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돈 벌기

by 황호

공천포 베이커리 카페 사장.....

왜 할 일이 없냐고 일할 때 천지란다??

여기 제주도는 일할 사람이 모자라요!

육지는 일자리 없어 난린데..


물론 삼 년 전 이야기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싹 다가 않아 정색을

하고 말한다.

여긴 호텔, 골프장도 도처에 있고 귤 밭에서 농부도, 바다에서 배 타고 어부도 할 수 있어요. 선생 보아하니 덩치도 크고 힘깨나 쓰겠는데... 우선 귤 농장에 가서 여자 삯으로 일하겠다 하면 그럼 바로 일할 수 있단다 ㅎ.


자기가 얼마 전엔 호텔에서 청소하는 일을

70살 되신 분 취직시켜 드렸다고 깨알 자랑한다. 마음먹기 달렸어요.

생각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요새 젊은 사람들 그런 일 안 하 려 하니까

일할 데는 많다고.

주방에서 접시 닦는 일할 수 있겠냐고

눈 칠 본다. 돈도 많이 준단다ㅎ.


그래요?

그런 거 안 해봤는데...

그거 받으려면 엄청 부려 먹을 텐데...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아니 그럼 그거도 안 하고 그 돈을 받아요?

놀며 일해요?

(한 달 살이 할 때의 글에서 차용해 왔다)


이렇게 제주에서 내 노동이 시작됐다.


제주도에 처음 한 달 살이 하러 왔을 때

길 걷다가 공천포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동갑내기

카페 쥔장과의 이야기다.


지금은 제주도가 여러 가지 문제로

전국적으로 구설수에 오른 건 사실이고

또 심각한 침체기를 맞고 있지만

그땐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일 때였고

제주도로 관광객이 몰리던 시절이다.


어쨌든 그렇게 그 양반 소개로

호텔에서 접시 닦는 일을 시작했다. 전쟁터 같은

특급호텔 지하 주방에서 시작된 제주에서 노동의 역사는 3년. 즉 36개월 동안 29개월을 일하는 기염을 토한다.

물론 10달 동안의 올레길 지킴이와

반년쯤 전에 창업한 국숫집은 노동이라기보다는 유희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는 그 일을

노동과 유희 사이라 말했다.

대략 1년에 걸친 호텔과 골프장에서의 노동의 대가는 그대로 소득이 되어 통장 잔고로 남았다.


몇 년 전부터 받기 시작한

두어 가지 연금소득은 제주에서의 생활을 자유롭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혼자 사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고 그런대로 여유로웠다.

거기에다 불로소득인 듯 받은 급여는 그것이

목돈이 되어 국숫집 창업을 감행하는데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그래서 겁 없이 망해도 그만이라는

만용을 부렸다.

물론 하는 일 없이는 여기 제주에 장기간

있을 수 없다는,

아니 제주에 있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생을 통틀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무한 감사한 일이다.

평생 종사한 일에서 물러난 후의 일은

더더욱 그렇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일을 한다는 건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다.

어떤 방식이든 관계에서 소외되면 사회와 단절되며 고립된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상실되며

정신과 육체는 빠르게 병들어간다.

살기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 한다.

나이의 숫자와 일의 종류와 가치는 중요하지 않다.


첫 일터였던

전쟁터 같은 특급호텔 식당 지하 주방에서

쉴 새 없이 접시를 닦던 주방 스튜어드로..


코스관리인이란 그럴싸한 이름으로 열 달 동안

잔디 위를 내달렸던 골프장 잡역부의 애환이..


하루 종일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좌절했던 어느 비 오는 날 오후의 국숫집에서..


그냥 이게 다 내 삶의 조각이다.

이 어쭙잖은 블로그조차도

지금 살아가는 내 모습이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것도 이 나이에

제주가 아니라도

내가 사는 어디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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