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학교에서 창의체험부장이 되어 학교 비교과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계획 운영하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시행되는 72개의 동아리들과 고교대학연계 프로그램 그리고 학술제 연구 발표회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게 되었다. 오늘 우리 학교에 들어온 고1 신입생들에게 강당에서 이런 학교에서 시행되는 비교과 관련 설명회를 하게 되었다. 강당 앞에 서서 신입생들을 보니 다들 지쳐 보였다.^^;;
학교 건학이념 설명, 교감선생님 인사말, 학사일정, 학교 특색활동, 진학 결과 등까지 들으면서 아이들 표정 속에서 피곤함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내가 학교에서 진행하는 비교과 활동들을 설명하게 되었다.
계속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수업 내용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설명회 속에서 나는 과연 피곤해 지쳐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설명회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비교과 활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비교과는 말 그대로 교과활동이 아니라는 뜻이란다. 학교에 등교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7교시 수업을 계속 듣는 것이 교과활동이라면 비교과는 그렇게 학생들이 듣기만 하는 활동이 아니란다. 비교과 활동은 학교에서 재미있게 노는 활동이란다. 게임하듯 자발적으로 즐겁고 재미있게...
이런 나의 설명에 피곤에 지쳐있는 학생들이 잠시 내 말에 귀를 기울었다. "뭐지? 노는 거라고?"
학교에서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수업 내용, 권면을 듣는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수없이 많은 정보가 가치 있고 중요한 정보라 할지라도 자신이 납득되고 설득된 정보, 내용만 취사 선택하여 받아들인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중요한 세대가 MZ 세대이다. 그래서 설득이 중요하고 재미있다는 감정이 중요해졌다. 학교 활동도 이런 요소들이 학생들의 배움에, 공부에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이런 관점에서 앞서 설명회를 했던 강의 내용들을 다시 되돌아보니 때론 이런 내용들이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너희 원하는 대학 못 간다. 학사 일정대로 잘 따라가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고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다. 실력을 잘 쌓지 않으면 사회에 나갈 때 낙오될 수 있다. 그러니 공부해라!! "
이런 방식으로 설명하면 과연 학생들이 설득될까? 이런 강의 내용, 설명은 기성세대에게나 설득되었던 방식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고등학교에 와서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면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이들이 정말 공부가 즐겁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질문이 생각났다. 그래서 요즘 핫이슈인 ChatGPT에게 질문했다. 초거대 AI 시스템으로 전인류의 지적 정보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이런 질문에 무엇이라고 답변할까? 궁금했다.
우리 시대에 이런 질문에 답해준 책이 있었는데 바로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었다.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은 탄 저자가 쓴 책이란 점, 그리고 제목 자체가 인상적으로 읽고 싶게 만든 책이기도 했다.(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부가 재미없고 힘들게 했던 경험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런 책제목에 더욱 끌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학교 1학년때 이렇게 책제목에 끌려 읽다가 실망한 책이 에리히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이란 책이었다. ㅋ)
책에 나온 몇 가지 글귀를 보면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지혜의 깊이'는 공부를 통해서만이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의 두뇌는 인간 특유의 폭넓은 사고의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는 힘, 즉 '지혜의 깊이'가 키워지지 않는다.
굉장히 공감되는 어귀이다. 깊이 있는 사고력은 몰입해서 공부해 볼 때만 나오는 지혜이다. 공부내용은 나중에 까먹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익힌 지혜는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평생 나만의 자산이다. 그것을 고등학생 때 체험하고 얻게 된다면 인생 전체로 볼 때 큰 유익이 있을 것이다.
창조하려면 먼저 배워야 한다˝, ˝무엇을 생각하든지 생각하는 그 자체가 뜻 잇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배우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활동이고 창의성과 창조력이 발생한다.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정보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통찰력과 아이디어로 그런 정보를 재구성하여 구조화시킬 수 있는가?이다. 창의성은 낯선 환경에 직면할 때, 새로운 것들을 수용할 때 생기는 것은 같다. 그래서 도전을 주저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과정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큰 특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책이나, 삶의 충격 등으로 인생에 자의식이 해체되는 순간이 있다.
저자는 길을 가다 한 소녀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단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이란 한마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학생이라는 자의식이 해체되는 순간이었다. 생각에 침묵을 두드리는 자기만의 울림이 있는 한순간은 독서와 사색을 통한 삶이 생활화될 때 울림은 더 커지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독서와 사색'은 공부의 즐거움을 주는 데 큰 요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