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소리

by 황호

국숫집 열었다는 블로그 올리고 나니

휴대폰 울림이 전 지구적?으로 쇄도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몇 가지 답을 한다.


..............


흉흉한 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국세청에서 발표한 자영업자들의 작년(2023년) 폐업률이 역대 최대인 100만 명에 달했단다.

사업 부진이 폐업의 절반 사유였고,

그중에 음식·소매·서비스업의

70퍼센트가량이 폐업했다.

그 외에도 참으로 많은 부정적인 데이터를 접했다.


이래도 할래?

식당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던데.

그 나이에..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해봤어?

현대 창업자 정주영 회장의 불굴의

투지가 빛나는 위대한 어록이다.


나는 그런 의지의 한국인이 아니다.

해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망한다 한들 잃을 게 뭐 그리 있겠나?

단순 무식하게 이러고 나니 속이 편했다.

(나의 이 아메바적 사생관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몇 가지는 다짐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나는 그냥 다 잘 될 거라는,

누가 뭐래도 앞으로 꽃길만 걸을 거라는,

보편타당한 판단을 거부하는

확증편향에 빠지는 우는 범하지 말자.

(안덕 산방 도서관에서 "식당 창업"에 관련된 책을 족히 10권은 빌려 보았을 것이다.

책의 저자들은, 특히 백종원 씨는

제일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한다!)


그동안 오롯이 제주에서 체험한,

나를 일깨운 소중한 노동의 댓가인,

제주에서 생긴 돈 만으로 시작하고

제주에서 생긴 돈 만으로 끝내자..

한 푼 두 푼 모여진 최소 투자금으로만 하자.

그 이외의 어떤 여윳돈도 가용하지 말자.

그러면 망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매출이 부진한 날은 심각한 자기반성이 올 것이며

그건 나 스스로를 갉아먹게 될 것이다!

모든 것,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할 일이다.


국숫집을 만들기 전에

스스로의 결기에 취해서

여러 다짐했던 말들이다.


돌이켜 보니

참 무모하다 못해 무식했다.

그 덕분에 당시 나를 아는 여러 제주 지인들로부터 용감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특히 내 또래의)

그동안의 그 고초와 마음고생을,

그 외로움을 생각하면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앞으로 어찌 되든 간에

이거 하나는 확실히 성공했다.


가파도에서 스스로에게 묻고 물었던

"왜 이걸 하려 하는가"?

너무나 단순 명쾌하게 내 심장에

각인된 답을 한다.

"그냥 제주에 더 머물고 싶어

그 방편을 찾아서다"

이거 하나는 확실히 성공했다.


지금 나는


여행과 생활 사이

노동과 유희 사이

자유와 책임 사이


그 사이에서

스릴 있지만 유쾌한 줄타기를

즐기고 있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라 보장은 없으니까".


스웨덴 작가 요나스 오나손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 알란의 말이다



국숫집을 하겠다고 ???

여태까지

그에 대한 답을 했다.


..............


"형은

'할아버지가 하는 오래된 국숫집'이라는

소리를 분명히 들으실 거예요.

형은 지금도 후회 없이 꿈을 꾸고 계시니까요.

형 말대로 '지치지 않는 것' + '모든 상황을 놀이로 변형시키며 즐기는' 자기 창조 능력의 배양 = '할아버지가 하는 오래된 국숫집'


형에게 이 노래를 바칩니다.

저는 이 노래로 인해 전인권의 팬이 되었답니다

"오늘도 단꿈 꾸세요!!"



"고래의 꿈.."

그 블로그를 보았나 보다.

제주에서 만나 알게 된 S가 밤늦은

시간에 보내준 메시지가

그 어떤 격려보다 가슴에 사무친다.

고마움을 전한다.



...........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작가의 이전글다시 돌아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