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함을 찾아서 14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25. 12.20.

by 산이

소소함이란 보잘것이 없다는 뜻이 아니고 아기자기하고,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괜찮은 것처럼 느껴지는 작은 것이다. 내면의 만족함이 없다면, 결코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 스스로 만족함을 느낄 수 있도록 욕망을 절제하지 않으면 결코 작은 것을 아끼고 사랑할 수 없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 함은 주어진 여건에 맞추어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즉 필요를 채우고 충분보다는 부족함에 마음을 열고 절제하는 삶이다. 채워짐이 주는 만족보다 적절히 비워진 공간이 주는 여유를 즐기는 삶이다. 더 가져서 즐거운 것이 아니고 덜 가져서 더 추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즐거운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이 차곡차고 쌓여 큰 것이 된다. 만월보다 초승달이 더 아름다운 이유와 같다. 작은 것은 작아서 놓치기 쉽고 하잘 것 없이 보인다. 작아도 존재하는 이유가 있기에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작은 것은 작아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주목받을 수 없다. 하지만 작은 것 또한 작아야 할 이유가 있고 작아야 존재할 수 있는 것이기에 작다고 결코 무시당할 이유는 없다.

작고 혹은 적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작아서 하잘 것 없고, 사소한 것이 아니다. 작은 것 혹은 적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많은 것이 된다. 시작이 없면 결과도 없듯이 작은 것 혹은 적은 것이 모아지고, 쌓이고 하지 않으면 클 수가 없는 것이다. 크고 작음이 본질을 바꾸지 않기에 작다고 사소한 것으로, 소소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티끌 모아 태산! 십리도 한 걸음부터! 십 원이 백 원 되고 백 원이 쌓여 일 억원이 되는 원리이다. 먼지보다 작은 금도 금이기에 사소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소함은 일상에서 중요함이 상대적으로 덜 하다는 의미이다. 반복되고, 덜 끌리고,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인 것, 하나 마나 해서 드러나지 않는 것,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이 소소한 것이다. 세상살이에 하나마나한 일은 없다. 주목받지 않는다고 드러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소소할 만큼 작은 일에도 잔잔한 웃음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생활의 활력을 가져다준다. 티가 나지 않아도 쌓이고 쌓여 선함으로, 착함으로 작용하여 배려가 몸에 밴 마음 좋은 사람으로 드러난다.

색이 바랜 사진첩을 보라. 기억이 희미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꾸밈없이 벗은 모습으로 갓 태어난 유아 때의 사진이 아름답다. 아니 아름답다는 표현보다 티 없이 맑아서 그냥 좋다. 사진을 보면, 앙증맞을 만큼 작아서 귀엽고, 존재 그 자체라서 사랑스럽다. 아가가 커서 무한히 많은 것을 얻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녀서 더욱 소중하다. 작아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아름답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다만 잊고 있을 뿐이지.

어쩌면 삶이란 것이 원래 소소하고 사소한 작은 일의 반복과 연속으로 드러나는 것인데, 크고 거창한 것에만 집착해서 착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거창한 것이나 위대한 발명도 사실 작은 것에서, 아주 우연한 계기로, 또 사소하고 소소한 것에서 찾아질 때가 많다. 무슨 일이든 대개 계획은 거창하나, 그 시작은 사소하고 작은 일에서 출발한다. 소소함이 일상에서 언제나 잔잔한 미소를 안긴다. 고요한 호수에 이는 잔물결의 파장이 비록 얕고 가늘지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작고 사소하며 소소한 일이 생활의 활력을 주고 웃게 하기에 소중하다. 삶은 언제나 일상의 소소함을 먹고서 최후의 만찬에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남긴다. 작은 것이 소중하고 사소함이 좋다. 일상의 소소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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