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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Mar 06. 2024

EP.32 드디어 나도 한다 풀업!!

나의 풀업 성공기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책을 읽어보셨는가? 그 책에 의하면 요즘 사람들은 집중력을 도둑맞았다고 한다. 우리가 집중력을 도둑맞은 원인 중 한 가지는 바로 숏폼이다. (물론 이건 빅테크 기업들이 노린 것이다. 책에서 강조한 건 이거였는데 내 멋대로 이상한 결론 내기) 짧은 영상 탓에 집중력이 필요 없을뿐더러 다양한 내용을 짧은 시간에 많이 알 수 있다. 거기다 도파민이 뿜뿜 나오는 것은 덤. 이러다 보니 잠깐 볼까 하고 영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가있다.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저의 집중력 역시 도둑맞았거든요. 오늘은 진짜 조금만 봐야지 마음먹고 영상을 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 시간은 기본 심한 날은 하루 종일 중독자처럼 숏폼만 보고 있습니다. (반성해라 닝겐아!) 그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영상은 바로 운동! 남들 클라이밍 하는 것도 보고 헬스장에서 무게 치는 것도 보고 풀업 하는 것도 보고.. (야! 네가 나가서 운동을 하라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주말에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남들 운동하는 영상을 보고 있자면 현타가 세게 오는데 아니 도대체 내 주위에는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암장 사람들 제외) 몸 좋은 사람도 한 명도 없는데 영상 속에는 어찌 그리 다들 운동도 잘하고 몸도 좋은지.. 거기다 나의 자존감을 가장 무너트리는 것은 모든 사람이 풀업을 하는데 도대체 왜 나는 못하는 것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시작된다. (그럼 그만 보라고..)     


거기다 아주 작디작고 조그맣고 조그만 구독자를 가지고 있지만 나 역시 엄연한 운동 유튜버다. 그러니 비교가 되는 건 당연지사. 나와 달리 몸매 좋고 운동 잘하는 유튜버들을 보면 사실 그렇게 화가 많이 나진 않는다. 왜냐면 그땐 자기 합리화를 시작하기 때문. 저들은 운동한 지 오래됐을 거야 (너도 오래됐잖아!!) 쟤들은 타고 난 몸매 & 근육일 거야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나와 같이 병아리(?) 운동러들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풀업 성공을 하는 것을 보면 진짜 자존감이 떨어짐은 물론 나 자신의 존재 자체에도 의문을 품게 된다. 도대체 넌 왜 못하는 거니? 이럴 거면 밥은 왜 먹고 왜 사는 거니?    

 

더 슬픈 건 내가 유튜버가 된 이유가 조언을 듣기 위해서 인데 그 조언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모 모두들 내 영상을 보고 하나같이 하는 말 "등이 아닌 팔로 당긴다". 아니 도대체 몸을 들어 올리는데 팔로 안 당기면 뭘로 당긴단 말인가? 등을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용어를 찾아서 읽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주 가끔 이해가 되기도 하였으나 머리로 이해하면 뭐 하나? 몸이 하나도 못 따라가는 것을..    

  

포기만 하지 않으면 성공하겠지란 마음으로 무식하게 그냥 내 방법대로 계속 풀업 도전을 하고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은 손목이 아팠고 어느 날은 팔꿈치가 아프고 어느 날은 등이 아프고 어느 날은 어깨가 아팠다. 아니 건강하려고 운동하는 건데 도대체 이게 맞아? 의문점이 들었고 점점 나의 의지는 약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너무나 한심했는지 어떤 물리치료사 분께서 나에게 DM를 보내셨다. 진짜 장문의 글이었는데 계속 그렇게 운동을 하면 다친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내 방법이 왜 잘못되었는지 정말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DM를 받고 내 기분이 어땠냐고요? 진짜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물리치료사님 죄송합니다. 지금은 진짜 감사드려요!!) 

    

사실 도전 초기였으면 그 DM을 받고 아주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의욕도 의지도 사라진 상태. 그냥 나 자신과의 약속 때문에 꾸역꾸역 하고 있기도 했고 여러 조언들을 듣고 그대로 해봤으나 나아지는 게 1도 없었기에 그의 조언이 잔소리처럼 들렸다. 나도 알아!! 근데 몸이 안 따라주는 걸 어떻게!! 이렇게 짜증을 내면서 DM을 읽고 기억에서 잊었다.     


그리고 다음날, 다른 날과 다름없이 영상을 찍고 돌려보는데 어? 그 물리치료사님께서 무슨 말을 한지 아주 조금 알 거 같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람들이 나에게 젤 많이 하는 말이 “등이 아니고 팔, 어깨만 써요!!”였다. 사람들이 나한테 그 말을 할 때마다 지들이 내가 팔을 쓰는지 어깨를 쓰는지 어떻게 알아? 했는데 와! 알 거 같아 이제 내 눈에 보여.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먹고 깨달음을 얻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는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그리곤 어제 대충 읽었던 그 DM을 다시 읽고 나의 문제점을 파악해 나갔다.     


그러나 언제나 말했듯이 인생은 영화가 아니고 현실이다. 깨달았다고 바로 성공! 이것이 아니란 말씀. 내 문제점이 뭔지 너무나도 잘 알겠는데 그걸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 DM을 읽고 또 읽어 뇌는 이해를 했는데 몸이 전혀 따라주지 않았다. 그럼 내 몸이 그렇지.. 그래도 영상을 보니 전전날 보다 전날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 이거면 되었다. 이럼 조만간 성공하겠지.   

  

그리고 오늘 어김없이 풀업바를 잡았다. 사실 자세가 좋아지기 시작하면서(내가 느끼기에) 풀업 도전을 하기 전 하는 루틴이 하나 생겼는데 제일 얇은 풀업 밴드로 풀업을 하고 그 자세의 감각을 기억하는 것! 오늘도 역시 그 행동을 하고 내 몸을 끌어올렸다.     


어? 어? 올라가네? 

어? 어? 또 올라가네?     


그렇다. 오늘 나는 드디어 2개의 풀업을 성공했다. 그것도 팔로 당겨서 하는 풀업이 아닌 남들이 말하는 정자세의 풀업으로 말이다. 동네 사람들! 드디어 제가 풀업에 성공했어요!! 평생 못 할 줄 알았는데 저 몸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 아하하하하하. 그동안 저한테 수많은 댓글과 DM으로 조언해 주신 많은 분들 복 받을 거예요. 진짜 다들 적게 일하시고 많이들 벌으세요 아하하하하하.     


한동안 성공의 행복감에 도취해 있던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도전했다. 그 결과는 대실패. 다시 팔로 당기고 있더라고요. 그러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내 성공은 이미 영상으로 결과가 남아있다는 사실. 나는 내 성공의 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며 기쁨에 만취했다.    

 

팔의 힘이 없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또 실패할지 모른다. 내 루틴인 풀업밴드로 한 개 하고 도전하기의 과정이 없으면 실패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난 성공을 경험했기에 그 감각을 기억하기에 다시 쉽게 성공하리라고 믿는다. 또한, 하나 성공했다고 끝내지 않고 앞으로도 이 도전을 계속 이어갈 것 이기에 앞으로는 루틴이 없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성공하리라 나는 믿는다.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 3월 6일. 잊지 않고 내 매년 오늘을 기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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