 기구를 우리끼리 칭하는 말이다.


우리 집에만 오면 내 방에서 거북이를 꺼내어 놀다가 노래가 시작되면 쉬지않고 술술 나온다.


준호가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케모(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드래요”

유아음이 섞인 발음으로 끝까지 부르면, 선호는 질세라 피터팬 노래를 부른다. 어느 날은 100인의 위인을 차례차례 불러 깜짝 놀라기도했다. 이렇게 손주자랑을 하려면 만원을 먼저 내놓고 해야 한다는데, 만원을 내놓기도 전에 벌써 좋아 얼굴이 발그레 해지며 가슴이 뛴다. 이렇게 예쁜 애들이 '할머니' 하고 부르며 품에 안길 때는 그 행복감을 무엇으로 비길 수 있을까. 꼭 껴안고 놔주지 않으면

-할머니, 아이고 숨막혀요.

한다.



손주가 이렇게 예쁘니 자연히 며늘아이는 더 예쁘다. 귀한 아이들을 잘 돌보고 키우는 모습에 늘 고맙고 사랑스럽다. 끼니 때마다 양옆에 애들을 앉히고 밥을 먹이고 나서야 자기 밥을 먹는 며늘애가 안쓰럽기도 하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며칠 전에 용돈을 주고 갔다. 문득 어버이날 아침에 며늘애를 섬기고 싶어졌다. 따뜻하게 밥 한끼 먹이고 싶어서 전화한 것이다. 내가 집에서 차려주면 차분히 앉아 있지 않고 좌불안석 앉았다 섰다 하면서

- 어머니 제가 할게요.

할 게 뻔하기에 조용한 한정식 집으로 초대했다.



당일 예약은 안된다고해서 도착해서야 키오스크에 예약하고 대기했다. 아들은 기다림에 떨떠름한 표정이었으나 나와 혜진이는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다. 햇살이 오랫만에 얼굴을 내밀고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스케치된 멋진 수채화를 바라보는 예쁜 정원에서의 기다림도 괜찮았다. 다행히 음식도 분위기도 좋아서 차분하게 대화 할 수 있었다. 오후 진료시간에 맞추려 시계를 들여다보는 아들과 카페에 가는 것은 안되겠기에 다음으로 미루고 마침 옥수수강냉이가 따뜻하고 바삭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차와 함께 후식으로 차분히 먹고 나왔다. 늘 아이들에게 시달려 차분히 밥한끼 먹을 여유도 없었을 며늘애.

함께 한 시간이 따뜻함이 되어 마음 속에 남았다.

부디 며늘애에게도 이 마음이 전달되었기를.



아들이 계산하려했다.


- no! 오늘은 내가 혜진에게 따뜻한 밥한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며 내 카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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