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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Apr 17. 2024

EP.38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 첫 외벽 등반

 실내 클라이밍장은 산으로 클라이밍을 가기 쉽지 않기에 감각을 잃지 않고 자주 연습하고자 하는 이유에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목표는 산에서 하는 암벽등반이다.   

  

 운동을 시작하고 첫 번째 연도에는 무서워 자연암 등반에 나갈 생각을 하지도 못했으나 작년엔 암장 사람들이 하도 자연암의 매력을 어필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 이 정도 실력이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암장에서 진행하는 등반학교를 수료하고 자연암 등반에 나섰다. 그것도 2번이나 말이다.  

    

 자연암 등반은 많은 걸 남겼다. 생에 미련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미련이 그득그득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고, (나의 등반은 죽지 않기 위해 하는 생존 등반이었다.) 무서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해 주었다. 몰랐던 것을 알게 해 주고 삶의 미련까지 가지게 해주는 위대한 자연암 등반이여..!      


 딱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실내 클라이밍장에서 운동을 하고 그다음은 통칭 외벽이라고 불리는 인공 암벽장에서 연습을 한 후 자연암으로 나간다. 하지만 언제나 순서 파괴자에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나는 외벽은 뛰어넘은 체 바로 자연암으로 등반을 나간 것!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온 나시끼 대단하다.   

  

 그래서 언제나 외벽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우리 암장엔 난이도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암장은 10.a 12.a 같은 등급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암장은 언제나 회원 맞춤으로 문제가 나오기에 등급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벽 역시 등급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내가 어느 정도의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또한, 암장에서 나를 제외한 모두가 외벽을 다녀왔다. 가끔 그들이 외벽에 대해 이야기할 때 끼고 싶은데 경험하지 못했기에 끼지 못하는 슬픈 상황이 연출되었다. 거기다 남들이 하는 건 뭐든지 다 해보고 싶은 1인이라 더더욱 넘나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닌 외벽과 자연암 등반이다.   

  

 실내 클라이밍은 신발과 초크만 있으면 혼자서도 언제나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외벽과 자연암은 그렇지 않다. 하네스, 하강기, 잠금 비너 등 안전을 위한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다. 이 모든 걸 갖추고 있다고 해도 빌레이(등반을 하는 사람의 혹시 모를 추락에 대비해 오르는 사람과 이어진 로프를 묶고 로프를 풀어주고 당겨주며 등반자의 안전을 봐주는 것)를 봐줄 운동 메이트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 이래서 친구가 없는 왕따는 외벽을 못 갑니다. 엉엉엉. (물론 운동 메이트 S가 있지만 내가 S의 빌레이를 봐줄 자신이 없어 못 가고 있었다.)  

   

 그러던 저번 주 암장의 한 선배님께서 같이 외벽에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셨다. 올타쿠나! 드디어 나도 외벽을 경험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거침없이 콜을 외쳤다. 이때까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쟁이기에 콜을 그리 쉽게 외칠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생각이란 걸 한 번이라도 하고 외쳤을 것을...     

 외벽을 나가기 하루 전 몸에 로프를 감고 클립 연습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외벽과 자연암의 기본 중 기본이 클립(벽에 박혀있는 퀵도르에 로프를 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몸에 로프를 감으려고 하는데. 어랍쇼? 작년에 센터장님께 맞으면서 배웠던 매듭법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어찌어찌 선배님들께 매듭법을 배우고 클립을 하려고 하는데 로프가 걸리지 않는 게 아닌가? 어? 나 작년에 분명 클립은 잘했다고 칭찬받았는데 이거 뭔가요? 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건가요?     


 그렇다. 등반학교는 벌써 일 년 전 일. 어제일도 깜빡깜빡하는 내가 작년에 배운 매듭법과 클립 법을 기억할리 만무했다. 그런데 그렇게 당당하게 콜을 외쳤니? 이 멍청이야.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은 일. 이 사태를 무마할 수 있는 길은 연습뿐이다. 그렇게 그날 나는 구석에 처박힌 체 하루 종일 매듭법과 클립을 연습했다. 내일의 나 잘할 수 있겠지?   

  

 그렇게 당도한 외벽 등반 당일. 두려움과 설렘을 반반씩 가지고 모임 장소로 향했다. 항상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보이던 인공암벽장이 있었다. 클라이밍을 하기 전 그곳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저걸 왜 하는 걸까? 참 할 일 없는 사람들이네. 난 죽어도 여기 올 일 없을 거다. 했었는데 내가 여길 와있다니. 역시 사람일은 함부로 예측하는 게 아니다.     


 멀리서만 보던 외벽을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높이가 어마무시했다. 이거 왜 이렇게 높아? 나 진짜 오를 수 있을까? 어느새 설렘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고 걱정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면 절대 내가 아니지! 마음을 다잡고 등반을 준비했다. 할 수 있다. 이 네 글자만 마음에 새기자 하고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등반. 어땠을까요?      


 분명 암벽등반을 하러 온 건데 등반 대신 오토바이만 오백 번 탔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그렇게 소환하지 말자는 아저씨는 오억 번 나와서 주위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으며, 높이가 높아지자 급 소환된 고소공포증에 아래를 내려다볼 수 없어 발 홀드를 못 찾아서 쩔쩔쩔. 밑에서 같이 간 다른 암장 회원들이 발 홀드의 위치를 알려줘도 뇌가 정지돼서 말을 1도 못 알아듣고 홀드만 잡고 덜덜덜.(오른쪽 왼쪽도 못 알아 들었으니 말 다했죠 뭐..)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은 딱 이럴 때 쓰는 것이란 걸 제대로 깨닫고 왔습니다.     


 그래도 소정의 성과가 있다면 텐(빌레이가 로프에 텐션을 주어 손을 놓고 쉴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을 받긴 했지만 10.a 2문제와 10.b 1문제를 완등했다는 것. 어렵긴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등을 했다는 것. 뭐 고작 이 정도?!     


누군가 나에게 다시 외벽을 가겠냐고 물으면 3초 정도 고민을 하긴 할 것 같지만 아마 다시 콜을 외칠 것 같다. 아무리 오토바이를 타고 아저씨를 소환하고 뇌정지가 오지만 그래도 넘나 재미있는 것! 이 재미있는 걸 다시 안 할 수는 없지! 대신 암장 구석에서 조금 더 열심히 클립 연습을 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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