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과자 연대기 5

홈런볼 : 입안에서 터지는 달콤한 안타, 사르르 녹는 초코의 고백

by 아까그놈

홈런볼은 거친 바삭함이 미덕인 스낵계에서 홀로 '부드러움'의 기치를 내건 평화주의자입니다.


동글동글하고 가벼운 슈(Choux) 과자 속에 숨겨진 초콜릿은, 마치 단단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꼭 지켜내야 할 작은 동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홈런볼을 집어 들면 그 무게감에 먼저 놀라게 됩니다. 손가락 끝에 닿는 감촉은 마치 잘 마른 낙엽처럼 파스스하지만, 입술에 닿는 순간은 한없이 다정하죠.


앞니로 살짝 깨무는 순간, 얇은 과자 껍질이 "파삭" 하고 허물어지며 그 안 공간에 가득 차 있던 달콤한 초콜릿이 혀 위로 쏟아집니다.


초콜릿은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묽지도 않은 딱 적당한 점성을 유지하며 입안의 온기에 녹아내립니다. 씹을수록 과자의 고소함과 초코의 달콤함이 뒤섞여 비릿함 없는 깔끔한 뒷맛을 남기죠.


특히 트레이 바닥에 떨어진 자잘한 과자 가루들을 손가락으로 콕 찍어 먹으며 마지막 한 알까지 아껴 먹게 되는, 그 '아쉬움의 미학'이 홈런볼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홈런볼은 이름 그대로 야구장 관중석에서 먹을 때 가장 상징적입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속이 타들어 갈 때, 입안에서 녹아 없어지는 홈런볼 한 알은 분노를 달콤한 응원으로 바꿔주는 마법의 탄환이 되죠.


하지만 저는 한겨울, 두꺼운 솜이불 속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는 이불 속의 온기, 그리고 입안에서 온화하게 녹아내리는 홈런볼의 조화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안식처를 만들어줍니다.


홈런볼의 가장 큰 단점은 '개수'입니다. 한 알 한 알이 너무 가볍고 맛있어서,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빈 트레이만 남게 되죠. 그래서 홈런볼은 정말 아끼는 사람과 먹어야 합니다.


부부나 연인이 나란히 앉아 홈런볼을 나눠 먹을 때, 마지막 한 알을 누구에게 양보하느냐는 사랑의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너 먹어"라며 마지막 홈런볼을 밀어주는 마음. 그건 자신의 가장 달콤한 휴식을 포기하겠다는 정중한 고백과 같습니다.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이 트레이 안으로 쑥 들어올 때, 기꺼이 내 몫을 줄여가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사이. 홈런볼은 그런 '나눔의 미학'을 시험하는 과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방식 중 하나가 홈런볼을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돌려먹는 것이죠. 겉은 더 바삭해지고 속의 초코는 퐁당 쇼콜라처럼 녹아내리는 그 반전의 맛!


우리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도 이 홈런볼처럼 겉은 가볍고 친근하게 읽히지만, 그 안에는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것처럼 뜨겁고 진한 '진심의 초콜릿'이 녹아 있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은 그 따뜻한 반전에 매료될 테니까요.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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