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을 만들고
내가 읽은 책이 내 마음을 만든다"
-유시민 작가의 말이다-
"나는 국수를 만들어 남의 몸을
만들어 주고 남이 쓴 책을 읽어
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라고 생각하면
너무 작위적인가?
이쯤 되면 밥은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서
그만큼 책을 읽지 않는 건
야만이다? 라는 말이
말이 되나? 안 되나?
몸 건강만 위해 기를 쓰고 걷지만 말고
뇌 건강 위해 생각의 길도 좀 걷자.
먹고 운동만 하지 말고 책도 좀 보고 사색도 좀 하고 살아야 늙어가며 틀딱 꼰데가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했다.
나이 들어 갈수록 지혜로워진다는 건 심각한 착각이고 더 더 더! 어리석어진다는 걸 깨우쳐야 한다고 줄 곳 말했다.
이건 가장 잘 늙어가는 방법이라는 것이
제주에서의 나름대로의 성찰의 결과다 라고 지난 블로그에서 말했다.
이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지금 하는 국숫집이다.
백세시대라 다들 말하지만 82세 이후까지 사는 건 20 프로쯤이고 나머진 그전에 다 돌아간단다.
앞으로 뭐 한 20여 년 채 안 남은 거다.
인간은 추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고
어디서 궤변 비슷한 글을 보았는데
지나보니 뭐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고 알고 교감하고
우정이나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기억이 우리에겐 다들 있다.
그러나 그 결말이 추해지는 경우 많다.
그게 인생 사다.
근데 그게 그 말 아닌가?
인간을 덜어내는 일이 삶이 가벼워지는 길이고 노후에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들었다.
모두의 마음을 다 얻으려다 다 잃는 수도 있다.
각설하고 지금의 나는
모르는 게 너무나 많기에
알고 배우고 느끼고 감동해야 할 것들을
만나고 싶은, 그것도 많이..
그런 조급함이 있다.
그것 때문이라도 82세를 넘어 더 살고 싶을 지경이다.
물론 지적 활동이 가능한 나이까지 말이다.
그것은 책밖에 없다.
이 두 사람의 책을 다시 발견한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게 다 국숫집 덕분이다.
음식을 먹어 몸이 되고 책을 읽어서 마음이 된다.
한여름을 보내며 닥치는 대로 읽었다.
뭐 딱히 할 게 없어서다.
막국수는 여름이 제철인데
영 아니다. 여름 몇 달 지나는 동안 장사가 바닥을 기는 동안 시간은 넘쳐났다. 오픈 초기니까, 여기에서 알려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너에게 필요한 건 끈기라고 격려들 하지만
아 됐고!! 그냥 난 keep going!
아침에 10시쯤 가게에 오면 대충 준비하고 다섯 개 있는 테이블 끝자리 2인석 주방 가까운 테이블이 내 자리다. 나는 보통 2~3종의 책을 앞에 두고 그때그때 집히는 대로 읽는다.
인문 사회과학 소설 역사...
두루두루 읽는다.
동서고금의 참 다양한 사람과 시대와
상상을 만난다.
난 그냥 그 작가들의 사색과 철학과 삶을
그냥 공짜로 얻는다.
기가 막히고 놀라운 일이다.
난 시간 만 있으면 된다.
올여름 두 종류의 책에 흠뻑 빠져 살았다.
그중 하나는 한강이다.
살아서 노벨상 작품을 원서로 읽다니...
그의 책 중에 "작별하지 않는다"에 꽂혔다.
그 소설의 주요 무대가 제주도다!
제주 4.3을 다룬 무거운 주제의 소설이다.
글 중에 P 읍이 나온다. 표선읍이다.
제주 남쪽 남원과 성산 사이의 읍이지만 그다지 특색 있는 동네는 아니다.(순전히 내 개인 생각) 그 익숙한 지명이 들어오니 더 다가온다. 얼핏 소설의 무대를 내 상상으로 그린다.
더 흥미롭고 더 빠져든다.
오래전 이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강렬함이 있다.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독특한 시선과
문체에 놀랐다. 어떤 소설가인가?
그를 알아본 평론가인가가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작가가 나오다면 그 첫 순위는 한강일 거란 말에 궁금했다.
첫 직장이던 샘터사에, 돌아가신 최인호 작가가
연재 때문에 자주 들렸는데 그때 학교 졸업하고 신입으로 들어왔나 보다. 삼십 년도 지난 이야기다. 그가 얼마 후 한강의 등단 소설을 읽고
네 소설은 무척 어둡다. 하지만 깊다.
정진해라. 라고 했단 말을 어디선가 읽었다.
블로그 포스팅하려 다시 그 말을 찾았다.
"당대의 작가 최인호는 그해 가을 지병으로 세상
을 떠났다. 한강은 샘터 출판사 수습기자 시절인
1993년 그를 '필자 선생님'으로 처음 만났다.
