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과자 연대기 4

맛동산 : 달콤한 코팅 속에 숨겨진 견고한 즐거움

by 아까그놈

맛동산은 단순히 '과자'라고 부르기엔 어딘가 미안한 구석이 있습니다. 유탕 처리된 표면의 광택과 그 위에 정성스레 뿌려진 땅콩 분태는 마치 잘 만들어진 전통 한과나 강정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맛동산의 첫인상은 '단단함'입니다. 손가락으로 집었을 때 느껴지는 끈적한 설탕 시럽의 촉감은 기분 좋은 기대감을 주죠.


한 입 깨무는 순간, "오독!" 하고 부서지는 소리는 꼬깔콘의 경쾌함과는 결이 다른, 아주 묵직하고 신뢰감 있는 타격감을 선사합니다.


입안에서는 달콤한 물엿의 풍미가 먼저 혀를 감싸고, 곧이어 튀긴 과자 본연의 고소함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씹히는 땅콩 알갱이들이 고소함의 방점을 찍죠.


이 끈끈하고도 단단한 조화는 한 번 시작하면 봉지 바닥을 볼 때까지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봉지 안에서 유독 땅콩이 많이 묻어있는 녀석을 골라내는 재미는 맛동산을 먹는 자만이 아는 은밀한 기쁨입니다.


맛동산은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거실에서 가장 빛납니다. 명절 저녁이나 특별한 가족 행사 후, 큰 배 하나 깎아 놓고 그 옆에 슬며시 맛동산 봉지가 놓일 때의 안도감을 아시나요?


배부른 식사 후에도 왠지 입이 심심할 때, 누군가 "맛동산이나 하나 뜯을까?"라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집니다. 어르신들에게는 옛 추억의 맛을, 아이들에게는 달콤한 간식의 정석을 선사하며 세대 간의 취향을 하나로 묶어주죠.


텔레비전에서 하는 특집 영화를 보며 무의식중에 봉지 안으로 손을 들이밀 때, 맛동산은 일상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가장 달콤한 휴식이 됩니다.


맛동산은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연배 차이가 나는 선배와 마주 앉았을 때 최고의 매개체가 됩니다.


"이거 나 어릴 때도 있었는데"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되는 대화는 우리를 과거와 현재의 접점으로 안내하죠. 딱딱한 과자를 함께 씹으며 나누는 투박한 대화들 속에 맛동산의 달콤함이 스며듭니다.


서로의 치아 건강(?!)을 걱정해주며 "이거 너무 딱딱한 거 아냐?"라고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사이. 그런 세월의 무게를 공유하는 인연들과 함께할 때, 맛동산은 비로소 완성된 '정(情)의 맛'을 냅니다.


맛동산은 봉지 뒷면에 '음악을 들려주며 발효시킨다'는 독특한 제조 공법이 적혀 있기로 유명하죠.


우리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 역시 맛동산처럼 좋은 음악과 깊은 사유로 발효되어,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묵직한 울림과 달콤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밀도 높은 문장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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