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날에 드는 모순된 두 감정 사이
결핍과 새로운 욕망 그리고 낭만
오늘은 우리 학교 졸업식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3 담임을 하면서 때로는 대면하기 싫은 행사가 졸업식이기도 하다. 졸업은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한 단락을 마무리하는 시기이자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과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교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사건 없이 잘 성장하여 이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는 뿌듯함과 이제는 잘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커져간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감정이 들 때 "시원 섭섭하다" 라고 말한다.
8년 동안 고3 담임을 하다 보니 이렇게 매년 졸업식을 통해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 애정을 쏟은 만큼 어느 순간 이제는 그 공간이 없어졌다는 결핍감을 느낀다. 그것이 교사의 숙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결핍감은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욕구로 충족되어 다음 해 새롭게 만날 또 다른 아이들에게 쏟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핍감이 또 다른 학생에 대한 애정으로 숙성되도록 인내하며 기다린다. 겨울방학은 나에게 그런 시간인 것 같다.
교실을 떠나 오랫동안 지내는 시간은 항상 시끌벅적한 교실과 아이들이 없다는 침묵을 인식하는 신호이며 한 반의 아이들을 맡은 담임으로서 일 년 동안 살면서 형성된 정체성과 자기 인식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침묵과 진공상태... 그래서 경험하는 모순된 감정들...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스스로 자전하는 지구는 소리가 없다. 자연은 언제나 침묵한다. 빅뱅이 생겨나기 전 상태는 어떤 소리도 허락하지 않는 진공이다. 진공 속에 우주를 만들어지고 그 안에 생명을 만든 것은 침묵과 조용한 시간이다. 침묵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감정이 잉태되고 그 위에 다음 학기에 아이들을 가르칠 내용과 생각과 감정들로 채워간다. 그렇게 새 학기를 준비한다. 이런 시간들을 나는 낭만의 시기라 부른다.
그동안 입시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제 졸업하는 모든 고3 학생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