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려면 제대로 해야지ㅉㅉ

by 황호

"아니 두 달씩이나 가게를 비워둬요?

그래가지고 되겠어요?

장사가 잘되건 안되건 그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ㅉㅉ"


겨우내 덕소 집에 가있을 때 자주 가던,

밥도 팔고 술도 팔던 선술집

주인아주머니 말이다.


이분 내가 제주도에 내려가 있다는 거 잘 안다.

제주로 가기 전부터 한 10여 년 단골이었고

육지 집에 가면 모든 회포는 거의 그곳에서

다 이루어진다.

자연스레 내 소식을 듣는다

이분 우선 손이 크다.

2만 원 차리 굴전을 시키면 다른 곳 두배다.

파전 하나는 큰 피자 한 판만 하다.

또 무엇보다 맛있다.

테이블 대여섯 개가 항상 꽉 찬다.


제주도에서 국숫집 냈다니까

눈이 왕방울이 된다.


네? 뭐라고요?

식당을 하신다고?

제주도에서?

아저씨가?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느냐는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그도 그럴만하다.

오랜 세월 단골로 들락거렸으니

내가 그럴만한 위인이 못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 터다.

제주에 간 것도, 거기서 뭘 하고

지내는지도 잘 안다.


육지 집에 갈 때마다 들렸고 재작년 인가에는

봄에 고사리 꺾는 거에 꽂혀서

거의 매일 새벽마다 모슬봉에 올라 꺾은

고사리를 삶고 말려서

한 봉지 갖다 주기도 했다.

육지 사람들, 제주고사리를 엄청 귀히 여긴다.

고사리 꺾어주고 홍어 찜 서비스로 먹었다.


아니! 국숫집은 어쩌고 왔냐 한다.

두 달 문 닫고 쉬러 왔다고 하니


아! 됐고!

아무리 제주에 있기 위한 방편으로라도,

어떤 삶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 거기서

국숫집 하면서 그러고 살고 있는 줄은 몰라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하고 끌탕이다.

다 염려의 뜻이리라..


이분 주장은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한 끼의

소중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의 맛과, 가격, 청결도, 서비스, 분위기 등등에서 만족을 손님은 얻어야 한다.

당연히 누려야 할 손님의 권리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장사를 하니 잘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장사를 네 맘대로 하지 말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러다 망한다는 뉘앙스가 짙다.


"더 나이 들어서는 할아버지가 하는

오래된 국숫집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그러려면 손님이 많고 적고 간에

내가 지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제주에서의 내 삶은 보장되어야 한다"


뭐 이러고 술 취해서 어쩌고 저쩌고

횡설수설 떠들어댔다.

함께 마시던 동네 친구

한심하다는 듯 빤히 쳐다본다.


11월 초부터 1월 중순까지 두 달 넘어

국숫집 문을 닫았다.

"재충전하고 오겠습니다"

라는 프린트 한 장 출입에 붙여놓고

덕소 집으로 올라갔다.

거의 여덟 달 만에 가는 육지다.

몸도 마음도 쉬었다.


육지 가기 전에 그동안 미처 다 걷지 못했던 추자도 올레길과 제주동부 쪽 올레길을 일주일 동안에 마저 다 걷고 두 번째 완주증을 받았다.


두 달여간 푹푹 쉬었다.

연말엔 아내 친구가 캐나다에서 와서

제주로 돌아와 한 열흘을 관광객 모드로

휴가 속의 휴가를 보냈다.


덕소에서는 집 뒤 금대산(작은 동산)을

거의 매일 올랐다.


내내 이런 생각을 하고

올랐다.


"맛집의 제일 조건은 식당 주인이 내어놓은 음식이 아니라 음식에 담겨있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어디서 찾아본 글-


"따뜻한 '한 끼'를 먹는다는 것은,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나 자신을 돌보고 품어준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자기 사랑은 여러 형태의 사랑 중에서 으뜸이다".

-내 말-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 큼 자유로운가에 달려 있습니다"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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