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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Jan 31. 2024

EP.28 잘못된 선택? 그럼 어때 예쁘면 됐지!

- 나의 세 번째 암벽화

 작년 봄, 자연암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러 등산용품 매장에 갔다. 필요한 모든 물품을 구매하고 계산을 하려는 순간 시선을 사로잡은 총천연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암벽화들. 홀린 듯 그쪽으로 몸을 돌려 암벽화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에게는 암벽화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초급자용 암벽화. 이제 내 실력 정도면 중급자용 신발을 신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과 아직은 아니다는 마음이 갈등을 하는 순간! 사장님은 누구나 들으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는 싸게 줄게!라는 영업 멘트를 날리셨고 귀가 얇은 나란 여자는 그 멘트에 홀라당 넘어가 새로운 암벽화를 구입하였다.     


 new 암벽화는 암장에서 자랑해 줘야 제 맛!! 암장 입구에서부터 밝은 목소리로 “저 신발 새로 샀습니다.” 외치며 들어갔다. 새로운 암벽화는 늘 구경의 대상이기에 암장 사람들은 내 암벽화를 살펴보았고 나는 몰랐던 다양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산 암벽화가 출시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는 것과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제품으로 나라에서 인정받을 만큼 품질이 좋은 제품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어 철수했다는 것! (왜지? 내 눈에는 이렇게 이쁜데?)     


 남들이 뭐라 하던 내가 산 암벽화가 너무나 맘에 들었던 나는 참으로 열심히 암벽화를 신고 운동을 했다. 그런데 이 암벽화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운동만 하고 자리로 돌아오면 옆에 덧대어진 고무가 조금씩 벌어진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점점 그 정도가 심해져서 고무가 아예 너덜너덜 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내 눈에도 그 너덜거림이 보였으나 애써 무시했다. 운동하는데 큰 지장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 너덜거림은 S의 심기를 건드렸고 S는 자기의 신발용 본드를 나에게 주며 꼭 제발 고치라고 말했다. (고마워 S야)     


 그렇게 1차 교정 완료. 그 이후 한동안은 괜찮았다. 아니 괜찮은 줄 알았다. 어느 날 이상해 암벽화 옆면을 보니 고무가 다 갈라져 있었던 것!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신경 쓰는 여자가 아니지. 그 갈라진 암벽화를 신고 3개월을 넘게 운동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은 문제를 푸는데 발이 계속 터지고 평소에서는 잘 가는 무브도 자꾸 버벅거리는 게 아닌가? 이상해서 암벽을 보니 밑창이 완전히 다 나가버렸다. 그렇다. 새 암벽화는 그렇게 1년도 신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었다.     


 역시 싸게 파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싼 게 비지떡이란 옛 어르신들의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후회? 이미 늦었다. 어이 거기 호구. 잘 왔네. 여기 당신이랑 아주 똑같은 사람이 있어. 우리 친구나 할까? 허허허.     


 급작스럽게 두 번째 암벽화를 잃은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세 번째 암벽화를 사러 가게 되었다. 두 번의 암벽화는 S의 동행으로 같이 보고 샀지만 이번엔 S가 시간이 되지 않아 혼자 암벽화를 사러 가게 되었다. 다 큰 성인인 내가 혼자 암벽화를 사러 가지 못 할 이유 없지 아니한가? (결국 혼자 가서 된통 욕을 먹은 이야기는 이후에 나옵니다.)     


 그렇게 난생처음 혼자 암벽화를 사러 간 나는 이번엔 아무리 비싸도 꼭 신상을 사리라 마음먹었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냐? 마음먹은 건 꼭 이룬 다는 것? 그럼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음먹은 것만 이룬다는 것!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등산용품 매장에 들어가 호기롭게 가장 잘 나가는 암벽화를 달라는 것까지는 좋았다. 맘에 드는 암벽화를 고르기 위해 다양한 암벽화를 신어보는데 직원이 나에게 권해준 사이즈가 38.5(사이즈)였다는 것.      


 내 첫 번째 암벽화는 37이었고 내 두 번째 암벽화는 36.5였다. 내가 두 번째 암벽화를 반 사이즈나 줄인 이유는 첫 암벽화가 크다고 센터장님에게 엄청난 구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암벽화를 크게 신으면 늘어나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오래 신지 못한 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게 구박을 받았던 나지만 그 기억은 다 잊고 두 번째 암벽화를 신었을 때 너무 아팠다는 고통만 생각하고 37.5의 암벽화를 산 것!      


 여기서 변명을 조금 해보자면 판매하는 직원 분께서 요즘은 그렇게 작게 안 신는다고 크게 신어도 된다고 이 사이즈가 본인 사이즈가 맞다고 강력하게 우기셨답니다. 암튼 나는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산 새 암벽화를 들고 암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번엔 저번처럼 자랑을 하지 않았다. 왜냐? 나도 찔리는 게 있었거든. 센터장님한테 혼날 걸 알고 있었거든요..     


 내 암벽화를 보자마자 센터장님은 도대체 왜 이렇게 큰 암벽화를 사 왔냐고 구박을 시전 하셨다.(센터장님은 나보다 발이 15mm나 크신데 37.5를 신는다고 하신다.) 아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센터장님 전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요. 이번엔 진짜 내구성 좋은 신발을 사야겠다. 그 생각밖에 없었거든요. 물론 이 말은 나 혼자 한 말이다.      


 그래서 새 암벽화는 어떠냐고요? 말해 뭐 합니까? 너무 좋지요. 구박을 받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을 만큼 좋답니다. 그리고 새 암벽화를 신으니 신력을 받아 실력도 향상된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완등을 반드시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런 느낌이 계속 들어요. 그래서 앞으로 이 암벽화 오래오래 신을 거 에요.(여러분 잊지 마세요. 이 사람 두 번째 암벽화 사고도 이랬어요. 아마 1년 안에 네 번째 암벽화 산 이야기 또 한다에 제 전 재산 500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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