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다.
두 달 가까이 습기에 푹 젖어 살았는데
장마가 물러가더니 찌는듯한 더위다.
골프장, 올레길에서 일할 때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이다.
빵빵하게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에
더위는 저 문밖에서 일어나는 남의 나랏일이다.
국숫집 안이다.
지금은 팔월 초순, 육지에 있었으면 휴가철에 도시는 텅 비고 동해바다나 제주도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글 안쓴 지 도 세 달이 넘었다.
왜 그랬는지, 왜 또다시 쓰는지
를 설명할 여유가 생겼다.
(그러고도 반년이 넘었다)
이렇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제주에 오래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고
또 그랬기에 일을 찾아서 했지만
국숫집을 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제주에 온 지 2년 반이 지났다.
육지에서 내려올 때 가지고 왔던 한 개의 캐리어는 트럭 한두 대 가 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살림살이가 늘어났다.
생각지 못 한 결과지만 꽤 마음에 든다.
아직까진.
나의 제주살이에 스스로 후한 점수를 주는 이유는 최종 평가가 아닌 중간 점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의 과정 들에 만족하고 있다.
왜냐면 나는 아직도 제주에 있기 때문이다.
벌여놓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인간관계의 폭과 깊이도, 관심사도, 육지에 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짧지만 시간이 흘렸고 세상이 변하기도 했고 제주가 나에게 다른 세상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문을 연 것은 나였지만 그 문안에서 나름 잘 살고 있는 건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떠오르는 여럿이 있지만
그냥 모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제주에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또 제주가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도 알 수 없다.
어차피 이곳에 와서 머물며 했던 모든 일들이
어찌 보면 다 무모하고 상식 밖이고 상상초월한 일도 많았다.
뭐 어떤가!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그건 나다.
그동안 마주친 노동도 마다하지도,
거리지도 않았다.
몸을 움직여 돈을 버는 노동의 신성함을
체험했기에 가능했다.(진짜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께는 낯 뜨겁다. 농부, 어부. 건설 현장 등등)
지금 시작 한지 세 달째 되는 국숫집.
무엇이 부족하고 없어서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철학이 부족한 것이다.
'밥을 먹는 식당을 하지 말고 너라는 인간의 가치와 철학을 모두가 공유하며 행복을 찾는 곳을 만들어라'.
이쯤 되는 철학이 있어야 성공한다.
그 성공의 기준은 세상의 잣대가 아니다.
이 글은 육지의 때를 벗겨 가며
제주에서 나를 돌보던 이야기들이다.
퍼 온 글
우연히 법륜 스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느 불자가 스님께 묻습니다.
요즘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욕심을 주체하기 어렵습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스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욕심인 줄 알면 내려놓으면 되고,
감당할 만하면 하면 되지 스님은 계속 말씀하십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해도,
괴로우면 욕심이에요.
불덩이를 쥐고 뜨겁다고 해요.
그러나 손을 놓지 못해요.
욕심 때문이에요. 결국 손을 데어요.
손을 다치지 않으려면 그냥 놓으면 되는데,
놓는 법을 몰라서 못 놔요?
갖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니 쥐고 있는 거예요.
답답한 스님은 한마디를 하고 이야기를 접습니다. 본인이 괴로워지고 싶다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어?
최근에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며 존경받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을 읽었다.
2022년에 작고한 그는 파나소닉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의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 3대 경영의 신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분이다.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노동이 인격을 만든다.
성실하게 있는 힘껏 일하는 행위야말로
훌륭한 인격을 만드는 유일한 비결이다. 고생스러운 경험을 피하면서
훌륭한 인간성을 완성하는 사람은 없다."
작년 그 뜨거웠던 여름을
어찌 보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