한강은 그를 천진하게 따스했던 사람으로 기억한
다. 손님이 올 때마다 커피를 타서 날라야 했던
한강의 내색하지도 않은 고단함을 혼자 조용히
알아본 사람, 출판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살
겠다는 한강이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해
서 식사도 거르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준 사람.
투병 중에 찾아온 한강과 바닷가를 조금 걷고 나
서 최인호는 쇠한 음성으로 말했다. 너에게만 비
밀을 알려준다는 듯이."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강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나는 그렇게 생각
한다. 나는 네가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인생은
아름다운 거다.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한강
은 이어서 썼다."내가 그걸 영영 알지 못할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인 것처럼 그렇게 반복하셨다."
먹먹함이 있다.
대학시절 그의 시를 본 은사가
"너의 시 안에는 무당이 있다"라고 했다는 말에 공감했다.(한강 작가는 시로 먼저 등단했다)
그래선지 시를 소설에 녹여내는 것 같은 표현의 깊이가 남다른 흔치않은 작가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세 번 읽었다.
그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거듭 읽을수록 숲에서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다.
독후감이 아니기에 이만한다.
몽환적이기도 하고.
하여간 집중해서 읽어보면 안다.
괜히 노벨상 작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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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성수영이란 경제지 기자가 매주 신문에 연재하는 책을 만났다. 연재를 휴대폰으로 보다가 급 흥미로와져서 도서관을 뒤져 3권을 빌렸다. 이걸로 이 여름을 났다. 너무 재미나게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다.
무슨 기자가 이렇게 글을 잘 쓰나?
화가의 드라마틱한 삶을 들여다본다.
시대를 넘는 천재들이니 오죽 흥미롭겠는가. "명화의 탄생-그때 그 사람들"3권 연작으로 "명화의 비밀, ...발견"총 세 권이다.
다빈치, 미켈란젤로에서 고흐,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인류 최고의 미술가들을 다뤘으니 오죽하겠는가! 약 100여 명의 시공간을 초월한 천재들이 집합되어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하고 곁들인 그림은 감동과 위안과 아름다움을 준다.
그 작품이 걸려있는 미술관을 여름 내내 순례했다.
"먼 나라에 살았던 예술가들을 지금 바
로 내 앞에 살아있는 실체로 느끼게 해 주는 책
입니다. 독자들은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
람> 을 통해 고뇌와 결핍, 끈기와 열정 모두를
가진 복합적인 인간으로서의 예술가의 매력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몰입
을 가능하게 한 성수영 기자의 적절한 인용과
탁월한 비유, 그 마술 같은 능력에 찬사를 보냅
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작가는 작품 해설보다는 화가의 삶에 깊이 들어가 작품 탄생의 배경과 살았던 시대와 그 작품의 의미와 에피소드를 참 흥미 있고 쉽지만 날카롭게 그려낸다. 그런 작가? 이런 그림이 있었나 하는?
그런데 거기에다 작품의 탄생 배경과 화가의 삶과 시대를 보여준다. 그렇게 그림을 이해하니 감동은 더 커진다. 시대를 초월한 거장들이니 더하다.
아! 이 시대엔 이런 그림이 있었고
이런 화풍이 흐름이었구나 하는
대략적인 미술사의 흐름도 이해하게 도와준다.
하여간 여름 내내 공감 기쁨 감동 먹먹 벅참...
급기야는 이렇게 글까지 쓴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방향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용기를 내서 그 길을 계속 가세요.
그렇다면 사랑이 됐든 일이 됐든, 그
길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을 것입니다".
-p.22
이 글로 엄청난 용기를 얻었고 동기부여가 됐다. 이게 책 읽기의 힘이다.
..................
밥은 몸으로 남고 글은 마음으로 남는다.
나는 국수를 만들고 책은 나를 만든다.
하여간 올여름 이 두 분 땜에 살아남았다.
다 시간이 넘쳐서 가능한 고마운 일이다.
...................
혜은이 가수가 제주도 출신이란다.
어디서 들어서 찾아보니 그녀가
스물한 살 때 사진이란다.
시간이 많다 보니 별걸 다한다.
난 그때 열아홉이었고
지금은 예순일곱으로
제주도에서, 서귀포에서
국숫집 하면서 산다.
.................
글 올리고 며칠 후에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를 읽었는데
후기에 이런 글이 있어 추가로 올린다.
좋은 책은 기적을 일으킨다. "사기"를 읽을 때 나는 2000년을 단숨에 건너뛰어 사마천의 숨결을 느꼈다. "광장"을 읽는 동안 내 정신과 감각은 해방공간으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최인훈 선생이 느꼈을 절망과 희망을 나누었다. "대위의 딸"을 읽으면서는 시인 푸시킨에게 감정을 이입해 자유를 향한 열망으로 마음을 적셨다. 이번에는 "밀의 자유론"을 읽고 내가 나에게 적합한 삶을 살고 있는지 다시 점검했다. 이런 것을 기적 말고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기적을 일으키는 문화유산이 달리 또 있는지 모르겠다. 내게 기적을 베풀어주신 위대한 작가들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