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서 2025년으로
해가 바뀌고 한 달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두 달 가까이를 제주와 덕소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냈다.
육지에선 제주를, 제주에선 육지를 그리워한다.
아니 그리워한다기보다는 양쪽이 다 여행이 되는 호사를 누린다.
"여행이란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라는 누군가의 말처럼(시인 이병률)
난 애인 둘 사이에서 스릴 넘치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게 웬 복인가 싶다.
그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여행이란
'지금'을 사랑하되 사랑이 집착이 되지 않도록 나를 환기시키는 시간.
'지금'을 떠나온 낯선 곳에서
'지금'이 미친 듯이 그리울 때쯤 다시 돌아와 '지금'을 와락 안아주는 것"
두 애인을 넘나드는 스릴 넘치는 여행을
두 달가량 하다 보니
당최 지금이 현실감이 없다.
대평리 집으로 돌아와 한 달쯤 지났다
그사이 설 연휴에 지인들이
한 열흘 가량 제주에 머물다 갔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집어 든 책 속에서 이런 구절을 만났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티베트 속담이다.
이 속담은 티베트의 칼날 같은 8월의 쨍한 햇빛을 닮아 있다.
살을 파고들 것만 같은 말이다.
내가 지금 걷는 이유는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 것이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까"...
오늘을 뜻있게 살라는 말이다.
"내일을 모를 때 오늘에 감사하라"는
내가 금지옥엽처럼 새기는,
지금 나에게 좌우명과 같은 말과
동의어다
.................
잠시 멈춘다는 글을 남기고
긴 침묵을 한지가 벌써 10달이 되어간다.
참 많고도 기나긴 이야기가 그 사이 있다.
.................
며칠간 무력감에 빠졌다.
가파도에 살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가파도?
웬 뜬금없는 가파도?
이제 지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거의 열 달 넘게 글을 닫은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당근~~" 하고 휴대폰 알림이 울린다.
필요한 것을 당근에서 사고팔기를 한다.
제주에서 살면서 이 당근 마켓을 굉장히
유용하게 이용한다.
가파도에 열 평 남짓한 가게? 가
나왔다는 알람 소리다.
카페를 하던 곳인데
보증금도 연세(1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제주만의 독특한 거래 방식)도 없단다.
이런 경우는 거의 허물어지거나 오래 비어 둔 주택이나 상가, 창고를 수리한 다음
일정 기간을 임대료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런 집인 모양이다.
가파도라 해서 더더욱 흥미가 생겼다.
가파도는 재작년 올레길 지킴이 할 때
우리 조가 맡아서 했던 올레길 10-1코스라
한 달에 한 번꼴로 모슬포 운진항에서 배 타고 섬으로 들어가 올레길을 점검했던 곳이다.
제주 본섬에서 5킬로쯤 떨어져 배로 10여 분이 걸리는 120여 가구에 2백여 명의 주민이 전부인
해발 20미터의 아름다운, 섬 속의 섬이다.
섬의 북쪽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의 풍광은 산방산, 한라산 송악산을 어우르며 숨이 턱 막히는 모습을 자아낸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까?
이 말은 오늘을 뜻있게 살라는 말이라 했다.
지금 나는 제주에서 뜻있게 살고 있나?
제주에서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는
자괴감에 시달린다.
바랠 대로 바래버렸다.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무기력했다.
지쳤다는 표현이 옳다.
지난 3년이 너무 긴 시간이었던가?
여태 제주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지난해 열 달 동안에 벌려놓았던 일들이
무모했던 걸까?
그러던 차에,
가파도에서 할 만한 뭐가
나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