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기

by 황호

일상이 흔들렸다.

평정을 누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

저 깊은 어디에서부터 작은 파장이 되어

점점 파도로 일렁이기 시작한다.

안 되겠다 싶었다.

이곳에 머물기 위해 시작한 일이

나를 옭아맨다.


덜컥 시작한 국숫집이 초심처럼 편하지 않다.

내 삶을 더 자유롭게 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그것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 같다.


멘탈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문득 제주가 지겨워졌다.

큰일이다 싶었다...

이곳에서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근원적 욕망과 세속적 욕심을

구분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거다.


나를 이곳에 있게 하는 국숫집이

나를 이곳에서 떠나게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만 4년에 걸친 제주에서의 생활로 나름대로 성찰의 길을 찾았다는 건

턱없는 자만이었고 큰 착각이었다.

철들려면 아직 멀었다.

나의 뇌의 물리적 노화 속도를 아직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가장 경계하는 일인데 피폐해짐을 느낀다.


그래서 다시 나를 리셋하기로 했다.

더 걷기로 한다.

제주도 한 바퀴 더 돌기로 한다.

3년 전 처음 완주할 때의 느낌을 되살려

다시 이곳에서의 자양분으로 삼아야겠다.

그래서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

국숫집 문을 두 달 닫는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국숫집 손님이

뚝 끊겼다.

몇 사람 구경 하기가 힘든 일이 잦아졌다.

주변에 지인들 지금 다들 그렇다 말한다.

제주라서 더 그렇다고.


흔들리는 나에게 묻는다.

그럴 거 예상하지 않았냐고?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삼 년 동안 벽 보고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일희일비 경계해야 한다고 해놓고..

누군가는 또 말한다.

여섯 달쯤 해보고 아니면 정리해야 한다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라는 싯귀로

스스로 위로한다.

반드시 잘 될 거라고

그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자만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묻고 스스로 답한다.


****지난 4년의 제주에서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내가 그걸 증명한다고.****


나에겐 흔들릴 때마다 매달릴 '길'이 있다고

나를 다시 용기 내어 살게 할 '길'이 있다고

다시 자유를 찾게 될 거라고.


다시 걷기로 했다.

올레길 걷기는 일상이 되었기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의미를 두고 걷는다면 한라산 둘레길이나 오름 탐방도 있다.


그러나 올레길은 나에겐 남다르다.

두 번을 완주했고 또 일 년여를 올레길 지킴이 일도 했다.

걸을 때마다 길은 더 다양한 모습으로

곁으로 다가온다. 나는 새로워진다.


올레 센터를 찾아가 올레 패스포트를 샀다.

육지 집과 제주를 오가며

두 달 동안 한 바퀴 돌을 예정이다.

그래서 다시 날 돌아봐야겠다.

다시 애정 어린 눈으로 제주를,

아니 내 삶을 돌아봐야겠다.


올레 6길에서부터 제주 동쪽을 따라

다시 437킬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더 걸으라는 의미는 더 치열해지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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