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함을 찾아서 8

호포역 강가 카페에서

by 산이

부산의 2호선 호포역에 위치한 카페 해월당에 왔다. 호감 가는 이름이 좋아 가끔 주말에 찾는 곳이다. 작명을 잘해야 돈을 버는가? 올 때마다 창가 좋은 자리는 만원이다. 탁 트인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너른 둔치를 끼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낙동강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사장교 공법의 교량이 연결된 고속도로가 높이 높이 자리한다. 부산외곽 순환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이 통과하는 지점이라 차량은 양방향으로 쉴 새 없이 달린다. 하지만 나의 시야는 한 방향으로 멀어지는 차들만 보인다. 차는 어디로 가는지, 제각각 목적지는 달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 내게는 한 방향으로 달리고 달리는 듯하다. 일정한 속도로 달릴 텐데,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왜 부산한가? 주말 오후를 조용히 보내고 싶어 왔는데.

이곳 카페는 손님의 앉은자리마다 조망이 다르다. 반 타원의 공간에 통창으로 조망을 열어 산과 강을 함께 보는 시야를 확보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열면, 멀리 강 건너 산이 흐릿하게 들어온다. 시선의 줌을 가까이 당기면 원근에 따라 호수 같은 강에, 흐름이 느껴지지 않은 강물, 그리고 강가의 나무 숲과 경부선 철로, 그리고 호포마을의 집들이 차례로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은 계절 따라 눈에 들어오는 풍경의 색깔이 다르고, 그에 따라오는 느낌과 온화함이 달라서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면 생각나는 곳이다.

카페 안에는 사람 가득, 이야기 가득히 공간을 채운다. 내겐 소음에 불가하지만. 아마 각자는 인생이 녹아 있고 일상의 삶이 스며든 담소! 아니겠는가? 연이 닿은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앉아 강가에 낙엽 지고 색이 바랜 나무들, 흐름이 끊긴 듯이 흐르는 강물 등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즐긴다. 쓴 아메리카노 한 잔에, 달달 녹아내리는 갓 구운 빵을 입에 물고 쓰고 단 인생사도 함께 나누면서 말이다. 일상은 그런 것 같다. 새롭고 참신하게, 또 즐거운 것을 추구하지만, 막상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맞이하고, 오늘 같은 내일을 보내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저 흐름 없는 강물과 다르게 오늘도 시간은 흐른다.

방금 케이크를 들고 가는 사람을 본다. 아니 사람은 오간데 없고 케이크를 장식한 딸기에 시선이 멈추고 생각이 멎었다. 아! 딸기 먹는 데는 이제는 계절 중요치 않구나. 계절이 없어졌어하는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딸기가 송송 박힌 달달 케이크! 만든 사람의 정성과 먹는 사람의 즐거움이 선 없는 선을 타고 공감으로 함께 하는 마음을 나는 상상으로 즐긴다.

카페에서는 나의 시선, 또 생각과 달리 나의 귀가 고통을 호소한다. 왁자지껄한 소리에 청각이 마비된 듯하다. 카페 내부는 온통 여기저기서 생겨나는 사람들의 말, 대화가 뒤섞여 소음 천지를 이룬다. 인연 따라 만난 사람들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있는데, 나의 청각은 고통스럽다. 각자의 일상이 삶을 만들고 나누는 것인데, 불만이냐 하고 나의 이성이 나의 청각에 호통친다.

공유된 공간에서 소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너에게는 공해, 나에게는 소통이요, 교감이고 즐거움이다. 비록 나의 청각이 마비되어 두통이 오지만, 왁자지껄! 이 소음은 분명 혼돈의 모자이크이기에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한 듯이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상! 이 사회의 일상이 이와 다르지 않을 터,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공감의 카오스 속에 사는 것이다.

반원 모양의 외관을 가진 건물, 이 카페의 창가는 산과 강을 아우르는 전경으로, 눈 호강을 마음껏 할 수 있다. 하지만 왼쪽으로 돌아가면 바위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육산이 자리한다. 소위 말하는 암산을 품어 안은 육산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상의 바위! 범어가 사는 금샘이 있는 고당봉을 볼 수 없다. 비록 조망의 경쟁에 밀려난 방향이지만, 분명히 금정산 자락인데 말이다.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상상을 더하면 마음에서 고당봉을 볼 수도 있다.

쪽, 산으로 시야를 돌리면, 금정산 기슭의 호포역사가 보인다. 2호선 도시철도 종점, 부산과 양산을 잇는 곳으로 세월의 때가 묻은 건물과 철로, 전선 등의 시설이 눈길을 끈다. 11월의 빛바랜 단풍이 말라 붙은 나무 군락이 푸른 소나무 군락과 뒤섞여 있다. 그 옆으로 조금 먼 곳의 산기슭에는 길게 줄지은 아파트 군락이 자연과 함께 이어진다. 옆으로 나란히 강물은 소리 없이 흘러간다. 강 하구로 물이 흐르고, 청춘 먹은 세월도 흐르는 듯 카페에는 젊은이보다 중년이 많다. 그래서일까? 살아온 세월만큼 얘깃거리도 많은 것은.


2025. 11. 30. 산이

작가의 이전글일상의 소소함을 찾아서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